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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Aug 07. 2023

내가 지나가는 대로 글이 되길

IVE의 I AM을 들으며

치과에 가도 지나가는 헬스장에 열린 문 사이로 IVE의 I AM이 흘러나온다. 요즘 인기 있는 노래라는 건 딸 덕분에 알게 됐다. 자기도 틱톡 챌린지를 하고 싶다며 하루종일 춤추고 가사를 외우는 덕에 우리 가족 모두 흥얼거릴 정도다. 쪼그만 게 벌써 아이돌 흉내 내는 게 귀엽기도 해서 같이 안무도 배우고 잘하는지 영상도 찍어주기도 한다.


한 줄 쓰고 지우고 또 한 줄 쓰고 지우고를 반복했던 며칠 전 밤. 덥다, 하고 보니 창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30도가 되는 줄도 모르고 하얀 화면에 커서 깜박이는 것만 보고 있었다. 얼른문을 닫고  에어컨을 켰다. 훅. 찬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오늘밤은 뭐라도 쓰기로 한 날인데 방안이 서늘해져도 떠오르는 건 없다. 통통 튀는 리듬에 몸을 맡기면 한 줄이라도 쓰려나 싶어 음악앱에서  I AM을 골라 담았다.


어느 깊은 밤 길을 잃어도

차라리 날아올라 그럼 네가

지나가는 대로 길이거든


가사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렇게 멋진 말들이 가사 박스에 정갈하게 들어있었다.

머리만 쥐 뜯으며 한 줄은커녕 한자도 못쓰던 밤. 나는 결국 날아올라 숲이라도 보기 위해 책을 펼쳐 들었다.


내가 지나가는 대로 글이 되는 아이브의 I AM 같은 순간이 오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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