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치고 나면 연습한 공을 주워야 하는 시간도 온다. 오늘은 얼마큼 네트로 공을 넘겼는지 공을 줍다 보면 체감한다.
그동안 아침운동을 하다가 시간을 저녁으로 바꿨는데 저녁운동의 매력은 하루를 차분히 정리하게 해주는 힘이 있다. 바둑을 둬본 적은 없지만 바둑기사들이 바둑돌을 거둬가며 그날의 시합을 복기하듯 나는 공을 바구니에 담으며 하루를 곱씹는다.
라켓으로 공을 구석에 몰아 작은 바구니에 담아 큰 카트에 쏟아붓기를 한 세 번쯤 하면 얼추 정리가 된다. 점차 코트도 깨끗해지고 코치님과 그날 수업에 대해 얘기도 하며 마무리를 한다.
한 번은 일이 있어 급하게 나오느라 공정리를 코치님이 다 하기로 하고 나온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찜찜했다. 별것 아닌 듯한데 공 줍는 시간은 맥박을 가라앉히고 마음도 차분하게 만드는 수행의 시간인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