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준 Jan 22. 2023

집 나간 공부 동기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다

2장

그 시절 공부를 안 했던 것은 이해를 못 해서는 아니었다.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어른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잘 설명해 주셨다.

어른들이 말하는 이유는 공부를 해야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좋은 직장에 취업해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는 간단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였다.

물론 다양한 버전도 존재한다.

공부, 즉 ‘목표 수립’ -> ‘노력’ -> ‘시험’ -> ‘결과’ -> ‘대응 방안’ 등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어른이 되기 전에 '작은 인생에 대한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생 고학년 정도가 되면 충분히 받아 들 일 수준이 되고, 나 역시 머릿속으로는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그만 말했으면 좋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학생들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잘 알면서 왜 공부를 안 할까? 학원강사와 드림클래스를 포함하여  4년 정도 중학생을 가르치면서 아이들에게 공부하 싫은 이유를 물어보곤 했다. 그 이유를 다 빈도 순으로 나열해 보면...

1) 그냥 하기 싫어요.
2) 스마트폰이 더 재밌어요.  
3) 고등학교에 가면 어떻게 되겠죠.
4) 해도 성적이 안 올라요.
5) 좋은 대학가도 취업 잘 안된다던데요?

생각해 보니 내가 공부를 하지 않았던 이유와 비슷했다. 공부보다 노는 게 더 재밌다. 10명의 아이 중 정말 공부가 재밌어서 하는 친구는 많아야 1~2명 아니었을까? 심지어 과거보다 지금은 재밌고 자극적인 요소들 (유튜브, 게임, 만화 등)이 넘쳐나는 세상이니 더 공부에 집중하기 힘들 것 같다.

중학생이 될 무렵 부모님도 도저히 가만히 둘 순 없었는지 나를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종합 학원으로 밀어 넣으셨다. 마음속 한편에 학원을 가고 싶었던 이유는 주변 친구들이 모두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동네에서 큰 학원을 다니면 (약간 대기업을 입사한 것 마냥) 부러웠던 묘한 분위기도 한 몫했다. 그래서 한 번쯤은 학교 끝나고 친구들에게 약간 투정 부리는 느낌으로 “나 학원 가야 해~!”라고 말해보고 싶었.


중학생 시절의 나는 있는 듯 없는 듯 그저 병풍처럼 지내던 조용한 아이였다. 빠른 년생으로 학교를 일찍 간 탓에 동기들보다 성장도 느렸고 덩치도 작은 편이었다. 괜히 한 살 어리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위축되어 성격은 소심했고 의사표명도 잘 못했다. 심지어 여자 학우와는 대화하는 법(?)을 몰라서 중학교 내내 사적인 대화를 해본 적 없었다. 평소에는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다니는 타입은 아니었고, 소수의 친구와 어울리며 게임과 만화책을 즐기는 내성적인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사실 동성 및 이성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그들의 관심을 끌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한 동안 요즘 말로 ‘인싸’인 친구들을 연구해 보고 그들이 잘하는 것들을 연습해 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운동을 잘해보려고 밤마다 운동장에서 혼자 축구나 농구 연습을 했다. 하지만 타고난 신체 능력이나 재능이 없었는지 금세 한계에 부딪혔다. 다음은 마술이나 팬 돌리기 같이 손기술로 관심을 끌어보려고 카페에 가입해서 피나는 연습을 해봤다. 하지만 그것도 능청스러운 연기 말재주가 필요했는지 좋은 반응을 얻진 못했다. 그렇다면 유머감각이라도 키워보고자 서점에 가서 유머 모음집을 찾아 달달 암기하기도 했다. 그 역시 아이들에게 노잼이라고 놀림받고 끝났다.

마지막으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공부뿐이었다.  


처음 공부를 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유치했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함도 아니고 좋은 직업을 가지려는 것도 아니었다. 관심을 받고 소통을 하고 싶었지만 자신감이 없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던 셈이다.


공부를 잘하게 만드는 것은 강한 내적 동기이다.

나는 왜 공부를 꾸준히 했을까?

대학을 간 이후에도...

대학생이 되어서도...

대학원에 가서도...

취업을 한 이후에도...

계속 인생을 열심히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주된 이유는 주변 환경보다 나 자신에게 있었다. 계속 공부를 한 이유는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소중히 생각하고 아꼈기 때문이다. 부모님이나 남을 위한 공부였다면 대학을 입학한 후나 아니면 어떤 시점에 그쳤을지도 모른다.

만약 자녀가 공부를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면, 본인만의 내적 동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 후, '작고 귀여운 동기'에 계속 먹이를 주면서 키워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물론 어떤 먹이를 주어야 할지는 본인의 성향과 욕구 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정 먹이의 경우(예: 경쟁심) 누군가에게는 강한 동기가 되어 비약적인 도약을 이끌 수 있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심리적인 고통이나 부담감을 작용하여 동기를 병들게 할 수 있다. 모든 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결과가 다르기에 본인의 성향을 잘 알아야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절할 수 있다.


지금껏 학생의 입장에서 가르치는 사람의 입장에서 관찰해 온 ‘학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먹이’에 대해 예시를 들어보려고 한다.

1) 끊임없는 비교를 통한 경쟁심 유발

2) 육체적인 학대 (체벌 및 강압적 분위기)

3) 정신적인 학대 (ex, 가스라이팅)

4) 금전적인 보상을 통한 협상

5) 하소연을 통한 동정심 유발    

학창 시절 친구들과 부모들의 교육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곤 했다.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보다 많은 부모들이 본인도 모르게 여러 부정적인 방법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 혹은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 극단적인 방법을 쓰게 되면 단기적으로는 성적은 오를지 몰라도 먼 훗날 그 후폭풍이 어떤 형태로 발현될지 모른다. 한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스카이캐슬’에도 엄마의 숨 막히는 압박을 견디며 의대에 진학한 영재가 ‘당신의 아들로 산 세월은 지옥이었다’라는 말을 남기며 잠적한 내용도 이와 유사하다. 혹자는 그저 픽션이 아니겠냐고 생각할지 모르나 특목고 생활을 했던 내 주위만 둘러봐도 비슷한 유형의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끊임없이 비교를 당해온 학생은 항상 심리적으로 위축된 채로 사랑을 받지 못하며 어른이 되어서도 늘 애정결핍인 채로 살아가게 된다.


생각보다 많은 부모들은 사랑이라는 명목 하에 (본인들은 완벽하지 않음에도) 자녀에게는 완벽함을 강조한다. “너는 왜 그 정도밖에 안 되니?”, “너를 믿는 내가 바보지”, “너는 왜 맨날 실수투성이니”... 어릴 때부터 심리적으로 학대를 받아온 아이들은 자존감이 낮고 우울이나 불안에 빠지기 쉬워진다. 성인이 되어서도 정상적인 인간관계를 맺거나 스트레스에 대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뜻이다. 금전적인 보상의 경우에는 단기적으로는 성적 향상을 유도할지는 몰라도 공부 자체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을 반감시켜 지속적인 공부로 이어지는 것을 방해할 수 있다. 또, 어려운 순간이 닥치면 '돈을 포기하지 뭐!'라고 생각하거나 부모에게 지속적으로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일부 부모들은 하소연을 하면서 자녀가 연민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가 힘들게 사는 것을 알면 정신을 차리겠지? 공부를 더 하겠지?라고 생각해 아이에게 “너 때문에 산다”, “네가 아니면 죽었다(이혼했다)”, “사는 게 괴롭다” 등의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삶이 힘들고 팍팍할 수는 있겠지만 사실 아이들은 타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 위로할 만큼 성숙하지 못하다. 아이의 입장에서 부모가 하소연을 한다는 것은 성장기에 큰 충격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고,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평생 마음의 상처로 남게 된다.



강준은 어떻게 내적 동기를 성장시켰을까?

1단계: 자신만의 내적 동기 만들기

->나는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공부를 해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2단계: 성취감

->처음 큰 학원에 입학시험을 보고 배정받은 반은 약 20개 반 중 꼴등 반이었다. 매 분기마다 반 배치고사를 보고 점수가 우수하면 1~2개 반을 월반할 수 있었다. 바닥부터 공부를 시작하다 보니 점수가 오르는 것에 나름의 성취감을 느꼈고, 반 배치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서 월반하기 시작했다. ‘성취감 -> 즐거움 -> 노력 -> 성취감 -> 즐거운 -> 노력’이 선순환되면서 내가 계속 공부를 즐길 수 있는 강한 내적 동기를 만들어 주었다.


3단계: 경쟁

-> 어느 정도 공부에 흥미가 붙기 시작했다. 성취감을 맛보고 나니 더 큰 도약을 위해 사용한 먹이는 ‘경쟁’이었다. 초기부터 경쟁이라는 카드를 사용하면 괜한 격차만 느끼고 좌절감을 느낄 수 있으나 일정 수준(중상위권)을 도달한 후에는 경쟁만큼 빠르게 ‘내적 동기’를 키우는 방법도 없다. 나는 경쟁심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인문계 고등학교가 아닌 특목고 진학을 선택하였다. 똑똑한 친구들 사이에서 공부를 하면 나 스스로 한계를 짓지 않고 계속 노력할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그런 환경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더 강한 내적 동기를 키우게 되었다.  


4단계: 즐기는 단계

-> 대학을 진학하면서 경쟁이라는 먹이도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찾아왔다. 이제는 내 실력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적성 분야를 찾아야 했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기 위해 방학마다 연구실이나 제약회사에서 인턴을 하기도 했고, 변리사/변호사를 준비해 보겠다고 민법 강의를 수강하기도 했었다.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좋아하는 분야를 찾게 되었고 내적 동기를 더욱 불태울 수 있게 되었다.   


5단계: 삶에 대한 소중함

-> 지금 나를 평생 공부하도록 만드는 ‘내적 동기’는 삶에 대한 소중함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어떤 가치관을 추구하는가? 내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를 명확히 하는 과정에서 삶에 대한 의미를 찾게 되었고 그 가치를 실현하고 책임지기 위해서 공부를 즐기게 되었다.

 

경주는 20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시켜서 하는 사람은 결국 스스로 하는 사람에게 따라 잡힌다.



안녕하세요.

강준입니다.

1/26일 목요일 저녁 8시 20분에

아주 소소한 유튜브 라이브(다른 작가님 채널)를 진행해보려 합니다.

거창하게 준비한 것은 아니고 카페에서 책에 대한

QnA나 이야기를 즉흥적으로 나눠보는 편안한 자리입니다.

영상이나 음향이 미흡하여 자신 있게 초대를 드리진 못하지만, 궁금하신 분들은 놀러 오셔도 됩니다:)

유튜브 링크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전교 꼴찌도 무엇인가 하고는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