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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mtip Oct 30. 2024

귀여움의 쓸모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핸드폰 메시지창에 오가는 이모티콘을 무료체험하며 생긴 이야기이다.


아직도 나는 거의 모든 종류의 귀여움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동글동글한 조약돌을 보며 탄성을 지르는, 아기자기한 사람은 아니란 뜻이다. 문구점에 가서 예쁘게 그려진 캐릭터를 보며 이게 더 좋을지 저게 더 좋을지 고민해 본 적이 없다는 뜻이다.


그저 검은색 모나미 볼펜 하나를 쓱 집어서 계산을 하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하고, 집에 굴러다니는 이면지를 대충 모아 노트로 쓰기도 했으며, 옷에 무늬가 있는 것을 끔찍이도 싫어하는 사람이다.

흠... 머리끈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데 어릴 때 친구들이 곰돌이 혹은 빨간 딸기 모양의 머리끈을 하고 왔다며 자랑을 해도 어떤 면에서(?) 이것들이 귀여운 것들 인지(?) 당체 이해 할 수가 없었다. 머리에 뭐가 달렸건 그게 무슨 상관이람. 머리띠는 말해 뭐 하랴. 머리띠를 고르는 친구들 옆에서 거울도 들어주곤 하지만 어느 게 더 예쁘다고 묻는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저 머리띠인 것을.


그렇다. 나는 귀여운 모든 것의 쓸모에 의문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단체톡에서 날아오는 이모티콘들이 내 머릿속을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우선 재밌었다. 그리고 그것들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요놈 참 귀엽네. 하는 그림들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귀여워. 갖고 싶어. 아니야. 내가 그런 류의 인간이 아닌데. 그런데 이걸 어쩌랴. 계속해서 날아오는 이모티콘들을 보며 깔깔대고 웃고, 마음이 풀리는 날도 생겨버렸다.


하지만 절대 구독은 할 수 없다. 왜냐면 나는 귀여움의 쓸모를 모르는 사람이니까. 모름지기 사람이 변하면 죽을 때가 다 된 거라는데 그 길로 들어설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러나 어느 날 나도 귀엽기 그지없는, 그리고 웃기기도 한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싶어졌다. 핸드폰에 장착되어 있는 기본형이 아닌 내 상황에 맞는 다양한 그림들을 갖고 싶어 진 것이다.


결국 단체톡에 물어 나는 이모티콘을 무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고 무료 체험기간을 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며칠째 귀여운 그림들과 함께 깨가 쏟아지는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내 안에 귀여움을 향한 욕망이 있었다니. 그렇게 귀여운 것들에 마음을 내어주고 나니 귀여운 소품들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렇다. 나는 마음이 아주 귀여운 인간이었다.


p.s  이모티콘을 구독할 계획인지 물어보는 친구들이 있는데...

구독하고 싶어!!! 너무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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