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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뢰딩거 Jun 17. 2023

재즈바의 기억

여행 일기


 일상이 흐물해지는 순간을 좋아한다


 노르트담 성당이 불탔던 해였는데. 소르본 대학 근처에 재즈 바를 들렀던 경험이 있다. 투박한 나무 문을 밀고 들어서자, 대학 수업 끝나고 술을 킵해뒀던 단골 술집 비슷한, 사람을 편하게 하는 느낌이 있었다.


 관객들 10명이나 되었을까. 붉은 드레스를 입은 중년의 여가수가 단상에 올랐다. 프렌치 아재들은 술에 얼큰하게 취해 노래에 환호하며 몸을 흔들었다. 전국노래자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흐뭇했다. 몇 잔의 잭 콕을 마시고, 여가수가 보내는 짖궂은 표정에 미소가 터졌다


 파리 뒷골목에서 느꼈던 재즈바의 공기는 하나의 프로토타입으로 남아 있다




 직장 일로 한창 바빴던 시절이 있다. 근무를 마치고, 고속도로 IC를 통과하는 밤. 문득 생각이 스쳤다


 '삶은 이래야 한다'는 상식에 너무 순응해버린건 아닌지


 일상에 너무 취해 있다고 느끼는 날

 허름한 재즈바는 위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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