여름이 거의 다 지났지만, 뭐 그럴 수도 있지.
바람결을 손으로 잡아보기
실내로 들어설 때 스미는 에어컨의 첫 온도 즐기기
비가 오면 우산을 접고 흠뻑 젖어보기
비가 개면 집 나온 지렁이를 화단으로 옮겨주기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기
흘러가는 구름을 알고
여름 밤하늘의 별이 몇 개인지 세어보기
땅을 내려다보며 걷기
개미를 피해 걷고
도보 블럭 사이 핀 들꽃 색을 기억하기
나무 그늘 사이를 걸으며 잎 뒷면의 짙음을 바라보기
매미 소리에 파묻히며,
마주치는 매미들을 세어보기
목적지와 조금 멀어져도 물가로 걷기
발끝을 담그며 한낮의 서늘함 즐기기
여름은 버티는 계절이 아닌, 받아들이는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