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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준 Dec 03. 2022

한 직장에서 오래 못 버티는 사람?

연착륙이 어려운 이유는?

팀장직을 맡은 지 거의 5년이 되어 간다. 팀장의 여러 업무 중 하나는 바로 면접관으로 '신입/경력 사원' 면접에 참여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 27살에 팀장직을 맡았을 때에는 나보다 나이나 경력이 많은 사람을 평가하는 게 부담스럽고 어색했다. 하지만 5년간 수많은 면접을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배테랑 면접관'이 되어버렸다. (나는 직급에 맞춘 어렵고 까다로운 질문을 자주하는 편이다. 내가 면접 자라도 나 같은 면접관을 만나고 싶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그런 것을 좋아해서 그런지 타부서 면접까지 초정받곤 한다...)


경력직들을 채용할 때 가장 망설여지는 유형이 있다. 바로 여러 직장을 1년마다 계속 옮겨 다니는 사람이다. 물론 직종에 따라 몸값을 위해 잦은 점프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내가 주로 평가 R&D 분야에서는 '한 프로젝트의 완료 주기가 2~3년'이기 때문에 '잦은 이직'은 약점이 되는 포인트이다. 그리고 이직이 잦은 사람들은 전 회사에서의 기술을 겉 핥기 식으로만 아는 경우가 많았고, 0에서 100을 만들어가는 어려움을 끝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다. 하나의 일이 점점 어려워질 때 스스로 매듭을 짓지 않고 동료들에게 떠넘기고 이직하는 상황들을 말한다. (편견이겠지만... 투덜이들이 많다.)


최근 나에게 상담을 요청한 친구도 이직이 아주 잦은 친구였다. 첫 번째 직장은 업계에서도 이름이 있는 큰 회사였고 주변에서도 부러워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이 너무 많고 야근이 잦았고, 본인과 맞지 않는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8개월 정도가 되었을 때 퇴사를 했다. 이후, 1년 반 동안 취업이 되지 않았고 많은 고생을 하다가 다른 직장에 취업을 했다 (이 시기에 전 직장을 퇴사한 것을 매우 후회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네임벨류는 약하지만 집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위치였고 약간 공기업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만족했다고 했다. 그런데 경력직으로 들어왔지만 선임들이 본인을 무시하면서 일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본인이 성장을 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다시 이직을 해야 할지 고민을 했다. 그렇게 몇 달을 지내다가 본인의 선임들이 타 회사로 이직하면서 그들의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업무가 너무 많고 왜 사원이 대리나 과장이 해야 될 일을 해야 되냐면서 불만을 품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달을 버티다가 6개월 만에 다시 퇴사를 결정했다. 


그래도 이번에는 휴식기간 없이 바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3개의 회사 중 가장 좋은 회사였고 본인도 어떻게 붙었는지는 모르겠다고 한다. 그렇게 경력직으로 입사를 했지만 적응이 너무 어렵다고 했다. 업무적으로나 팀 내에서 어떻게 포지셔닝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다른 사람들도 자기 업무 하기에 정신없어서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고 했다. 2년 차 경력직으로 입사를 했지만 사실 2 곳의 회사에서 사원만 6개월씩 하다 왔으니 알아서 일을 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다. 결국 '업무 환경이 좋지 않아서 퇴사를 할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이 친구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부모님이나 다른 친구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10명 중 10명 모두 무조건 버티고 어떻게든 참다 보면 나아질 것이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사실 나라고 한들 바로 그만두라고 조언하기는 어렵다. 나는 ESTJ라는 성격상 명확하게 분석하고 상황에 대한 판단을 하고, 해 볼만큼 노력해본 후에 결정하라고 조언했다.

    

사람마다 본인이 원하는 혹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업무 환경이나 외적 요인이 있을 것이다.

1) 회사의 네임벨류

2) 회사의 복지 혜택

3) 회사의 위치 (출퇴근 시간)

4) 연봉 + @

5) 근무시간 + 휴가 관련

6) 업무의 강도 

7) 커리어 개발 가능성

8) 업무 적합도

9) 회사의 분위기 

10) 동료들의 성향

11) 사수/팀장/임원의 성격

12) 회사의 안정도

13) 미래의 성장 가치

회사를 근속하는 데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각 요소마다 누군가에겐 무딜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예민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2가지의 기준으로 본인의 회사를 평가한다.
1) 한 두 가지의 요소가 너무 극단적으로 별로라면(기준은 개인차가 큼) 다른 어떤 요소들이 긍정적이라도 퇴사를 결정한다.
2) 모든 요소들에 점수를 매긴 후 종합적으로 평가해서 별로라면 퇴사를 결정한다. 

그 친구에게 위의 요인들에 대해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회사에 대해 점수를 평가해보라고 했다. (0: 최악, 1: 불만족, 2: 보통, 3: 만족) 그다음 도저히 참기 어려운 요소들은 별표로 체크해보라고 했다. 

첫 번째 회사: 26점 (최악 - 근무시간/업무의 강도)
두 번째 회사: 28점 (최악 - 업무의 강도, 회사의 분위기, 동료들의 성향)
세 번째 회사: 33점 (최악 - 없음)

그냥 혼자 생각만으로 고민하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요소들을 적어보고, 전 회사들과 비교하면서 나와 함께 객관적으로 분석해보니 현재의 상황이 꽤 괜찮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사실 외적인 요소들이 문제인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한 직장에서 오랫동안 견뎌본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부족했고, 어떤 외적인 이유를 찾아 도피감을 합리화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일단 상황 파악이 되었으니 해결해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해주었다. 

경력직들은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는 '연착륙 (Soft landing)'과정이 필요하다. 상황이 좋은 회사라면 사수나 특정 사람을 배치해줘서 업무에 대한 인수인계를 해주거나 기존 업무 history를 follow up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그런 시스템(OJT 등)이 없거나 '경쟁이나 텃세(?)'와 같은 이유로 새로 온 사람들에게 일부러 잘 안 알려주는 사람들도 꽤 있다. 결국 소심하게 우물쭈물 적응 못하고 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람들도 자기편으로 만들 줄 아는 것도 사회생활에 꼭 필요한 능력이다. 


1) 동료들 중에서도 연차가 있고 업무에 대한 history를 잘 아는 사람을 찾는다.

2) 식사, 술자리 혹은 커피 자리를 마련해서 사준다.

(give & take라고 받으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3) 회사나 팀의 분위기를 파악하면서 친분을 쌓는다.

4) 본인이 합류하면서 팀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는 뉘앙스를 풍겨라.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줄 것이다.) 

5) 본인이 이 회사에 합류하기까지의 여정을 자연스레 이야기해주어라.

(사람은 심리적으로 쉽게 온 사람보다 어렵게 왔을 때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 방법들은 5년간 회사를 다니면서 수많은 경력직들이 연착륙을 위해 나에게 썼던 방법 중 괜찮았던 것을 정리해본 것이다.  


그렇게 그 친구는 한 동료와 친분을 쌓으면서 연착륙을 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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