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 저도 아닌 낀 존재.
요즘 MZ세대라는 말이 너무 과도하게 사용되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인터넷을 켜면 MZ라는 단어를 찾는 것이 쉬워졌다. MZ세대는 1980년대에서 1995년 사이에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6년부터 2000년대 사이에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고 있다. MZ세대라는 말이 뜨기 시작한 것은 MZ세대가 SNS를 기반으로 유통시장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소비의 주체로 급부상하면서부터였다. 이와 함께 서점가에서도 90년대생 혹은 MZ세대와 관련된 책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에 중간쯤 걸쳐있는 1992년 생으로서 나도 내용이 너무 궁금해 MZ세대와 관련된 책을 몇 권 읽어보았다. 물론 나도 직장인으로서 회사와 관련된 MZ세대에 대한 내용을 주로 보았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MZ세대 내에서도 하나의 중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두 그룹으로 나뉘는 것 같다. 중요한 사건은 바로 첫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등장이었다. 아이폰은 2010년에 등장을 하였고 따라서 95~96년 생 이후부터는 중학생부터 스마트폰에 쉽게 접하게 되었다. 스마트폰이 학업이나 가치관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대학생 때 교육 알바나 봉사를 하면서 확실히 체감하였다. 1996년생부터 2000년생들까지 다양한 학생들을 몇 년간 가르치다 보니 Z세대에 대해 높은 이해도를 갖게 되었다. 당시 중고등학생이었던 Z 세대들은 문화에 대한 습득 속도가 나를 훨씬 앞서고 있었다. 그들은 학창 시절부터 인터넷 세상과 한 몸이 되어있었고, 이미 그때부터 담백한 맛보다는 자극적인 맛에 심각하게! 중독되어 있었다. 그들은 인터넷 세상에서 끊임없는 매우 좋지 않은 것들을 생산해내고... 함께 즐기고 있었다. 사실 나는 교육자가 되는 것에 관심이 있어서 5~6년 동안 100여 명이 넘은 Z세대들을 가르쳐왔으나, 내 능력으로는 그들을 바꾸지 못하고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차라리 그들과 세대차이가 많이 났다면 그들은 나에게 말하지 않았을 탠데 나를 가깝게 여겼기 때문에 그들의 공유하는 문화에 대해 가감 없이 공유해주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충격적인 이야기들을 듣고부터 앞으로의 사회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MZ세대들이 취업하기 시작했다. 분명 그들의 살아온 환경은 기존의 기성세대들과는 다르기에 세대차이가 있을 것이다. 나는 2018년에 취업을 했고 MZ세대들을 보면 다른 무엇인가를 느끼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개인들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대부분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알고 보니 나에게도 비슷한 점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게 뭐지? 싶을 때쯤 MZ세대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이해하게 되었다.
흔히 인터넷에서 이야기하는 MZ세대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재미와 간편함 추구
2) 집단보다는 개인의 행복
3) 소유보다는 공유
4) 물건을 통해 자신의 신념을 표출 (미닝 아웃)
5) 공과 사는 구분, 파이어족을 꿈꾼다.
6) 자연과 도시를 동시에 좋아함
7) 개인화와 차별화를 추구함
8) 화나면 참지 않기! 공정성을 중시하며 문제 해결에 주저하지 않음.
9) 본인에 투자하는 것을 아끼지 않음
10) 수평적 조직문화 선호
11) 글보다는 영상
12) 다양성을 인정
특징들을 보면서 문화와 사회의 발전들이 만들어낸 요소들도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분명히 MZ세대들만이 공유하는 그들만의 문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모든 1980~2000년대생이 이렇지는 않다. 반대로 X세대들 중에서도 위와 같은 내용들에 해당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처음에는 소비층을 분석하기 위해 만들어진 'MZ'라는 용어가 지금은 직장이나 사회에서 젊은 세대를 '프레임 화'하는 도구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이런 부분들은 MZ세대를 글로 공부하는 X세대들에게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만들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반대로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마치 MZ세대라는 것을 방패로 삼아 'MZ세대는 원래 그래요. 혹시 MZ에 대해 모르세요?'라며 책임감은 없으면서 본인들의 이득만 취하는 부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어떤 말이든 듣기 싫은 말과 잔소리를 모두 '꼰대'로 치부해버리며 기성세대와 거리를 두려고도 한다.
기성세대들은 걱정한다. 저들은 단지 몇 년만 회사를 다니려고 저러나? 저들이 회사의 주축이 되었을 때에는 어떤 분위기가 될까? 정말 저들이 지금 나이에 그렇게 추구하던 '가치'들을 그들의 후배들에게 똑같이 해줄 수 있을까?
글쎄... 역사는 늘 반복된다. 새로운 문화를 주장하던 신진사대부들도 결국에는 기성세대가 되지 않았던가?
웃기게도 나는 어중간한 위치에 존재한다.
글쟁이로서 이건 분명 쉽게 경험해보지 못할 특이한 글감이다.
27살에 팀장직을 맡아 어느덧 4년 차가 되었고 현재 밑으로 6명의 직원들과 함께 일을 하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나와 동갑이고, 다른 사람들은 1~4살까지 차이가 난다. 다른 팀의 팀장이나 부장은 보통 30 후반부터 40대 중반까지 다양하니 나는 여전히 매우 어린 편이다. 함께 일하는 협력업체들도 주로 책임급은 40~50대인 경우도 많다. 이러다 보니 나는 'X세대부터 MZ세대까지 전 세대를 통합할 수 있는' 혹은 '여기도 저기도 못 끼는 애매한' 낀 세대가 되었다.
장점이라면 X세대와 MZ세대의 마음과 생각을 모두 이해할 수 있어 중간관리자로서 효율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단점이라면 중간에 끼어서 서로의 온도차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번 아웃이 되어버리고 만다. 잘하면 본전, 못하면 '그래 봐야 너도 MZ세대지' 혹은 'X세대의 스파이'라고 욕을 먹는 자리이다.
이미 책으로 많이 있는 'X세대 중간관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MZ세대'가 아닌
90년대생 중간관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MZ세대와 X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재밌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