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가지 일을 빠르게 처리하려면?
4~50대 어른들을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10분 중 7~8분은 꼭 이런 말씀을 하신다.
"어떻게 하면 약사님/작가님/팀장님처럼 애들을 키울 수 있을까요?"
"아... 하하하" 나는 멋쩍게 웃고 만다. 나도 아이를 키워본 입장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교육을 시켜야 할지 잘 모른다.
하지만,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조금 구체적으로 물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멘토링이나 상담을 하다 보면 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어떻게 하면 성공을 하고, 또 빨리 도달할 수 있나요?'이다. 그런데 내 관점에서는 부모들이 질문하는 포인트나 학생들이 질문하는 포인트의 맥락은 비슷하다. 여러 요소들이 있지만 빠르게 성취를 하고 싶다면 '한정된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관리'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사람마다 시간관리 방법도 너무나도 다르고, 또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최고의 방법일지라도 나에게 맞지 않는다면 비효율적일 수 있다. 그래서 젊은 시절부터 하나의 방법만 고집하기보단 다양한 시행착오(실패도 포함해서)를 경험하면서 발전해가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의 사례들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자주 쓰는 시간관리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제 조건>
1. 하나의 일을 적당하거나 약간 빠른 속도로 본인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끝내본 경험이 매우 익숙하다.
2. 본인의 일 처리 속도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본인이 만족하는 수준까지 달성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과 몇 시간 정도가 걸릴지 예상할 수 있다.)
두 가지가 만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해서 여러 가지 일들을 잡아버리면 늘 시간에 쫓기면서 완성도도 떨어지고, 결국 멘털도 깨지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사용하려면 처음엔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시간관리 방법>
1. 하나의 일이 생기면 '일의 중요도, 마감일, 내가 목표로 하는 수준, 일정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투자해야 하는 시간'을 파악한다.
2.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면 진척도와 상황을 잘 정리해두면 관리에 용이하다.
3. 마감일의 여유가 있더라도 언제 갑자기 새로운 일이 닥칠지 모르기에 최대한 빠르게 처리한다.
4. 본인의 여력의 120% 정도 (후~ 오늘 좀 뿌듯하군)의 수준에서 양을 조절하면서 여력의 그릇을 키워가야 한다.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스트레스와 피로로 올 수 있고, 너무 낮은 수준으로 하면 발전이 없고 텐션이 떨어질 수 있다.
5. 하루에 여러 가지 업무들이 겹칠 경우 다음의 순서로 일을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1) 마감일이 급한 것을 우선적으로 처리한다.
2) 중요한 것 중에서도 '짧은 시간을 투자해도 일정 수준이 빠르게 도달하는 일'을 먼저 한다.
3) 조금 덜 중요하더라도 금방 끝낼 수 있는 일이나 내가 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는 일을 빠르게 처리한다.
4) 중요한 것 중에서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일을 가장 마지막에 처리한다.
예시 1 - 대학생 시절 (중요도의 기준은 개인적임)
시험기간에 다양한 업무들이 동시에 겹친 적이 있었다.
A: 중요도 가장 높으면서도 양이 가장 많음 - 중간고사 준비 (장학금이 달려있음)
B: 중요도 높음 - 드림클래스 멘토링 (일요일 8시간을 소모)
C: 중요도 높음 - 과외 학생 지도 (보통 시험기간이 겹치기 때문에 항상 같이 바쁨, 생활비가 달려있음)
D: 중요도 중간 - 학생회 업무 (중요도는 중간이나 내가 처리하지 않으면 타 학생들에게 불편이 생김)
E: 중요도 낮음 - 동아리 업무 (중요도는 낮으나 내가 회장이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해야 함)
F: 중요도 낮음 - 대외 활동 (중요도는 낮으나 목표를 가지고 시작했던 일)
=> 멀티태스킹이나 시간관리를 효율적으로 하지 못한다면 6가지의 업무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을 때 몇 가지를 포기하게 된다. 주변 친구들을 보면 맘 편히 A를 포기하는 경우가 제일 많고, 조금 욕을 먹더라도 D, E, F를 포기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 나는 일단 B와 C를 우선적으로 처리한다. 두 가지는 정해진 시간만 딱 투자하면 되는 일이기에 시간적인 부분에서 변수가 없다. 사실 생활비가 걸려있어서 꽤나 중요한 편이다.
=> 그다음은 D와 E를 처리한다. 나의 개인적인 이익을 핑계로 타인에게 피해를 줄 것이었으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말았어야 했다. 이는 책임 간의 문제이고 학창 시절의 사소한 부분에서부터 책임감을 지킬 줄 알아야 어른이 되어 더 큰 문제에서도 명확히 판단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된다.
=> 가장 중요한 A를 맨 마지막에 처리하는 이유는 '끝이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보통 공부는 시험이 끝나야 끝이 정해지는 것이기 때문에 공부를 먼저 시작하게 되면 마음이 불안해져 다른 일을 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공부 시간이 적어서 망하지 않겠느냐?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시험기간에 몰아치는 스타일이 아니라 대학 공부도 매일 복습을 해두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시험기간에도 다른 친구들처럼 밤을 새우지 않고, 10시에 자거나 평소처럼 술 마시거나 놀기도 한다.
예시 2 - 직장인 시절 (중요도의 기준은 회사의 기준임)
업무적으로도 다양한 업무들의 마감일이 겹치는 경우가 항상 생긴다. 물론 팀원이라면 팀장과의 조율을 통해 업무 배정이나 마감일 조정이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중간관리자 급은 프로젝트들에 대한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업무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말 바쁜 시즌에는 하루에 메일이 100개가 넘게 쌓이고, 회의가 5~6개가 생기고 제출해야 할 서류들이 산더미가 될 때가 있다. 그럼에도 5년 정도 근무할 때까지 단 한 번도 마감에 급급해서 대충 한 적도 없고, 마감일을 못 지킨 적이 없었다. 물론 내가 하는 방법이 조직 사회에서는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 사례이다.
1) 내 부서에서 처리해야 할 업무들은 각 팀원들의 처리속도와 능력을 기준으로 분배하고, 아주 디테일하게 지시함으로써 일을 다시 반복하지 않게 한다. 그리고 중간 점검을 통해 방향성을 실시간으로 체크한다. 이 과정은 중간관리자들에게도 굉장히 번거롭지만 업무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다.
2) 팀원들에게 시키기 어려운 업무들 혹은 맡기는 것보다 내가 더 빠른 경우에는 직접 처리해서 시간을 절약한다. (비교우위 활용)
3) 타 부서와 함께 처리해야 하는 경우 여러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정치질이 심하거나 업무 효율이 아주 떨어지는 중간관리자들과 일을 할 때에는 내 포지션을 명확히 해야 한다.
-> 정치가 심한 사람들은 최소한의 업무를 맡으면서도 엄청 생색을 내려고 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업무를 맡지 않으려 하고, 사소한 것을 맡으면 그것이 전부인양 부풀리곤 한다. 이런 사람들과 업무를 배분할 때에는 최대한 합리적으로 이야기하여 업무를 명확히 나누고 팀 업무가 먼저 끝나더라도 마감일에 맞춰서 동시에 제출한다. (먼저 끝내버리면 계속 도와달라는 경우가 많았고 그렇게 수 차례 도와주다 보니 그게 당연한 줄 알게 된다.)
-> 업무 효율이 떨어지는 관리자들은 업무를 어떻게 배분해야 할지를 몰라 팀원들과 불필요한 미팅만 끊임없이 하게 된다.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고 여러 사람이 모여서 하나의 업무들을 차례로 처리해가는 것만큼 비효율적인 것은 없다. 그래서 계속 야근만 되풀이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이런 팀들과 협업을 하는 경우에는 귀찮더라도 내가 주요 핵심 업무들을 다 맡고, 쉽지만 귀찮은 일들로 업무를 나누는 편이다. 그래야 나도 야근을 안 할 수 있다. (그래도 이런 사람들은 고마워할 줄 알기에 술과 밥으로 보답을 해준다.)
일에 대해서 큰 틀에서만 예시를 들었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도 시간 배분을 잘해야 여러 평균 성적을 높일 수 있고, 여러 가지 본업 외에도 다양한 사이드 프로젝트들을 진행하기 위해서도 시간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앞서서도 언급했듯이 시간 관리 방법은 사람의 성향과 기질에 따라 다르다. 한 가지의 일을 천천히 완벽하게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어울리는 업무나 직능이 있고 멀티태스킹 하는 사람들이 미처 발견하지 못하는 이슈들을 캐치하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