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MZ세대에게 종신보험이 맞는가?
보험법에는 판매자가 고객의 나이나 상황에 적합한 상품을
권유해야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적합성의 원칙'이 있다.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한 경우 시기나 원인 (특별 사유 예외)과 관계없이 보험금을 100% 지급하는 상품이다. 세부적으로도 중도 납입/인출 유무, 환급금, 운용 유무 등에 따라 종류가 나뉘긴 한다. 종신보험은 '가장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 남은 가족을 위해...'라는 목적하에 많은 가장들이 가입하여 20년 동안 납입해오고 있다. 가입금액이 최소 10만 원부터 다양해서 가볍게 하나쯤 들어두는 것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종신보험은 다른 보험에 비해 사업비가 높게 설계되어 있다. 따라서 20년 완납을 하지 못하고 중간에 중도해지를 하면 원금 전액을 찾는 것이 어렵다. 원금에 해당하는 만큼을 받기 위해서는 대략 20년 정도를 납부해야 한다. 처음부터 해지를 고려하고 가입하지는 않겠지만, 20년 동안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는 길이다. 그래서 사회초년생이라면 가입 전에 충분히 고민하고 계산해볼 필요성이 있다.
이전에 나는 노후대비 과정에서 종신보험을 하나의 사례로 언급했었다. 내가 종신보험을 가입했던 시기는 2018년 가을이었다. 당시 회사들 돌아다니면서 교육을 해주거나 사은품을 나눠 주면서 '보험 상품'을 소개해주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당연히 우리 회사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당시 회사에 찾아온 설계사는 은행에서 나온 사람인 양 보험 상품을 설명해주면서 '연금 전환, 자유입출금, 높은 이자율, 복리의 마법, 비과세'와 같은 혹하는 말들로 사회초년생들을 유혹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해당 은행에서 나온 것도 아니었고, 아웃소싱이었다.) 금융 상품에 관심이 많던 나는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질문하면서 나에게 적합한 상품인지 분석해보았다. 설계사는 20년 동안 납입을 하면 가입금액이 3배로 불어나고 이를 '사망보험금 혹은 연금'으로 전환해서 수령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내용을 듣고 이것저것 따져봐도 전혀 손해 볼 내용이 아니었고, 담당 은행은 우리나라에서 절대 망할 수 없는 은행이었다. '그래, 이곳이 사기 칠리는 없지...' 하고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그런데 많은 사원 중 나를 포함해 달랑 3명만 신청서를 냈다. 나는 주변 동료들은 왜 신청을 안 하는지 궁금했다. 주변 동료들에게 한 달에 치킨 값과 술값 정도 조금 아껴서 꾸준히 내면 나중에 크게 돌아올 텐데, 신청 안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
1) 실비나 암보험도 없는데 무슨 생명보험을 들어~
2) 그냥 치킨 먹고 술 먹는 게 더 행복할 것 같아서?
3) 잘 모르겠어요. 번거로워요.
사회초년생에게 이미 보험은 부정적인 부분이 많았다. 대부분은 보험 상품에 대한 '공부 의지'가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 일단 3명이 설계사와 한번 더 만나 설명을 들었다. 듣고 나서 알고 보니 그것은 '종신보험 상품'이었다. 20년 동안 완납을 하지 않으면, 해지 환급률이 100%가 되지 않는 상품이어서... 정말 꾸준하게 돈을 넣을 수 있는 사람만 신청을 해야 했다. 당장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는데, 과연 '종신 보험'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까? 그래도 연금 전환을 해준다니깐, 그 목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연금 보험 이자보다도 높았고 20년 완납을 하면 3배가 된다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20만 원 정도를 신청하려고 했는데, 설계사는 지속적인 가입 금액을 크게 잡아야 이득이라며 우리를 설득했다. 고민하다가 나는 30만 원으로 올렸고, 옆에 있던 직원은 무리해서 60만 원을 신청했다.
[내가 가입한 조건]
- 월 30만 원씩 20년 납입. (총 7,200만 원, 가입금액 5,000만 원)
- 년 2.6% 복리
- 20년 전에 해지 시 해지 환급률은 10%~90%까지 다양.
- 20년 납입시 가입금액의 3배 (1.5억)을 연금 상품으로 전환할 수 있음.
그 뒤로 나는 연금 보험을 들었다고 생각한 채로 3년간 30만 원씩 꾸준하게 납입했다. 이미 마음속에서는 30만 원을 떼어 놓았기 때문에 사는데 지장은 없었다. 그런데 자산관리에 대한 지식이 점점 쌓이면서 '연금'의 목적으로 종신보험을 들었다는 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입금액의 3배를 준다는 것 자체가 도저히 성립될 수 없는 말이었다. 이렇게 유명한 은행이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하지? 약간 의심이 생겨서 해당 은행 본사에 전화를 했다.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계약사항을 확인해보니 '사망보험금이 3배가 되는 것'은 맞지만, 연금전환 시에는 내가 냈던 환급금에 대한 부분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설계사에게 속았던 것이다. 그리고 종신보험에 대해서 자세히 알아보니 환급금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30만 원으로 가입하는 것보다 10만 원으로 가입하고 20만 원을 추가 납입해야 훨씬 이득을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설계사가 납입 금액을 키우도록 유도한 것은 '사업비'를 높이기 위한 목적, 즉 본인의 실적과 연관된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고민을 했다.
이왕 3년 꾸준히 납입한 것을 혹시 모를 나의 죽음?을 대비하여 가족을 생각해서 넣어두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어차피 내가 죽고 받은 돈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즘 MZ세대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만나는 사람 (27~33살)마다 의견을 물어보았다. 놀랍게도 대부분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1) 내가 죽고 나서 받는 건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죠?
2) 차라리 그냥 주식이나 코인 투자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3) 저는 비혼인데요.
4) 차라리 연금 저축하는 게 소득 공제되고 좋을 것 같은데?
5) 물가상승률 고려해보면, 지금 그 돈을 쓰는 게 더 가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아직 자녀가 없어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나랑 같이 가입했었던 동료 중 한 명은 이미 한 아이 아빠였음에도 종신보험 가입한 것을 후회하고 바로 해지하였다. 나도 개인적으로 해지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해서 여자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만약에 미래에 내가 죽는다고 치자. 5천만 원 받으면 큰 도움이 될까?'라고 물어봤더니, 죽고 나면 5천만 원이 무슨 소용이야. 그냥 세제 혜택을 위한 연금 저축으로 활용하거나 지금 쓰고 싶으면 써라고 해서 그냥 해지하기로 결심했다.
3년이 된 상태에서 해지를 하게 되면, 원금의 50%밖에 돌려받을 수가 없다. 그럼에도 사회초년생 중 일부는 원금을 손실해가면서 그냥 해지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조금만 깊게 알아보고 공부하면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래서 나는 공부를 하고 보험사에 '민원해지'를 신청했다. 내가 가입했던 보험이 '불완전 판매'이었음을 주장했고, 그에 따라 계약 자체가 무효이기에 전액을 반환해달라는 민원을 넣는 것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원 해지 청구서'를 잘 작성해야 한다. 불완전 판매임을 증명할 내용들을 수집하여 일목요연하게 작성한다면 민원을 받아들여질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나도 여러 법 조항들을 공부하여 작성을 하여 신청을 했는데 하루 만에 보험사 민원과에서 연락이 왔다. 나의 주장을 수용하기로 결정했으니 민원을 취하해달라고... 그리고 10분 만에 전액 환불해주었다. 물론 3년간의 이자는 없다.
이후,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고 55세 이후 연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연금저축 계좌를 개설하였다.
[사회 초년생이 불완전 판매를 주장할 때 검토해봐야 할 법과 법률]
보험업법 제95조의 2항 (설명의무)
보험업법 제97조 (보험계약 체결 또는 모집에 관한 금지행위)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7조 (금융소비자의 기본적 권리)와 제10조 (금융상품 판매업 등의 책무)
보험업법 제95조의 3항 (적합성의 원칙)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17조 (적합성의 원칙)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19조 (설명의무)와 제21조 (부당권유행위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