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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Oct 17. 2023

새벽 한 시, 자전거 라이딩

모두가 잠든 시간. 만취한 사람이 비틀거리고 안개는 자욱하다. 한낮에 가득했던 모든 것들이 사라진 거리를 활보한다. 이 거리를 자전거로 누비는 건 지금까지 깨어있는 자만의 특권이다.


목적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고 길거리로 나서본다. 오직 자전거 휠 돌아가는 소리뿐.


곰곰이 생각한다. 오늘은 어떤 음악을 틀고 라이딩을 할까. 악동 뮤지션의 '후라이의 꿈'을 선곡한다. 요즘 계란 후라이를 보며 후라이가 과연 나른한 모양새인지 생각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사실 후라이는 지글거리는 기름 속에서 열심히 익어가는 열정의 아이콘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어쨌든 수현의 목소리는 후라이와도 나른함과도 거리가 먼 새벽공기 같은 상큼함이 묻어난다. 그래서 새벽 한 시에 딱 맞는 곡이다.


핸드폰 스피커를 최대로 하고 길거리를 누벼도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는 이 거리를 사랑한다. "이 거리를 사랑한다"고 낮은 목소리로 조려본다. 특히 최근에 마음에 담게 된 예술가를 사랑한다.


모스크바의 신사를 쓴 에이모 토울스. 에이모 토울스의 인터뷰를 보고 있노라면 "나는 뱃속에 있을 때부터  미끌거리는 양수 속에서 손가락을 움직여 문장을 만들었거든" 하고 말하는 것 같다. 난자와 정자가 결합할 때 우연히 혹은 필연적으로 머릿속에 온갖 이야기가 생성된 사람처럼 보이는 이 작가를 사랑한다.


깊이 빠진다는 건 좋은 것이지. 새벽 라이딩은 마음속 깊이 가라앉은 것들을 모두 꺼내기에 좋은 시간이다. 만약 오후 한 시였다면? 당신은 후라이의 꿈을 들으며 에이모 토울스를  떠올릴 수 있었을까?


하다 둘씩 담아둔 것들을 꺼내고 나면 그제야 규칙적인 자전거 페달소리가 다시 들린다. 내가 만들어 내는 그 침착한 소음은 꺼내두었던 모든 것들을 다시 하나하나 제자리로 돌아가게 해 준다.


이젠 집에 가도 좋아. 사랑하는 것들을 양껏 느껴봤으니. 파도 같은 나를 잠재우고 잔잔한 강물이 되어 침대 속으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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