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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Sep 27. 2023

휘낭시에와 스콘과 블루베리 타르트

어릴 적 한 여자 기숙학교에서 벌어지는 어린이 소설을 좋아했다. 외국 작가가 쓴 번역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한 방에 네 명씩 기숙사에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책인데, 그 당시 해외에 나가본 적 없던 어린 나로선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금발머리 소녀들이 수업을 하는 모습이라던가 라크로스라는 생소한 운동을 하며 주장이 되고 싶어 하는 내용은 언제가 나도 외국에서 학교를 다녀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다.


길에서 지팡이를 놓쳐 우왕좌왕하던 할머니를 소녀들이 도와주었는데 알고 보니 부자였다는 뻔한 스토리. 하지만 원래 그런 이야기가 재미있는 법. 결국 소녀들은 주말에 부잣집 할머니집의 Tea party에 초대를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부잣집 할머니답게 맛있는 빵을 대접해 주셨는데 아무리 반복해서 읽어도 어떤 빵일지 상상할 수 없어 답답했던 기억이 난다. 책에서는 예쁜 도자기 접시에 휘낭시에, 스콘, 산딸기 크림 케이크, 블루베리 타르트가 있다고 묘사했다. 소녀들은 루이보스 차와 민트티도 대접받았다.  


책 주석에 휘낭시에는 어떻게 생겼는지, 스콘은 무엇인지, 타르트란 어떻게 만드는 건지 자세하게 쓰여있었지만 아무리 읽어도 상상이 되지 않아 삽화로 그려져 있던 빵들 중에 대충 이런 모양이 휘낭시에겠거니.. 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내가 알 수 있는 건 산딸기 크림 케이크 뿐.


최근에 에스프레소 바가 생기면서 휘낭시에와 스콘을 곁들여 파는 집이 많아졌다. 타르트를 전문으로 하는 가게도 생겼다. 커피를 고르며 옆에 진열대에 놓인 휘낭시에와 스콘을 볼 때, 빵집에서 타르트를 고를때면 어릴 때 읽었던 이 책이 생각난다.


그때 그 소녀들이 부잣집 할머니집에서 먹었던 빵들이 이런 맛이구나, 이렇게 생겼었구나 하며 먹는 건 정말 신기한 경험이다. 휘낭시에라는 빵을 내가 집에서 슬리퍼를 신고 걸어가서 사 먹는 날이 올 줄이야. 사 먹으면서도 스스로 놀라곤 한다. 아직도.


내 앞에서 함께 이 빵들을 아무 생각 없이 먹고 있는 딸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이상해진다. 이 아이는 내가 소설 속 소녀들을 떠올리며 카페에 앉아 있는 건 모를 테니.    


요즘은 반대로 놀라고 있다. 모스크바의 신사라는 책을 읽으며 거기에 나오는 음식과 와인은 먹어보지는 않아도 상상할 수 있어 놀란다. 와인도, 농어 요리도, 스튜도, 이젠 도무지 어떤 음식인지 젼혀 감이 안 잡히는 음식은 없더라.


그런데 한 가지. 주인공과 어린 소녀가 아스파라거스 집게를 보는 장면에선 결국 나도 검색을 했다. 흠. 별거 아닌 평범한 집게였네.


모스크바의 신사를 읽으며 내일은 아스파라거스 요리를 먹어야겠군.



사진출처: 아스파라거스 집게: 네이버쇼핑 / 휘낭시에 사진 :https://www.madaboutmacar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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