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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윈플레임 Aug 21. 2023

여름의 맛과 함께 온 너희들

달콤한 무화과향으로 기억되는 행복

아주 어렸을 때 외가댁 뜰에는 무화과나무가 있었다.

처음 먹어본 무화과는 그 나무에서 따온 것이었는데 설탕을 뿌려놓은 것처럼 달았다.

그것이 나의 무화과에 대한 첫인상이었다.

그 후로는 무화과는 사과나 배처럼 자주 먹을 수 있는 과일은 아니었기에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도 아니었으므로 먹어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런데 첫 아이를 임신하고 난 어느 날, 어렸을 때 먹었던 무화과의 맛이 또렷이 떠올랐다. 

'무화과를 반드시 먹고야 말겠어!'

안타깝게도 이미 가을, 겨울에 접어든 그 시기에는 무화과를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같았다.

다행히 외국에서 들여온 건지 어디 저장창고에 있던 건지 모르지만 철 지난 무화과를 한 번 구해 먹기는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걸로는 성에 차지 않아 무화과잼을 구해다가 열심히 먹었다. 이상하게도 말린 무화과는 입에 대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밖에는 아쉬움을 채울 길이 없었다.


첫째 아이를 낳고 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화과 생각은 씻은 듯이 사라졌다. 아예 기억에서 지워진 듯 없어져 버렸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둘째 아이를 임신하고 나니 다시금 그 어렸을 때 먹었던 무화과 맛이 생각나는 것이다.

정말 신기했다! 왜 무화과인 건지. 평소에 즐겨 먹는 과일도 아닌데.

다행히 이번에는 계절이 잘 맞아서 무화과를 실컷 먹었다.

첫째 때 구하기 힘들어 많이 못먹었던 걸 기억하고는 그만 먹고 싶다고 할 정도로 남편과 친정 엄마는 무화과를 파는 곳만 보면 무조건 사 왔다. 그리고 역시나 둘째를 낳고 나서부터는 무화과 생각은 전혀 나지 않았다. 오히려 먹으라고 사다 주면 먹기 싫을 정도로 관심이 없어져 버렸다. 이것 또한 참 신기하다.


그렇다면 아이 둘은 어떨까.

뱃속에서 잘 먹었으면 태어나서도 잘 먹을까.

결론은 아니오.

기본적으로 과일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나와는 달리 아이들은 과일을 좋아한다.

일 년 내내 사과는 떨어지지 않게 구비해야 하고 철마다 제철과일을 대령해야 한다.

그런데 이 아이들이 무화과를 먹지 않는다.

도대체 왜?

딸아이 말로는 생긴 것이 이상하단다.

아들은 그냥 싫단다.


엄마 뱃속에서 엄청 먹었다고 말하니 살짝 관심을 가지다가 결국 다시 안 먹겠다고 도리도리 고개를 흔든다. 그래, 먹기 싫음 말아라.

나 혼자 다 먹으련다.




뱃속에서 달콤한 무화과를 찾던 녀석들은 이미 많이 커버렸지만 해마다 무화과철이 오면 태어날 아이의 얼굴을 상상하며 행복해 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평온했고 매일 매일이 감사한 나날이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그 때의 행복을 다시 떠올린다.

그래, 이대로 완벽하다. 너희가 있음에 여전히 매일이 감사하다.

다시금 코끝에 달콤한 무화과향이 살짝 느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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