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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Oct 23. 2023

낙엽의 쓸모

독일인 친구네 초대 받았을 때 일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신발장 옆에 낙엽이 옹기종이 쌓여 있다. 가을을 맞이하는 독일인들의 풍습인가보다 하고 거실로 들어가니 식탁 위에 낙엽이 흩뿌려져 있고 대접받은 음식마다 깨끗하게 씻은 낙엽이 한두 개 꽂혀 있었다.  


그 친구가 워낙 식물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낙엽까지 멋지게 활용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낙엽이란 건 그저 캠핑 갔을 때 불쏘시개 대신 쓰는것인 줄로만 알았던 내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집안 곳곳에 가을을 들여놓고 사는 그 친구의 저녁 초대가 참으로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 친구처럼 집안까지 낙엽을 소복이 쌓아둘 생각은 없지만 초대를 받은 이후에는 예쁜 낙엽이 있으면 몇 개씩 주워다가 깨끗이 씻어 아이들 밥상 차릴 때 꾸며 주곤 했다.


가을이 제법 가까이 온 게 느껴지는 건 나뭇가지에서 물든 잎뿐만 아니라 길가에 쌓여 있는 낙엽 덕분이기도 하지.


오늘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독일친구 생각이 나서 낙엽을 주워왔다.  저녁으로 카레를  해 놨는데 낙엽과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오호. 카레와 낙엽도 꽤 잘 어울린다. 인디언들이 먹는 음식 같기도 하고.


우리 집 식탁에도 가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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