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사나이 그 이후
방송미디어콘텐츠와이용자 수업 중간과제 : 한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 변화 레포트 제출용
본 레포트에서는 한국 미디어 콘텐츠 산업 중 뉴미디어에 속한 유튜브 서비스를 이용하는 ‘개인 유튜버’들의 콘텐츠 제작 동향에 대해 서술하려 한다. 2016년부터 개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MCN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개인 유튜버들을 관찰한 경험에 입각하여 레포트를 작성하였다. (개인 유튜버는 콘텐츠 제작 전문 스튜디오, 방송사가 아닌 1인 혹은 팀이 운영하는 ‘개인 사업자’ 유튜버로 한정한다)
유튜브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지도 어언 13년이 흘렀다. 지난 2008년 한글 사이트를 오픈 한 뒤, 폭발적인 성장을 지나 현재는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장우정, 2021. Apr 19). 한국 내에서 이용자가 늘어난 만큼 개별 영상당 조회수도 늘어나다 보니 유튜브 파트너십 프로그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광고 수익이 늘어나 개인 유튜버들의 채널 크기(사업 크기)도 자연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
내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2016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는 10만 구독자가 넘는 유튜버가 드물었고, 30만이 넘으면 대형 유튜버로 분류되었으며, 100만 구독자는 해외 구독자를 잘 타겟팅한 소수의 유튜버들만이 달성할 수 있는 숫자였다. 하지만 2021년인 지금은 100만을 넘긴 개인 유튜버여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튜브의 개인 맞춤형 알고리즘의 영향으로 이용자가 관심이 없는 영상들은 노출이 되지 않아 제각기 다른 유튜브 화면을 보고 있는 탓도 있지만 유튜버 수 자체가 늘어나면서 대형 유튜브의 희소성이 줄어든 탓도 크다.
현재 나는 OOO 엔터테인먼트 MCN에 소속되어 활동하고 있는데, 3년 전부터도 이미 다른 개인 유튜버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면 요즘 들어 더욱 메가 히트 콘텐츠를 제작하기 힘들어졌다는 고충을 많이 듣곤 했다. 전업 유튜버가 슬슬 등장하던 2016년도만 해도 인기 유튜버들은 대부분 개인이 운영하는 채널이었으며, 페이스북, 아프리카 TV 같은 타 플랫폼에서 먼저 인기를 끈 뒤 유튜브를 이용해 구독자를 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후 SBS, MBC, JTBC 등 자본력과 기획력으로 무장한 기성 언론사들이 뉴미디어에 등장하면서 높아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1인 기업과 다름없는 유튜버가 만족시키기엔 무리가 있었던 터였다. 그래서 대부분의 유튜버들은 높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제작하기보다는 Vlog, 먹방, 개인방송, 만들기처럼 개인으로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인플루언서로서의 역량이 중요한)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었다.
나 또한 한 명의 개인 유튜버로서 도저히 이미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들과 전문적인 기획력으로 무장한 방송사/스튜디오들 사이에서 콘텐츠의 퀄리티로 승부를 볼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앞으로 개인 유튜버들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거나 재주가 있는 것들, 전문성이 있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 승산이 있거나 인플루언서의 길을 가야 하나 고민을 했었던 시절이었다. 질문을 정리하자면 ‘뉴미디어 시대에 등장한 프로슈머는 기성 매체만큼의 파급력을 가진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인가?’ 정도 되겠다.
그러다 2020년, ‘가짜 사나이’라는 유튜브 시리즈가 등장하면서 개인 유튜버들의 콘텐츠에 새로운 방향성이 제시되었다. 각종 운동 정보와 건강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던 ‘피지컬 갤러리’ 채널에서 방영된 콘텐츠였는데, 1화부터 약 1,4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그야말로 ‘초대박’ 흥행에 성공했다(김근욱(2021. May 18)). 이후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이면서 결국 웹 예능을 제작한 피지컬 갤러리 측은 콘텐츠를 유튜브에서 내렸지만, ‘가짜 사나이’가 다른 개인 유튜버들에게 남긴 인상만큼은 내릴 수 없었다.
이전까지는 1000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웹 예능이라 하면 JTBC의 룰루랄라 스튜디오가 제작한 ‘와썹맨’처럼 탄탄한 기획력과 이미 인지도 있는 연예인들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강했었는데, 피지컬 갤러리에서 제작한 ‘가짜 사나이’는 유명 연예인 없이 (래퍼 베이식이 있었지만 웹 예능 전체를 견인할 정도의 영향력은 아니었다.) 오직 개인 유튜버들과 흥미로운 콘셉트만으로 그에 준하는 성과를 내었기 때문에 더욱 인상 깊었다. 최소 주 1회 이상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개인 유튜버들에게는 자신의 주력 콘텐츠 이외의 것을 제작하는 게 상당한 부담이기도 했지만 채널 성장 초기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였는데, ‘가짜 사나이’ 이후 기획 웹 예능이 또 하나의 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후 또 다른 기획형 웹 예능이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코로나로 인해 콘텐츠 제작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제작에 참여한 ‘중소기업 웹 예능 : 좋좋소’가 흥행에 성공했으며, 여러 궁금증들을 다루던 이슈 유튜버 ‘진용진’이 기획한 ‘머니게임’역시 많은 논란과 함께 흥행에 성공했다. 2021년 현재는 AOMG 소속 파이터 정찬성의 채널에서 방영하는 일반인 격투 콘텐츠 ‘파이트 클럽’을 비롯해, ROKSEAL에서 방영하는 ‘Hell Week’, 미국인 Vlog 콘셉트의 채널 꽈뚜룹에서 방영하는 ‘공범’등 여러 개의 기획 웹 예능이 등장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가짜 사나이’ 이후 출현한 개인 유튜브 기획 웹 예능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여러 기업들과 사전에 스폰서 계약을 체결한 뒤 웹 예능이 유튜브뿐만 아니라 왓챠와 같은 OTT 플랫폼에서도 동시에 방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가짜 사나이’의 경우도 시즌2에서는 왓챠에서 동시 공개를 진행하려 했지만 여러 논란 때문에 원활하게 진행이 되지 못했으나 이후 전 시즌이 왓챠를 통해 공개되면서, 역으로 유튜브에서 내려간 에피소드까지 모두 볼 수 있는 상황이 진행되기도 했다.
내가 분석해본 이들의 성공요인 두 가지 중 첫 번째는 ‘캐릭터들의 융합’이었다. 어느 정도 성공한 개인 유튜버들은 대부분 강한 캐릭터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 유튜브라는 플랫폼은 자유롭게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영상들을 선택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A라는 유튜버들의 구독자들은 보통 A의 특성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 강한 충성심을 보인다. ‘가짜 사나이’의 경우도 시리즈를 제작한 피지컬 갤러리가 헬스, 건강 정보에 관심이 많은 남성들이 주 구독자였기 때문에 ‘군대 콘텐츠’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었고, 시리즈에 참여한 여러 대형 유튜버들이 자신들의 팬들을 함께 끌어오면서 초반 조회수와 반응들을 견인했다.
개인 유튜버들의 이런 집단행동을 통한 마케팅은 사실 이전에 국내에서 먼저 인기를 끌었던 플랫폼인 ‘아프리카 TV’에서 먼저 개발된 방법이다. 서비스가 운영되고 인기 BJ들이 생겨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크루’를 결성한 뒤 여러 가지 기획 콘텐츠들을 진행하면서 여러 시청자층을 한데 모아 혼자서는 불가능했던 동시 시청자 수를 기록하고 별풍선 수익을 나누는 식으로 개인 방송국의 영향력을 키워나갔었다. 하지만 BJ들과의 협업과 개인 유튜버들의 협업이 다른 점이 하나 있는데, BJ들이 하나의 그룹에 소속되어 콘텐츠를 연계해나가는 모습과 달리 개인 유튜버들은 하나의 개인 유튜버가 여러 가지 기획 예능에 출연하거나 기획을 하면서 마치 TF팀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의 BJ들에 비해 개인 유튜버들이 ‘개인사업’의 성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한 명의 인터넷 연예인으로서 아프리카 TV라는 방송 플랫폼 안에서 활동을 했던 BJ들과는 달리 지금의 유튜버들은 자신이 유튜브에 속해있다기보다는 콘텐츠 제작업을 하고 있으며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는 개인사업자라 생각하기 때문에 이전의 ‘크루’ 개념이 사라지고 여러 기업들이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듯이 ‘협업’을 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위에서 설명한 각자의 캐릭터성이 더해지면서 콘텐츠의 전체적인 시너지가 상승하게 되었다.
두 번째 성공요인은 ‘규제로부터 자유로운 기획’에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 방송사들은 미디어로서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제작할 수 없는 내용의 콘텐츠가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규제의 사각지대인 개인 유튜버들의 콘텐츠들은 기존 방송사들이었다면 시도할 수 없었던 새로운 주제들을 영상으로 만들 수 있다. ‘가짜 사나이’역시 기존에 방영되었던 ‘진짜 사나이’의 패러디 버전으로 기획되었지만, 방송사의 예능보다 더욱 리얼한 내용을 담아내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게 되었다. 자체 제작 팀이 제작하고 전문 PD가 아닌 피지컬 갤러리의 김계란(유튜버 이름)이 함께 편집을 진행하였기 때문에 방송사보다는 조금 더 떨어지는 퀄리티의 촬영과 편집이 불가피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송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새로운 콘셉트와 콘텐츠 내용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였던 것이다.
가짜 사나이 역시 방영 당시부터 시즌 2가 진행되면서 폭력성 논란 등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에 유튜브 콘텐츠에도 규제가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도 계속 진행되어야 하지만, 현재까지는 개인 유튜버들이 방송사들보다 콘텐츠 제작의 자유로움에 있어서는 분명히 이득을 취한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십분 활용했던 콘텐츠가 진용진 채널에서 제작한 ‘머니 게임’이었고,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이 역시 숱한 논란을 일으켰지만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콘텐츠가 되었다. 이러한 방법이 옳고 그른지에 대해서는 물론 여러 가지 논의가 필요하겠지만, 현재로서 확실한 점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개인 유튜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개인 유튜버들의 주도로 제작된 웹 예능들이 기성 방송사에서 제작한 웹 예능의 파급력을 넘어버리는 현상이 여러 번 발생했어도 이들의 콘텐츠가 역으로 기존 미디어들에서 소비되기 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관련 이슈를 뉴스에서 다루기는 하지만 콘텐츠를 통해 인지도를 얻은 유튜버들이 역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케이스는 매우 드물었다. 대신 방송사들이 운영하는 뉴미디어 채널들에서는 이들의 콘텐츠에 대해 다루고 그 Hype을 이용하는 경우는 다수 보였다.
그나마 MBC가 다른 방송사들에 비해 대형 유튜버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모습을 보였었지만, 어디까지나 기존에 방송하고 있던 예능에 출연시켜 성공한 유튜버로서의 이미지를 이용하는 정도였고, 웹 예능이나 그들의 콘텐츠의 내용들을 확장시켜 새로운 TV 예능을 기획하는 시도는 아직 찾아볼 수 없다.
여기서 다시 위에서 질문한 ‘뉴미디어 시대에 등장한 프로슈머는 기성 매체만큼의 파급력을 가진 콘텐츠를 생산하는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는 것인가?’로 돌아가면, 나는 제한적이지만 충분히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미 앞선 여러 사례를 통해 충분히 상업적으로 성공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기도 하고, 몇몇 채널들이 콘텐츠 흥행에 성공하면서 이전보다 개인 유튜버의 웹 예능 제작에 여러 기업들이 관심을 쏟고 있어 개인 유튜버가 부족한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는 길이 어느 정도 열렸기 때문이다. (‘가짜 사나이’는 헬스케어 제품 정도의 스폰서로 만족해야 했지만 그 뒤에 제작된 ‘머니게임’은 우리은행이 메인 스폰서로 제작에 참여했다.)
하지만 내가 제한적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첫 번째로 아직까지는 뉴미디어에 익숙한 시청자들 이외에는 개인 유튜버의 기획 콘텐츠가 도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에서 크게 흥행하는 콘텐츠의 경우에는 여러 방송사에서 앞다투어 출연진을 섭외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지만 유튜버의 기획 콘텐츠는 뉴미디어 안에서만 머무르고 있는 형편이다. 다만 이는 흥행의 규모가 더 큰 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방송사에서 제작되는 웹 예능에 비해 개인 유튜버가 기획하는 웹 예능은 그 리스크가 훨씬 크다. 제작자가 스튜디오, 방송사와 같은 하나의 ‘단체’로 표기되는 방송사의 웹 예능들과 달리 개인 유튜버들이 제작하는 웹 예능은 대부분 그 채널의 주인이 콘텐츠를 대표하기 때문에 콘텐츠의 흥망에 따라 개인 유튜버의 채널의 흥망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이는 개인사업을 영위하는 유튜버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며, 콘텐츠의 흥망에 관계없이 해당 유튜버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게 된다. 이런 현상은 가짜 사나이 시즌2가 여러 가지 논란에 휩싸이면서 최종적으로 피지컬 갤러리가 시리즈 게시 자체를 포기한 것에서도 나타났다.
하지만 이런 제한사항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당분간은 여러 개인 유튜버 기획 웹 예능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나 또한 유튜버로서 개인 유튜버의 한계에 대해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해왔었지만, 가짜 사나이가 방영된 이후 새로운 시각을 얻게 되었다. 나는 이를 뉴미디어 시대가 출현한 이후 프로슈머들의 콘텐츠 제작 방식이 패러다임 전환을 경험했다고 생각했다.
-참고문헌
장우정 (2021 Apr.19). 40~60대도 2명 중 1명은 유튜브로 검색… 흔들리는 '포털공룡' 네이버.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4/19/2021041901823.html
김근욱 (2021 May.18). [유튜피아] 방송국이야? 유튜브야?…'리얼 민낯'의 블록버스터 웹예능. News1 https://www.news1.kr/articles/?42998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