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mtip Aug 22. 2023

냉방병은 무서워

냉방병에 제대로 걸렸다. 집에서도 선풍기로 여름을 났는데 어디서 걸렸을까.  

아이들 방학 동안 운전하면서 에어컨을 많이 쐬어서 그런 거라고 추정해 본다. 많이도 돌아다녔나 보다.


 3주 전부터 으슬으슬 추우면서 덥다. 배는 고픈데 음식이 입에 들어가지 않고 헛구역질만 계속 나온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입덧의 증상과 비슷해서 화장실로 달려갈 때마다 괜한 두려움에 식은땀까지 나는 효과도 있다.


밤에는 증상이 심해져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온몸이 차가워졌다. 몸 안에 큰 에어컨이 있는데 최대로 온도를 낮춘 느낌이었다. 핫팩을 안고 있어도, 족욕을 해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서 눈물까지 났다. 아무튼 뼈마디마디가 오도독 부러지는 거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온몸이 얼어붙는 경험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강 프로그램에서 여름을 잘 나는 방법을 방송하면 코웃음을 치곤 했는데 여름마다 꼭 여름철 건강 지키는 법을 내보내는 이유가 있었다.


평소에 잘 체하는 편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간 게 병을 키우기도 했다. 생각해 보니 체기가 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평소 먹던 대로 먹고 맥주까지 마셨다.


아마 맥주를 마셨던 날이었던가. 맥주는 식도를 넘어가 혈관으로 흘러 내 몸 구석구석 냉기를 전해주었고 그날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것 같다.  


 그제부터는 조금씩 죽도 먹을 수 있게 되었고, 아이스크림이나 과자 같은 주전부리도 넘어가서 기운을 차리고 있다. 지난 주말은 살만해져서 커트 엘링 공연도 갔다! 물론 그의 목소리를 듣고 엑스터시를 느껴서 잠시 회복된 걸 수도.


코로나에 걸렸을 때 그 아픈 와중에도 먹고 싶은 건 다 시켜서 먹었던 나인데, 이번 냉방병에는 정말 거의 먹지를 못하고 심지어 구토까지 계속했다. 이렇게 무서운 병이었는지 정말 몰랐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 슬슬 손발이 차가워지면서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조금 두꺼운 옷을 입고 땀을 빼야겠다.


냉방병은 정말 무섭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매거진의 이전글 여름의 맛과 함께 온 너희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