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1일 차 (2023년 1월 21일)
슈투트가르트 -> 뮌헨
여행 11일 차 아침이 밝았다. 날씨는 다소 흐리고 기온이 영하 4도다. 제법 쌀쌀한 날씨. 사실 유럽 여행을 하기에 겨울은 그리 좋은 계절이 아닐 수 있다. 야외 활동이 불편하고 비수기라서 문을 닫은 장소도 많고 겨울이라 유럽은 낮이 아주 짧기 때문에 미술관이든 상점이든 식당이든 일찍 문을 닫는다. 그래서 여행지 구경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제약이 있다. 그리고 추운 겨울 대비용으로 두꺼운 옷을 가지고 와야 했기에 짐의 부피가 커진다.
하지만 겨울여행의 장점도 있는데, 일단 가는 곳마다 여름 성수기에 비해 관광객이 많지 않아서 쾌적하게 여행을 할 수 있다. 그리고 물가가 저렴하다. 특히 비행기나 숙소 비용이 여름 성수기 대비 크게는 30% 이상 저렴하다고 봐야 한다. 그게 장점의 전부인가?라고 반문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비용이 저렴한 것보다 더 큰 장점이 있을까? 40일이라는 긴 여행 일정으로 다닐 수 있는 것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 덕분이다. 다른 단점을 다 커버하고도 남을 만큼 큰 장점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게다가 우리는 자동차로 여행을 하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 밖에서 교통편을 기다리거나 무거운 짐을 끌고 다니거나 할 일은 없어서 겨울 여행이라서 특별히 많이 불편하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한국은 설연휴 시작이라고 하는데, 여기는 그냥 평범한 토요일이다. 마을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오늘은 슈투트가르트를 떠나 뮌헨으로 이동하는 날이다. 쾌적하고 안락한 숙소를 떠나려니 다소 아쉬운 마음이다.
뮌헨으로 가는 길인데 눈이 내린다. 제설시스템이 잘 되어 있는지 길에 눈이 쌓이거나 통행이 불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독일을 거쳐 스위스로 가는 우리 여행 일정 상 슈투트가르트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경로에 있는 뮌헨을 들러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루트이긴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 뮌헨을 거쳐가는 가장 큰 이유는 BMW 박물관 관람이다. 앞서 말했듯, 독일 여행의 큰 테마는 워니의 희망에 따른 자동차 여행이다. 해서 뮌헨의 첫 여행 목적지는 BMW 박물관.
슈투트가르트에서 2시간 여를 차를 몰고 달려 도착한 뮌헨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있다. 늘 다니던 길이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초행길에 눈까지 많이 내리니 운전하는 중에 다소 긴장감이 올라간다.
독일차 박물관 도장 깨기 3탄! BMW 박물관에 도착했다. TMI이긴 하지만 BMW 오너드라이버로서 평소 BMW 자동차에 대한 나름의 신뢰와 애정을 갖고 있었기에 앞서 2개 박물관 대비 가장 기대가 컸었다.
박물관 전시 내용은.. 글로써 여기 지면에서 생생히 전달하긴 어렵다. 며칠간 계속 자동차를 많이 봤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자면 여기가 거기 같고, 거기가 여기 같고 그랬다. 슬슬 지겨워지는 순간이다. 특히 첫째 써니는 그냥 따라다니기는 하는데 이제 별 감흥이 없어 보인다. 다만 자동차를 좋아하는 워니만 수일에 걸칠 자동차 구경에 지치지 않은 모습이다.
3개 자동차 박물관을 돌아본 후기를 남겨보자면,
포르셰 박물관은 스포츠카에서 출발한 그 아이덴티티에 집중한 느낌이었다. 반면 벤츠는 시대 흐름에 따라 발전해 온 자동차란 카테고리의 변천사 안에서 벤츠가 차지하는 위치, 즉 자동차=벤츠 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전시가 아니었나 싶다. 일반 세단부터 스포츠카, 게다가 버스, 트럭, 앰뷸런스까지 다양한 자동차 종류를 총망라하는 자동차 백과사전 같은 느낌을 주는 박물관이었다. 마지막으로 BMW 박물관은, 움직이는 물체=달구지의 본질인 "엔진", 구동 원리에서의 자기들의 강점을 강조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개인적 소감임을 밝힌다)
아마 개개인들마다 취향이 있고 선호하는 측면이 있을 거라 원픽 자동차가 다르긴 하겠지만, 죽기 전에 하나의 자동차를 마지막으로 타야 된다고 하면 나의 선택은 OOO.
관람을 마치고, 워니는 3개 회사 도장 깨기 퀘스트를 달성한 기념으로 BMW 미니어처도 득템.
도로사정이 더 나빠지기 전에 뮌헨에서 머물 숙소로 이동했다. 뮌헨 시내는 아니고 시 외곽에 위치한 숙소였는데, 눈이 많이 와서 마을 초입에서 집을 찾아가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었다. 자동차에 체인도 없고 타이어 스프레이도 없어서 행여 미끄러질까 마음을 졸인다. 오르막을 오를 때 살짝 바퀴가 헛돌기도 했고, 시 외곽이고 시골길이라 가로등이 많지 않아 어둡기도 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무사히 도착.
뮌헨의 숙소도 (독일 숙소들이 대체로 그런 시스템인 거 같은데) 아래층을 우리가 쓰고, 위층에 주인이 거주하는 집이었다. 50대 부부가 주차하는 차까지 나와서 우릴 반겨주었다. 눈이 많이 오는데 찾아오느라 고생했다 하시며 숙소 안 여기저기 설명도 친절히 해주셨다. 귀여운 고양이도 있었다. 저녁 식사를 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음식 냄새가 집안 가득했다. 그 냄새를 맡으니 우리도 급 허기가 졌다. 눈이 많이 와서 숙소 찾아오기도 어려웠는데, 나가서 먹기에도 마트에 다녀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한국에서 가져온 비상식량으로 간단히 저녁을 해결했다.
눈길 운전으로 나도 모르게 긴장을 많이 했었는지, 저녁까지 먹고 나니 긴장이 풀리면서 피로가 몰려왔다. 아이들과 순서대로 씻고 쓰러지듯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