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상담일지 #3
그렇게 살면 행복해?
최근 한 달도 안 되어 '위의 질문'을 각기 다른 3명의 사람에게 질문을 받았다. 평소에 듣지 않던 질문이었는데 비슷한 시기에 여러 번 들으니 신기한 기분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그런 질문을 뒤에는 그들이 지금 행복하지 않고 힘들게 지내고 있음이 느껴져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최근 나는 스스로 삶에 매우 만족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응 요즘 참 행복해"라고 답을 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사람은 본디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익숙하기에 본인만의 '행복의 조건'을 가지고도 다름 사람의 행복을 평가하고자 한다. 그런 '사고 회로'의 근간에는 '타인과의 상대적인 비교'가 깔려있다는 의미이며 언젠가 자신의 행복도 '타인의 기준'에 맞추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지 않을까?
첫 번째
A: 이것저것 다양한 일들을 많이 하시네요. 보통 일주일을 어떻게 보내세요?
나: 평일에는 퇴근하고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공원에 가서 달리기를 합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집안일을 하고 글을 쓰거나 다른 취미생활을 하다가 1시쯤 잠에 듭니다. 토요일은 약국 근무를 하고, 일요일은 데이트를 하거나 책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A: 개인 휴식 시간이 없으신 것 같아요... 그렇게 바쁘게 살면 행복하세요?
나: 네? 억지로 하는 일들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일들이라고 즐겁게 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B: 신약 개발하시는 것 정말 힘드시죠? 요즘 업계 분위기도 좋지 않고 무너지는 회사들도 많다는데... 인력 채용도 잘 안되실 텐데 힘드시겠어요.
나: 아무래도 개발업무가 난도가 높고 성공확률이 낮다 보니 젊은 사람들에게 기피 업종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ㅎㅎ 대학생들도 대학원을 잘 안 간다고 하네요. 그런데도 업무는 계속 고도화되다 보니 업무 쏠림현상이 심해지고 있죠.
B: 일하시면서 늘 불안하실 것 같은데 정말 불행할 것 같아요...
나: 네? 전혀요. 일은 제 삶의 한 부분일 뿐이라서요. 잘 될 수 있고 안 될 수도 있고 오래 일해보니 아무리 걱정한들 크게 변하는 건 없더라고요. 주어진 시간 내에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세 번째
C: 적금이나 자산관리 어떻게 하세요? 저는 소비가 너무 많아서 큰일이에요.
나: 저는 재테크를 잘하는 편은 아니어서요. 투자도 몇 번 해봤는데 잘 안 맞네요. 요즘은 투자 시드는 더 안 늘리고 적금을 주로 하고 있어요.
C: 적금이랑 소비의 비중은 어떻게 되세요?
나: 최근에는 소득의 약 80%는 저축하는 편입니다.
C: 네?? 그렇게 살면 행복하세요?
나: 네? ㅎㅎ 딱히 물욕이나 소비욕이 없는 편이라서 저는 괜찮습니다.
'사실 우리는 불행하게 사는 것에 익숙하다'에서 행복하게 사는 방법으로 소개한 것 중 하나는 '멀티 페르소나(사회적 가면)'였다. '직장에서의 나', '사람 관계에서의 나', '혼자 있을 때의 나'를 최대한 분리시켜 서로 영향을 덜 주자는 개념이었다. 처음에는 어렵지만 수년간 적용하다 보니 지금의 나는 '공과 사'를 철저하게 분리하고 있다.
혹자는 너무 냉정하지 않냐고 할 수도 있겠으나 정신 건강을 지키는 방법으로(개인적으로는) 이만한 게 없다고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업무 양과 강도 혹은 회사의 흥망성쇠로 인해 일상에 지장을 받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었는데 지금은 미안하지만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히려 일은 더 프로답게 깔끔하게 하게 되었다.) 그렇기에 걱정이 되어 회사가 어떻냐고 물어보는 질문은 위로보단 실례에 가깝다.
새로운 도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서른이 되어서 깨닫게 된 것이지만 나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것을 도전했을 때 즐거움을 느끼는 것을 깨달았다. 학창 시절이나 20대 시절에는 새로운 도전에 앞서 늘 '걱정과 불안'이 앞섰지만 경험이 쌓이다 보니 이제는 재미로 바뀐 듯싶다. 최근에는 헬스를 그만두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달리기가 주는 매력은 '쉬고 싶은 마음'을 이겨가는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나 마음속 나태함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기분이었다. 끈기와 인내심을 키우는 데에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그래서 다음 주에 마라톤 대회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참가에 의의)
이번 주에 55만 원을 주고 갤럭시 탭을 구매했다. 아마 내 지인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 이야기이다(여자 친구도 놀랄 정도니...) 이유는 지금까지 나를 위해 산 것 중에 가장 비싼 제품이기 때문이다. 본성인지 학습인지 잘 모르겠으나 어린 시절부터 물욕이 없었다. 옷도 잘 안사고... 전자제품도 안사고... 차도 안사고... 집은 못 사고... 꼭 사야 하는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면 충동구매를 하지 않았다. 갤럭시 탭은 하루 정도만 고민하고 바로 결심했다. 막상 써보고 나니 이 좋은 것을 지금까지 왜 안 썼을까 싶었다. 혹시 물욕이 없던 것은 아예 한 번도 안 사봤기에 그런 게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았다.
갤럭시 탭을 산 이유는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였다. 중학교 미술시간 이후로는 그림을 배워본 적도 없고 재능도 딱히 없다. 오히려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편이 더 재밌을 것 같았다.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이유는 '건강 이야기'를 더 쉽고 가볍게 풀어보고 싶어서이다. 평소에 일하면서 소통하는 사람들은 대게 과학자, 연구원, 교수, 의사, 변호사, 회계사, 변리사, 증권사 사람들, 식약처 공무원 들이다 보니 항상 이야기는 무겁고 깊다. 가끔은 그런 것에서 벗어나 환기시켜줄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그런 이유에서도 꾸준하게 약국 근무를 하면서 환자들과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다. 건강 에세이를 쓰긴 했지만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나 청소년들도 볼 수 있는 '건강 만화'를 그려보고자 한다. 그냥 해보는 거다.
모두 각자의 행복을 찾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