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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Jul 24. 2023

덜 고독한 밤을 위해

하고 싶은 말을 입안에 머금고 있기를 자청한 이후 며칠이 지났다.  아이들의 표정이 맑아졌다. 조금 더 내 품에서 비대는 시간이 길어졌다.


내 딴에는 논리랍시고 다다다다 쏟아내고 난 후에는 항상 뒤통수가 부끄러웠는데, 말을 덜 뱉으니 다가오는 밤이 편안하다.


외로움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생기는 것일텐테, 예를 들며 타인이 나를 알아주지 않을 때 드는 그 감정이 외로운 거야. 반면에 고독은 자신과의 관계에서 생겨나는 것 같아. 내가 나 자신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는 고독해지지. 누구를 만나게 되면 외롭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독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야. 고독은 내가 나를 만나야 겨우 사라지는 것이겠지. 그러다 다시 금세 고독해지기도 하면서. 박준 산문집 <운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겠지만>중에서


아이를 재우고 밀려오는 감정이 외로움인 줄 알았는데 고독이었나 보다. 괜스레 오기에 찬 나를 마주할 용기가 없던 나. 뿌듯한 날의 기쁨을 마냥 누리지 못했던 나.


지난 며칠간  말을 삼키는 대신 아이들에게 관대했고 우리는 포근했으며 더 사랑했다. 그런 나를 정면으로 반가워했고 그래서 덜 고독한 밤이었다.


내가 앞으로 얼마큼 말을 아낄 수 있을지 미지수이지만, 덜 고독한 밤을 향해 허숭허숭 걸어가고 싶은 건  분명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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