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잠을 잤다.
어제는 의정부에서 거의 10년 만에 중학교 시절 친구들을 한꺼번에 만나고 오느라 2시가 다 되어서 잠자리에 들었다. 6시 20분쯤 소변이 마려워 잠시 일어났다가 요즘 연락을 하고 지내는 분에게 아침 출근길에 듣기 좋을 법한 음악을 하나 선곡해 드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11시쯤 됐으려나.
잠을 털어내고 지난밤의 일들을 머릿속으로 간단하게 정리했다. 머릿속을 정리하고 나니 집안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부엌에 있는 박스랑 플라스틱 병, 그릇들을 재활용 봉투에 담기 시작했다. 쇼핑백에 아무렇게나 담겨 있는 일반 쓰레기도 쓰레기통에 꽉꽉 눌러 넣었다. 이제 인덕션 위에 쌓여 있던 쓰레기들은 정리가 됐다. 용산구청이라고 쓰여 있는 꽉 찬 쓰레기봉투와 재활용 봉투를 빈 택배 박스에 넣어 1층에 내놨다. 바깥공기가 차다. 집안 보일러에 달궈져 있던 몸에 상쾌한 공기가 스며든다.
고무장갑을 낀다. 집에서 밥을 해 먹지 않아서 별건 없다. 커피와 차를 마셨던 컵 3개, 계란을 삶았던 작은 냄비 하나, 참 오래도 놔뒀다. 설거지를 바로바로 안 할 때는 물에 담가놓기 때문에 이물질 같은 건 없다. 그냥 멀쩡해 보이는 식기들을 세척할 뿐이다.
청소기를 돌린다. 구석구석, 6년? 전쯤 산 다이슨 청소기는 중간에 배터리 한번 갈아줬을 뿐인데 아직 짱짱하다. 역시 전자제품은 한번 살 때 좋은 걸 사야 한다. 남들은 3~5년 정도 지나면 교체한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원래 물건을 잘 망가뜨리지도 않는 성격이지만 이 비싼 물건을 그렇게 자주 바꾼다니, 다들 어디서 그렇게 많은 돈이 나는 걸까. 난 망가지지 않으면 몇 년이고 계속 쓰고 싶다. 청소기 하고 같이 나이 들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용산으로 이사 오기 전부터 함께 했던 친구라 지난 6년 간 내가 고생한 모습도 알고 있다. 오랜 친구를 쉽게 버릴 수는 없다.
거실과 옷방 그리고 내 방을 청소하는데 흡입력이 예전 같지 않아 먼지통을 확인해 보니 먼지가 가득 차있다. 화장실로 가지고 가 변기에 먼지통도 비우고 생각난 김에 청소기 헤드 부분을 따로 떼어내 붙어있는 먼지는 없는지 확인해 본다. 헤드 바닥에 왜 존재하는지 모르겠는 홈 들 사이에 먼지가 잔뜩 끼어 있다. 물티슈로 한번 쓱 닦아내고 면봉을 가져와 홈들 사이에 끼어있는 먼지들을 파낸다. 마치 귀지를 파낼 때 와도 비슷한 쾌감이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분리된 청소기 몸체로 헤드 바닥을 한번 쓱 빨아내고 다시 조립하여 충전기에 꽂아둔다. 조금 더 쓰다가 다시 배터리를 교체해 주면 2~3년은 거뜬하겠지. 모터야 오래가자.
현관문에 신발이 잔뜩이다. 휴... 신발을 모두 신발장에 넣어주고 빗자루로 먼지를 쓸어내고 청소용 물티슈로 대리석 바닥을 닦아낸다. 눈을 밟고 들어와 살얼음이 끼어있던 바닥을 닦아내니 반짝반짝 윤이 난다.
빨래통에 빨래가 가득이다. 돌리기 전에 입고 있던 옷까지 벗어 빨래통에 넣고 한꺼번에 돌린다.
물티슈 2장을 꺼내 들고 책장 사이사이 쌓인 먼지를 닦아낸다. 귀찮아서 꼼꼼히 하지는 못한다. 만약 나에게 독서라는 취미가 없었다면 청소를 이보다 더 꼼꼼히 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집안에 있는 샷시를 모두 열고 환기를 시켜본다. 찬 공기가 들어온다. 거실 나무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하.. 화장실 청소는 이따 하자.
평일 늦은 오전, 이른 오후만이 주는 평온함이 있다. 가정주부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같은.. 적막한 집 안에서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조금씩 집안을 보듬어 가는 이 시간이 평화롭다.
이제 따뜻한 차를 한 잔 마셔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