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지식수준은 높아졌으나 사고력을 뺏겼다?
영상매체가 뺏어간 사고력 향상 기회.
*이 글은 개인적인 생각과 경험을 통해 바라본 이야기입니다. 조금 이른 나이에 팀장이 되어 X세대와 MZ세대 사이에 낀 입장에서 바라보는 양 세대에 대한 시선입니다. 전체를 일반화하는 내용이 아니니 양해 바랍니다.
글보다는 영상을 선호하는 것.
한글은 말소리를 기호로 나타낸 '표음'문자로 매우 적은 자음과 모음으로도 글을 쓴다는 특징 때문에 배우고 익히기 쉬운 글자로 여겨진다. 이런 문자의 장점 때문인지 한국인들을 글을 읽고 쓰는데 큰 지장이 없어 문맹률은 낮다. 그런 한국이 사실 OECD 국가 중 '실질 문맹률'이 75%로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실질 문맹률이 높다는 것은 '10명 중 7명이 일상생활에는 지장 없으나, 글을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의미'이다.
여기서 의미하는 글은 약 표지에 삽입된 설명서를 보고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본인이 계약하는 계약서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신문 기사나 사설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2020년 문체부에서 조사한 결과, 고등학생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8.8권이며 성인의 평균 독서량은 6.1권이라고 한다. 여기서 의미하는 평균은 사실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 독서량은 정규분포를 이루기보단 많이 읽는 사람과 아예 안 읽는 사람이 극단으로 나뉘어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글을 적게 읽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실질 문맹률이 높아지도록 가속화시킨 주범은 누구 봐도 '영상물'이라고 지적할 수 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뽀로로(?)에 노출되어온 Z세대들은 영상에 매우 익숙해져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수업까지 영상으로 하다 보니 공부까지 디지털화된 것이다. 사실 이는 비단 Z세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X세대나 밀레니엄 세대에 속하는 사람들도 최신 문화에 빠르게 적응하면서 영상 매체 문화에 어느새 녹아들어 신문을 보고 책을 읽던 습관을 잃고 영상을 보기 시작했다. 혹자는 영상매체를 통해 더 많은 양질의 정보를 얻고 있다고 한다. 과연 그것이 정말 똑똑해지는 방법일까?
최근 MZ세대들은 정보를 얻을 때 유튜브나 블로그를 찾아본다. 유튜브와 블로그에는 질 좋은 고급 정보들이 가공화되어 요약정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 우리는 과거에 비해 훨씬 많고 정제된 양의 정보들을 쉽게 얻어가고 있다. 과거에는 어떤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관련기관에 전화를 하여 문의하거나, 관련 서적을 찾아보거나, 학술 서적이나 논문을 찾아서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지금은 남들이 정리해주는 정보를 받아가면 상당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이런 편리해진 정보의 접근성이 사람들의 기본 상식 수준을 많이 높여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우리는 그들 때문에 데이터를 가공해보고 분석하고 해석할 기회와 경험을 빼앗기게 되었다. 한 마디로 사고력을 키울 기회를 뺏긴 것이다. 이런 과정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자신의 주관과 생각을 확립하기 이전에 타인이 만들어둔 생각에 쉽게 영향을 받아 마치 '그게 자신의 생각이었던 양' 앵무새처럼 따라 하곤 한다. 가끔은 그것이 똑똑하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실상 그 정보들을 온전히 소화하고 분석하고 제 식으로 바꿔야 진정한 습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은 인터넷에서 얻는 정보들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할 능력조차 없이 쉽게 주입당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정보성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블로그나 지식인 혹은 유튜브 영상들을 많이 찾아보았는데, 선택적으로 가공된 정보들이 굉장히 많았고 단편적으로만 편집된 오개념들도 즐비했다.(아마 단순 광고나 수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생성된 내용들인 것 같다.) 일부 사람들은 전문가 타이틀을 달고도 지식에 대한 무책임한 글을 올리는 것을 보면 걱정이 앞선다. (어차피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A는 B다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A는 B다'와 'A는 B가 아닌 것 같다'와 관련된 1차 자료 (문헌, 논문이라고 다 믿을 수도 없다)를 수 십 편을 찾아보고 분석해야 한다. 1차 자료의 적절성과 신뢰성을 검증할 줄 알아야 하고, 그 속에서 내용과 의미를 해석해야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A가 B인 증거들을 공고히 하고, A가 B가 아니라는 증거들은 논리적으로 반박할 수 있어야 'A는 B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들에서 한 두 가지의 'A는 B가 아닌 것 같다'를 인용하여 A는 B가 아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고 근거도 없이 'A는 B이면서 C다'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선택적으로 수용할 능력이 절실히 필요해진 사회가 되었지만, 그렇게 하기는 어렵다.
일에서 중요한 것은 사고력이라고 생각한다.
공부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업무 능력과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쌓는 방법은 '사고력'을 키우는 것이다. 사고력은 수동적인 활동에서 키워지지 않고, 능동적인 행동을 통해 성장한다. 사고력의 힘을 대폭 키울 수 있는 적절한 시기는 단연 학창 시절이다.
'글을 읽고 -> 생각하고 -> 글을 쓰고 -> 생각하고 -> 토론하고 -> 생각하고 -> 남의 말을 듣고 -> 생각하고...' 학창 시절 (10대~20대 중반)에 이 연습을 끊임없이 해왔다면, 영상만 보고 수동적인 자세만 취하던 사람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고력을 키우게 된다. 사고력이 강한 사람은 5분만 대화해보거나 쓴 글만 보아도 바로 티가 난다. (회사에서 면접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앞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으나, 나는 사실 책을 읽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학술 서적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고 또 읽었고, 다시 나만의 글로 요약정리를 했다. 내가 익힌 것은 꼭 소화해서 나의 언어로 바꿔 친구들에게 가르쳐주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전공서적과 학술논문을 항상 끼고 살았으며 전공 외의 관심이 가는 분야 (관상학, 심리학, 통계학, 법학 등)가 생기면 무조건 전공책으로 빌려봐야 직성이 풀렸다. 자는 시간 외에는 늘 생각하는 것을 즐겨했고, 남들과 토론하는 것을 좋아하여 동아리를 만들 정도였다. 이런 연습의 과정들이 생각의 힘을 키워주었다고 생각한다.
내가 팀장으로서 팀원들에게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것도 '암기력'이 아닌 '사고력'이다. MZ 세대의 팀장으로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역할은 팀을 잘 운영하는 것보다 팀원들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나갈 수 있을지 그들에게 비전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쩌면 회사가 성장하는 길이라고 본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단순한 업무 외에도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업무들을 자주 요구한다. '수동적인 자세'에 익숙한 그들은 직접 1차원적인 데이터를 적절히 판단하여 수집하고 분석하고 해석하고 가공하는 능력이 다소 약하다. 심한 사람의 경우는 내가 30분이면 할 일도 1주일간 끙끙대다가 포기하는 경우까지 있다. 웬만하면 몇 달간 트레이닝을 시켜보곤 하는데, 한번 고착화되면 쉽게 성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회사는 비교우위로 돌아가는 시스템이기에 더 이상 성장의 기회를 주지 못하고 자연스레 경쟁에서 밀리게 된다.
(직군마다 다르겠지만) 회사에서 대체되기 힘든 직원 중 하나는 사고력이 좋은 사람이다. 이런 류의 사람들은 분석 및 해석 능력이 우수하여 (안목이 좋다) 성장하면 회사의 전반적인 전략을 기획하고 관리하는 업무들을 담당한다. 이것은 인수인계가 불가능한 부분이기에 개인의 경험이고 능력이며, 연봉과 직결되는 강점이 된다 (동년배라도 연봉이 2~3배까지 차이가 날 수 있다.)
주체적으로 능력을 성장시키고 싶은 욕심이 있다면, 학창 시절 (중학생~대학생)에는 능동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키워보는 게 어떨까?
다음화 예고)
MZ세대가 원하는 워라벨을 모두에게 제공해주는 회사는 사실 많지 않다. 차라리 업무효율 능력을 높인다면 스스로 만의 워라벨을 구축해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