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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r 16. 2017

1층이 없는 엘리베이터

우리는 우리를 어디에서 바라보고 있는가요


1층이 없는 엘리베이터

1층이 없는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이상하게도 아무것도 이상할  없습니다.


 건물의 1층은 2층이라고 쓰여 있을 뿐입니다.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그건 오직 어디에서 바라보았느냐.


"우리는 우리를 어디에서 바라보고 있는가요?"



 

 꿈은 천체물리학자였습니다. 저를 중심으로 온 우주가 자란다고 배웠습니다. 그때는 제가 온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작업치료사가 되었습니다천체물리학 대신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는 법을 배웠습니다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우주가 그를 중심으로 자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우주의 중심은 제가 아니었습니다.

우주의 중심을 찾던 제가 마주한 것은 우주적 역설입니다우주엔 중심이 없습니다. 대체 저는 왜 중심 따윌 찾았을까요? 도대체 저는 무엇을 비교하고 싶었던 걸까요?

 

멋있어 보이고 싶었던  같습니다대단해 보이고 싶었던  같습니다똑똑해 보이고 싶었던  같습니다무언가 특별해 보이고 싶었던  같습니다.

어떨 때는 완전히 반대였습니다정상적이고 싶었던  같습니다일반적이고 싶었던  같습니다보통이고 싶었던  같습니다그럴 때면 무언가 특이해 보이고 싶진 않았던  같습니다.

어쨌든 그러려면 중심을 찾아야만 했지요특별하고 특이하지 않으려고 중심을 찾아 헤맸지만  우주에 중심 따윈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만을 깨달았을 뿐입니다.

멋있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대단한  아무것도 아닙니다똑똑한  아무것도 아닙니다특별한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우주에 특이한  정말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정상적인  아무것도 없습니다보통인  아무것도 없습니다일반적인  아무것도 없습니다.

 

장애인은 아무도 없습니다세상에는 비장애인이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어쩌면 장애는 세상의 시선 속에 있는지도 모릅니다세상은  장애인 따위의 말을 굳이 만들어 사용하면서 우리를 위해서 어떤 것도 바꾸려 하지 않는가요장애는 세상에 있는 건데...

세상의 1층이 누군가에게 2층으로 느껴질 때, 장애를 없애는 일은 1층을 2층이라 부르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당신이 특별하다는 생각만큼 특이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특이하다는 생각만큼 이상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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