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브작이 사랑한 작가들
사브작 행복해지리 : 문장 하나 하나가 너무 따뜻해서 기록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문장을 쓰셨을지 궁금합니다.
서현숙: 소년원 수업이 낯설었습니다. 저는 그곳에서 엄청난 이방인이었죠. 만나는 아이들도 인생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아이들이고요. 낯선 곳에서 느끼는 마음의 예민함이 컸습니다. 그래서 마음이 흔들려서 글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낯선 곳에 내던져졌을 때 팽팽하기 당겨진 현악기처럼 조그만 자극도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일상적인 학교 수업이었다면 이런 글을 못썼을 것 같아요.
사브작 이여경 :책에 여러 아이들이 언급이 되는데 혹시라도 사회에서 책을 보고 연락이 온 아이는 없었는지요
서현숙: 제가 아는 한에서 이 책을 읽은 한 명의 아이가 있긴 있습니다. 직접 연락을 받은 건 아니고 소년원에 있는 상담 선생님께 전해 들었어요. 함께 공부했던 학생이 이 책을 세 번이나 읽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그 학생이 이때 저희 너무 즐거웠다고 말했다고 해요. 소년원에서 나간 다음에도 서현숙 선생님과 작가님 초청했던 시간을 자주 생각했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우리가 했던 말을 어떻게 다 기억해서 책에 쓰셨는지 궁금해했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이 났습니다.
소년원에서 나간 친구들이 서로 잘 연락을 한다고 해요. 아마 책이 나온 소식은 들었을 거예요. 연락이 오면 고기라도 사주고 싶었는데 연락이 없었어요. 그 아이들이 쓸쓸하지 않을지,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사브작 우아옹 : 책 읽는 내내 글이 다정해서 만나 뵙고 싶었는데 말씀하시는 것도 다정하신 것 같아요. 책에서 강준이란 학생을 짝사랑했다고 하실 만큼 선생님께는 기억에 남는 학생인 것 같은데,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서현숙: 학생들도 물론 교사를 좋아하지만 교사들의 학생사랑은 늘 짝사랑이 아닌가 싶어요. 강준이가 각별했던 이유는 소년원에서 저와 처음부터 국어 수업을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아이들은 그전에 다른 교사와 수업을 하다가 저와 이어서 수업을 했던 아이들이고요.
강준이는 수업 분위기를 잘 이끌어주었어요. 조력자 역할을 했습니다. 제 생각에는 사회에서 칭찬을 받아본 경험이 없어서 칭찬받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시도 제일 열심히 외웠어요. 스무 편 넘게 외웠습니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꼭 낭송해 줄 거라고 하기도 했고요. 그런데 인사 없이 떠나게 되어서 서운했던 것 같아요. 나중에 한 번은 연락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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