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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

부자 관찰일지

by 강준

어린 시절부터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OECD에 가입한 회원국 중 1등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커왔다. 도대체 왜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가 궁금했다. 전 세계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면서도 경제력이 좋은 나라는 몇이나 될까? 상대적으로 치안이 안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할 때 진입장벽이 낮은 곳이 얼마나 있을까? 아무리 한국이 싫다고 하더라도 제비뽑기를 통해 다시 모국을 정하라고 하면 하지 않을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한국은 30대 이상 세대의 자살률이 아주 높은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무망감'이라고 하는데 즉, 우리나라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뜻한다. 분명 한국인들의 삶의 패턴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10대부터 20대를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다수의 사람들이 삶에서 가장 중요시한 것은 돈이었고,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뭘 해 먹고살지?'였던 것 같다. 당연히 돈은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생존의 3요소를 의, 식, 주라고는 했고 이를 마련하기 위해 돈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잘 살게 되고 타인과 비교하는 사회가 되면서 '더 좋은 옷, 더 비싼 음식, 집은 사자'로 바뀌었고, 이를 이루기 위해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갈망하기 시작한 것 같다. 돈에 대한 중요성이 늘어나면서 황금만능주의에 빠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모든 행동과 결과를 돈으로만 환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거 하면 돈이 되나?"

"그거 해서 얼마나 벌어?"

"그 시간에 차라리 뭘 하는 게 돈을 더 벌 것 같은데?"

"그 돈이면 뭘 했을 탠데..."


돈으로 가치를 매기고 이를 과대평가하면서 개인이 느끼는 감정(만족감, 뿌듯함, 감사함, 인정받음, 안정감, 보람참)과 삶에 임하는 태도나 가치는 평가절하되고 돈에 비해 가볍게 여겨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가치들은 당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고 삶의 활력을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물론 나도 돈이 최고라고 생각했다. 돈이 있으면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 속에서 행복이 찾아질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당연히도 삶을 지탱하려면 최소한의 돈은 필요하다. 그러나 어느 수준 이상부터는 욕심 혹은 욕구의 영역이 개입하게 된다. 그렇게 돈에만 매몰되었을 때 결국 우리가 추구하던 진실된 가치와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나는 내 가치관을 명확하게 세우기 위해 부자들을 연구해보기 시작했다. 그러려면 부자를 만나야 하는데... 타고난 운인지 모르겠지만 주변에 부자들이 많았다. 내가 원하는 유형은 '자수성가' 부자가 아니라 '본 투 비' 부자였다. 태어날 때부터 금전적으로 풍족해서 '돈'이라는 욕구가 크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인생에서 돈이라는 욕구가 적은 사람들은 어떤 것을 삶의 의미로 추구할까? 그것이 궁금했다.


부자들은 2세 혹은 3세를 기준로 백억 이상의 개인 자산을 물려받은 사람들을 기준으로 삼았다.


A) A는 겉으로 볼 때에는 누구도 부자라고 생각하기가 어렵다. 365일 같은 스타일의 평범한 옷을 입고 다닌다. 왜 그렇게 다니냐고 물었더니 '주변에 위화감'을 주지 않으려고 그런다고 했다. A는 20대 초반에 돈도 막 쓰고 다니면서 여행도 다니고 즐기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 것이 확 질리기 시작했고, 자신의 존재에 대한 회의감이 들었다고 했다. 본인은 그저 부모님을 잘 만난 덕에 놀고먹고... 나 스스로로서는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다는 것이다. 그 이후로는 모든 사치를 끊고, 차도 팔고, 집에서 나와 원룸에서 생활을 했다. 그 후로는 성실하게 공부만 했고 스스로의 가치를 연구에서 찾기 시작했다. 대학원에 간 이후로는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누구보다 더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당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물었을 때 '무엇인가를 연구하고 탐구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했다.


B) B는 대대손손 엄청난 부자였다. 온몸을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으며 명품 신발로 백여 켤레를 채우고 살고 있다. 그런데 B는 본인의 일에 있어서 열정적이고 진심을 다해서 일한다. B가 일을 하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함은 아니다. 하지만 본인의 커리어와 몸 값을 올리기 위해 야근과 주말 출근도 꺼려하지 않는다.

당신의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물었을 때 B는 당황했다. "그런 질문은 처음 받아 뭐서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모르겠네... 그래도 꼽자면 커리어?". B는 커리어가 삶의 의미라고 했고, 만약 일을 하지 않았다면 아마 우울증에 걸려서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C, D, E 모두 돈을 쓰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본인들이 인정받고 성장할 수 있는 일들을 열심히 찾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찾고 의미부여를 해가는 과정에서 행복 혹은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물론 내가 열심히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이었기에 '부자 + 열심러'에 해당하는 사람들만 만났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A는 젊은 시절 돈을 막 쓰며 놀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들의 자녀들, 중소기업 사장의 자녀들 중에서 인생을 노는 것에만 빠져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고 했다. 호텔이나 클럽을 빌려 하루에 수천만 원씩 쓰고 본인들 마음대로 세상을 주무른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들은 끊임없이 1차원적인 욕구와 쾌락만을 갈망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술과 이성, 나중에는 주사... 심한 사람들은 약까지 손을 댄다고 한다.



부자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중에 너무 달라서 개인적으로 놀랐던 것들.

1) 그런 걸 왜 알아야 해?

한 사람은 핸드폰으로 돈을 보내고 서류를 뽑고 계좌를 만들고 거래를 하는 과정들을 할 줄 몰랐다. 그래서 아니 요즘 같은 첨단 시대에 그런 것을 배워야 하지 않겠냐고 물었더니 "그런 걸 왜 알아야 해?". 그냥 전화해서 개인 세무사 한태 말하면 다 해주는데? 모든 일은 각자의 영역이 있는 거지~ 나는 내 일만 잘하면 되지.

사소한 예시 중 하나였지만 살짝 충격적이었다.


2) 부자도 돈이 아까울 때가 있다?

나는 얻어먹을 복이 있는 것 같다. 부자들은 왜 나에게 맨날 사주는 걸까? 열심히 연구 중인데 이유를 모르겠다. 나는 지인들에게 술과 밥을 자주 얻어먹는다. 처음에는 나도 사려고 시도를 해봤으나 내 카드를 빼앗아 던져진 적도 있다. 지금까지 밥 값과 술 값으로 얻어먹는 금액을 합쳐도 수천만 원 될 것 같다... (하루에 가장 비싸게 얻어먹은 비용은 150만 원 정도 된다.) 그런데 이렇게 돈을 쓰는 사람들도 아까워하는 게 있다고 한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전기세, 가스비 그리고 주차비 내는 것이 아깝다고 했다.


3) 이성/동성 친구를 만날 때 걱정하는 것?

본인들의 재산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다른 것보다 '순수함이나 진심'에 쉽게 흔들린다. 특히 이성친구에 관해서는 '본인의 배경'을 모르고도 나를 좋아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다고 한다(하지만 부모들은 비슷한 수준의 사람들과 결혼하라고 한다. 정말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부모들이 헤어지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이 민감해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를 때가 있다. 물론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이다. 그들의 사고방식과 보통 사람들의 사고방식의 차이로 인해 서로 상처받는 일들도 종종 벌어진다고 한다.


결론: 부자들을 연구해보니 삶의 의미가 돈에서 오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가치들을 훼손해가면서 돈만 집착하면 삶이 피폐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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