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하다는 연포탕집에 들어갔다. 10가지 넘는 반찬이 상위에 빠르게 깔리고 형식은 당연하다는 듯 연포탕을 시켰다. 사실 희정은 여기에 온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날은 희정이 미리 말해둔 이별의 날이었고, 이렇게 화려한 반찬이 있는 곳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낙지의 구불구불한 다리와 빨판. 미끌하고 쫄깃한 식감은 희정이 한 번도 좋아한 적이 없던 음식이었다.
연포탕엔 세 마리의 낙지와 검지손가락 정도의 길이로 잘린 파와 다진 마늘이 보였다. 이 자리에서 형식과 말을 나누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 낙지를 먹는 쪽이 좋을 것 같았다. 희정은 낙지의 머리를 가위로 먹기 좋을 만큼 잘랐다. 다리를 이빨로 끊었다. 빨판의 오돌토돌함을 느끼며 잘근잘근 계속해서 낙지다리를 씹었다. 그리곤 국물과 함께 씹은 낙지를 꿀꺽 삼켜버렸다. 두 번째 낙지도 마찬가지로 머리부터 먹어치웠다. 세 번째 낙지도 똑같은 방법으로 꿀떡꿀떡 목으로 넘겼다.
세 마리 낙지를 다 삼킨 희정의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창밖을 보니 목포의 바다는 검은빛이었다.
희정의 다리가 간질간질했다. 긁고 또 긁었지만 너무 간지러워 바지를 올려보니 빨판이 올라오고 있었다.
희정의 다리가 구불구불해지고 미끌하고 쫄깃해졌다.
형식이 트림을 하며 연포탕을 다 먹고 고개를 들었을 때, 검디검은 먹물자국만이 바닥에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