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스 마케터라 하면서 일했던 지난 약 7년간의 생각
개인 브런치에 레시피 관련 콘텐츠만 올리고 약 7년동안 방치하다가 갑자기 회고 아닌 회고를 해봐야겠다 생각을 했습니다. (**새로운 곳을 찾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전에 썼던 글과는 많이 다른 내용이라 ‘뭐지?’ 하실 수 있으나 일을 하면서 느꼈던 + 앞으로 어떤걸 하려는지 정리한 간략한 글이라는 점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니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지금 스타트업의 그로스 매니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퍼포먼스 마케터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그로스 마케터로 일하기 까지 7년이 조금 넘었는데요.
그동안 개인적으로 많은 일을 겪었고, 몇 번의 이직을 하면서 다양한 회사에서 다양한 케이스를 봤습니다.
최근에 커피챗이란 서비스를 통해 적은 수지만 업계 분들과 얘기를 나누게 되었는데요. 모두가 그로스 마케터로의 직무전환에 대해 물어보시더라고요. 여러 질문에 대해 경험에 기반하여 답을 하면서 ‘나는 그로스 마케터를 왜 하며, 이걸 정말 하고 싶었나?’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과연 이 길이 맞는 것인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고, 마케팅 커리어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스타트업 내에서 느꼈던 ‘업’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목차
1. 내가 지나온 길은 어떤 선택으로 걷게 된 것인가
2. 그로스 마케터가 왜 되고 싶었나?
3. 그래서 경험해보니 어떻던가?
4. 그래서 계속 할건가?
좀 오래된 얘기부터 하게 되었습니다. 09년에 남들보다 조금 늦게 대학교를 졸업하고 영업관리직으로 첫 회사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때 취업을 준비하면서 ‘언젠가는 마케터로 일할 수 있는 곳으로 가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리고 1년 반만에 퇴사를 하면서 마케터로의 직무 전환을 꿈꾸며 약 1년 반동안 GA를 독학하고, 온라인 마케팅 관련 교육을 받으면서 개인 포트폴리오를 만들게 됩니다. 그리고 이를 발판삼아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됩니다.
런칭한지 1년밖에 안된 스타트업에 마케터로 합류하여 10명 남짓한 동료들과 복작복작하게 일을 합니다. 처음에는 마케터가 저 혼자여서 콘텐츠도 만들고, 광고도 운영하고, 데이터 분석과 개선점을 찾고, 웹사이트 기획도 하는 등 이것저것을 다 하게 되죠.
그리고 팀원을 채용하고,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직원수가 50명 이상으로 늘어나게 되고, 할 일들은 더 많아지면서 서비스 기획, 프로덕트 개선 프로젝트 기획 등을 추가로 진행하게 됩니다.
그렇게 2년을 일하다가 ‘웹 기반 업무만 하면 안되겠다. 앱 서비스를 경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직을 하게 됩니다. 이곳저곳 알아보다가 O2O 앱서비스를 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퍼포먼스 마케터로 이직을 하게 됩니다.
새로 합류한 회사에서도 여러가지 일을 했는데요. 광고 운영과 결과 분석+후속 액션같은 퍼포먼스 마케터의 기본 업무에 더해서 마케팅 제휴와 데이터 분석, 프로모션 기획 등을 하게 되고, 이전 회사에서 조금 다뤘던 SQL, GA에 더해서 앱스플라이어 도입과 관리까지 하면서 데이터 리터러시 설계와 분석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데이터 분석의 후속 업무로 CRM 기획과 실행도 같이 진행하게 되었죠.
여기에 이전 회사에서 했던 경험 때문인지 프로덕트 개선도 관심이 많아서 회원가입율 증대를 위한 온보딩 개선 방안도 기획해서 적용시키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나름 바쁘게 살다가 어느날 그로스 마케팅을 알게 되는데요. 예전부터 그로스해킹이란 개념을 알고 있었지만, 그로스 마케터라는 직무가 등장한 것을 그 때 알게 됩니다. 그러면서 좀 더 프로덕트 개선에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고 또 한번의 이직을 실행합니다.
그 후에는 커머스, 교육 스타트업을 추가로 경험해봤고, 지금은 헬스케어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네요.
첫 번째, 퍼포먼스 마케터로서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퍼포먼스 마케터의 주요 업무는 온라인 광고 매체 운영을 위한 업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업무들은 흔히 얘기하는 ‘AARRR’ 단계 중 맨 앞의 ‘A(Acquisition)’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물론 리타겟팅이나 전환 목표의 광고 운영도 있지만 이것들도 실제는 ‘특정 목적에 더 부합하는 유저를 찾아서 새로 혹은 다시 유입시킨다.’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유저 입장에서 유입~전환까지 가는 과정을 생각해보면 광고는 유입 이후에는 영향력이 많이 떨어지게 되는데요. 서비스의 유지와 발전을 위해서는 서비스가 목표로 잡은 전환 액션이 발생해야 하는데 그게 유입만으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Acquisition에 그치지 않고 그 뒤의 ‘ARRR’도 만드는게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두 번째, 프로덕트 개선에 대한 필요성과 관심이 늘었습니다.
처음 합류한 스타트업에서 업무를 시작할 때,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퍼포먼스 마케터 업무 외에 여러 일들을 경험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야가 조금은 더 넓어진거 같아요. 그때부터 유입→전환 전체 퍼널을 관리하는 업무를 하다 보니 이게 습관처럼 체득이 된 느낌도 듭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전체 퍼널을 보면서 성과를 개선하려면 필연적으로 프로덕트에 대한 개선 작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죠.
세 번째, 퍼포먼스 마케터의 미래에 대해 물음표가 떴습니다.
지금은 더 발전했지만 몇년 전에도 온라인 광고는 시스템 자동화가 진행되고 있었어요. 가장 많이 활용하는 메타와 구글이 알고리즘 학습을 통한 광고 운영 자동화가 많이 진행되었고, 이를 따라가는 매체도 많아졌지요.
이런 온라인 광고 시장의 트렌드를 지켜보면서 이후에 사람이 직접 해야 하는 일들이 얼마나 남을지 생각하게 되었고, 그대로 있으면 자리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는 좀 멀리 간 걱정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실무를 진행하면서 끊임없이 유저를 분석하고, 개선점을 찾아내 제품을 더 좋게 만들어내는 것이 최종 성과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게 되면서 이 영역이 앞으로 더 중요해 질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비용의 효율을 개선하면서 우상향 그래프를 만들어내는 방법은 유저의 락인과 리텐션이 받쳐줘야 하며, 이를 만드는 것은 좋은 서비스를 기반으로 유저의 니즈에 맞는 다양한 액션을 하며 더 나은 것을 계속 찾아서 진행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을 도와주는 여러 마테크 툴(앱플리튜드, 믹스패널, MMP, 데이터 시각화 도구 등)의 사용도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의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고 확신했습니다.
이러한 생각의 결과로 내가 할 수 있는 + 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할 영역을 고민했고, 이를 위해 그로스 마케터로의 길을 걷기로 결정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로스 마케터의 핵심 역할은 ‘AARRR 전체 단계에서 서비스의 운영 목표에 따라 개선이 필요한 지점을 찾고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 ‘유입 극대화를 위한 paid marketing + owned channel 관리’ 혹은 ‘핵심 타겟의 니즈와 맞는 서비스 기획’ , ‘리텐션 증대를 위한 CRM 기획’ ‘유입 유저의 퍼널 전환 개선을 위한 프로덕트 개선’ 등 여러 방법을 찾아 제시해야 하죠.
끝을 보진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물음표 상태라고 생각합니다. 시작할 때 꿈은 참 거창했는데, 현실을 녹록치 않았고 예상했던 혹은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들이 계속 생기면서 내면의 고민들이 점점 더 깊어지는 느낌입니다.
최근에 그로스 마케터 채용공고들을 보게 되면 직무명은 그로스 마케터, 그로스 매니저 등으로 명시되어 있는 공고가 많은데요. 하지만 세부 내용에 적힌 R&R을 보면 퍼포먼스 마케터의 업무 R&R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들이 많이 보여요.
이런 경우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아직 그로스 마케팅에 대한 정의가 생기지 않았구나.’ 였습니다. 이제 막 생겨나는 포지션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보지만, 과거에 인사담당자와 얘기를 나누면서 ‘그로스 마케터라고 이름을 올려야 지원자가 더 많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뭔가 속고 속이는 것에 활용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조직 내에서도 그로스 마케터, 그로스 매니저에 대한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 포지션의 담당자가 일을 할 수 있는 기업 문화나 업무 환경이 잘 되어 있지 않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로스 마케터의 역할을 하나씩 뜯어 보면 기존의 여러 포지션들과 일정 부분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덕트 부분은 PO(Product Owner)와 겹치는 경우가 많고요, 데이터 분석은 DA(Data Analyst)의 영역입니다. 그러다 보니 역할이 애매모호해지고, 조직 내에서 그로스에 대한 합의와 이해도가 부족한 상황이라면 잉여자원이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결론은 가능한 계속 도전하려고 합니다. 아직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만큼 기회는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혼자만의 힘으로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로스 마케터, 그로스 매니저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소속 조직이 그로스에 대한 이해도와 문화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이 부분은 개인이 만들기에는 매우 힘든 영역이라고 봅니다.
그로스 마케터, 그로스 매니저로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저는 더 많은 발전이 필요하지만, 그 발전 과정 안에서 조직에 도움을 주고, 다양한 레퍼런스를 만들면서 성과를 만드는 레시피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 (중요) 그로스 마케터를 찾는 분들에게 전합니다.
이 글을 쓴 또 다른 이유!
새로운 곳에서 좋은 서비스를 함께 만들 수 있는 곳을 찾고 있습니다.
커피챗도 좋고, 이메일을 주셔도 좋습니다.
다양한 분들과 얘기해보며 다양한 의견을 듣고 논의해보고 싶습니다.
포트폴리오 링크 : https://bit.ly/growth-junkoolee-portfol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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