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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o Curly Choi Jun 02. 2023

[아이들과 유럽 자동차여행 40일] - 3화.

여행 준비3 - 여행 루트, 차량&숙소 계약

파리에서 시작해 로마까지 가는 여정은 정해졌고, 어떤 길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며 3개의 루트를 선정했다. 그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어쩌면 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 모르겠다. 이번 여행의 주요 목적이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유럽 자동차 여행의 꿈을 이루는 것일 수도 있으나,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과 추억이 되어야 하니, 그들의 기호와 취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첫째 써니는 그림에 관심이 많으니, 다니는 곳곳에서 미술관 투어를 하는 것으로 계획을 짜면 될 것 같은데, 둘째 워니는 초등학교 4학년 남자 아이라 솔직히 아무리 유명한 명화라고 해도 별로 관심이 없다. 누나 취향에 따라 미술관만 다니다가는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치기 어려울 듯싶었다. 최근 워니의 관심은 오로지 자동차다. 어려서부터 차를 좋아했고, 조종하는 것, 운전하는 것들을 다 좋아하는 워니는 이번 여행에서 꼭 하고 싶은 것으로 독일 자동차 회사들의 박물관 방문과 무엇보다 아우토반에서 시속 200km로 달려보고 싶은 것이라 했다. 아무래도 이번 여행이 초등학교 4학년 남자아이의 취향에 맞춰져 있지는 않다. 물론 유럽에 가서 꼭 무엇을 하진 않더라도 함께 다니는 것 자체가 좋은 경험과 공부가 되겠지만, 그래도 긴 여행을 평화롭게 다니려면 - 물론 평화로운 여행은 애초 기대해서는 안 되는.. - 아이에게도 때때로 재미 요소가 있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3번째 루트에 독일을 넣었던 것이라 3번 루트가 가장 강력한 후보가 되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여행하는 시절이 겨울이다 보니, 독일쪽은 다소 춥고 눈도 많이 올 것 같아서, 자동차로 다니는 여정이 걱정이 되었다.

독일을 간다면, 이탈리아 로마로 가는 길에 스위스도 지나가야 하고, 그러면 미끄러운 겨울 얼음길을 주행해야 하는데, 열악한 도로사정에 따른 안전이 걱정이 되었다. 인터넷에 관련해서 정보를 찾아보니,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 중 어떤 이들은 괜찮다며 원래 눈이 많은 지역이라 제설 기술도 뛰어나서 바로바로 눈이 처리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겨울엔 절대 그 루트는 피해야 한단다. 고민하다가 수년 전에 회사 주재원으로 독일에 파견 나갔다 온 학교 선배형이 떠올랐다.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그 주변 국가에 계절에 따라 여행을 다녔으리라 생각이 되어 전화를 해서 현지 사정을 물어보았다.


"괜찮아~! 아무 문제없어! 나도 겨울에 독일, 스위스 다 여행 다녀봤는데 잘 다녔어. 거기 사람들 겨울에 다 여행 다녀. 걱정하지 마!"


그 형의 성향이, 어떤 일을 겪을 때 걱정을 많이 하기보다는 리스크를 무릅쓰고라도 행동에 옮기길 좋아하는, 달리 얘기하면 무조건 Go! 하는 단순무sik 스타일의 형이라 그 조언을 100% 믿고 마음을 놓기에는 조금 염려가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은 달리 알아볼 방도가 없고, 그래도 아는 사람이 내가 아이들과 함께 가는 여행임을 알면서도 괜찮다고 하니, 믿어 보기로 했다.


그래서 결국은 나의 버킷리스트 속에 워니의 버킷리스트를 끼워 넣어 둘 다 이루어보기로 하고, 루트는 3번으로 결정했다. 3번 루트를 다시 정리해 보면,  프랑스 파리에서 출발해 서쪽으로 독일, 그리고 아래 스위스, 그리고 프랑스로 다시 돌아와 프랑스 남부를 들렀다가 이탈리아로 넘어가는 여정이다.

; 파리 - 프랑스 동부 스트라스부르 - 콜마르 - 독일로 넘어가 슈투트가르트 - 뮌헨 - 보덴호수의 대표적 관광지 콘스탄츠 - 스위스로 넘어가 루체른 - 인터라켄 - 베른 - 프레디 머큐리의 도시 몽트뢰 - 프랑스로 넘어가 아비뇽 - 아를 - 엑상프로방스 - 니스 - 모나코 - 이탈리아로 넘어가 제노바 -  밀라노 - 볼로냐 - 피렌체(플로렌스) - 피사 - 오르비에토 - 로마


여정을 결정하고 나니 한결 복잡했던 머리 속도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이번 여행의 출발은 아이 둘과 나, 셋이서 시작하지만, 중간에 아내가 합류할 계획이다.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아내는 전체 일정을 다 함께 할 수는 없고, 총 40일 중 마지막 10일을 함께하기로 했다. 아내는 2/11일 인천을 출발하여 우리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를 경유하고 이탈리아 밀라노로 들어와 우리와 조우할 것이다. 그렇게 완전체로 합체하여 나머지 이탈리아 여정을 돌고 함께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계획을 짰다.


여행 루트도 결정했으니, 남은 것은 차량과 숙소다. 먼저 차량은 처음엔 당연히 렌터카를 이용할 생각이었다. 전체 일정을 다 렌터카로 다닐 것인지, 장거리 이동은 기차 또는 비행기로 하고, 방문한 지역에서 그 인근 주변을 여행할 때 짧게 짧게 렌터카를 빌려서 여행을 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이 있고 아무래도 겨울이라 짐의 부피가 크기 때문에 매번 기차역이나 공항으로 이동하는 것이 번거롭게 불편할 것 같아서 전체 일정을 차량을 빌려 이용하는 것이 낫겠다 생각했다. 그래서 차량 렌트를 알아보던 중, 신차 장기 리스란 상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자국 자동차 회사들의 홍보 마케팅 차원으로 외국 여행객 대상으로 자국 자동차 브랜드 (푸조, 르노, 씨트로엥)를 면세로 장기 리스해 주는 상품이었다. 렌터카와 비교해서 장단점이 있으나, 장기리스는 최소 30일 이상을 빌려야 하므로 한 달 이내의 짧은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은 이용할 수가 없다. 차량 브랜드가 프랑스 차로 정해져 있는 것이긴 하지만 따져보면 볼수록 우리처럼 40일을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장기리스 차량이 어떤 측면으로 보나 이득인 것 같았다. 어떤 렌터카는 이동할 수 있는 국가의 제한이 있다거나 주행거리 제한이 있기도 하고, 보험도 풀커버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장기리스 차량은 공장에서 갓 생산되어 나온 따끈따끈한 새 차를 받는 데다 이동거리 제한이나 국가 제한이 없고 유럽 어디서나 어떤 사고든지 보험처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다만, 하나의 작은 단점이라면 계약자의 직계가족만 (남편, 아내, 혹은 부모) 운전이 가능하다는 것. 혹 친구들끼리 여행을 같이 다닌다면, 그중 한 명이 독박 운전을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크게 걱정할 것이 없는 단점이었다.

더 이상 따질 것도 없이 장기리스 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푸조와 씨트로엥에 문의를 넣었는데, 당시로서는 씨트로엥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푸조는 1월에 리스 가능한 차량이 없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씨트로엥 쪽에서는 차량이 가능할 것 같은데, 11월 중순에 1월 차량계획이 발표가 되니 연락처를 남기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 내가 차량 문의를 했던 시기는 10월 초였다 - 11월 중순이라면.. 여행 떠나기 2달이 채 안 남은 시점인데, 너무 임박하여 차량이 준비 안된다는 통보를 받으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보험용으로 여행 전날까지 취소가 가능한 렌터카도 함께 예약을 하고 기다렸다. 결과적으로 11월이 되어 문제없이 차량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씨트로엥 C5 크로스컨츄리 차량 리스를 계약하였다. 우리나라 차량 중 투싼이나 스포티지 보다 살짝 큰 사이즈로 보면 될 것 같다. 연비가 좋은 디젤엔진을 선택했고, 유럽에는 대부분 수동변속기 방식을 이용한다지만, 우리가 계약한 차는 오토매틱 방식이었다. 물론 수동변속기 방식이었어도 가능은 했다. 이래 봬도 필자가 1종보통 면허에 운전병 출신이라 수동변속기 차량도 운전은 가능했으나, 알아서 오토매틱으로 배차를 해주셨으니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지만, 처음 파리에서 차량을 받고 뒤 트렁크에 캐리어를 싣는데, 생각보다 트렁크 공간이 작아서 가방을 요리조리 테트리스 하듯 맞춰서 넣어야 했다. 그래도 여행을 마칠 시점에 전체 여정을 돌이켜봤을 때, 씨트로엥 차량은 큰 문제없이 잘 달려주었고, 대체로 만족할만한 성능을 발휘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아우토반에서 그 한계를 살짝 보여주어 워니가 다소 실망하기는 했었다.


# 장기리스 관련하여 한 가지 더 알아두면 좋을 포인트. 장기 리스 차량은 유럽 주요 도시에서 인수 및 반납을 할 수 있다. 차량 인수 때는 어디서 받으나 상관없지만 반납을 프랑스 외 다른 국가에 하게 되면 프랑스 파리로 차를 돌려보내는 탁송비를 우리가 부담해야 한다. 즉 로마에서 차를 받아서 파리로 반납하면 탁송비가 없지만, 같은 여행길이지만 파리에서 차량은 인수하여 로마에서 반납을 하면 다시 프랑스로 돌아가는 탁송비는 여행자 부담이다. 탁송비가 거의 400유로 정도 나왔으니 제법 비싼 편이다. 나는 이 사실을 비행기 예매한 이후에 알게 되어서 어쩔 수 없이 탁송료를 내야 했지만 미리 알았더라면 최종 종착지를 파리로 해서 탁송비 부담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혹 추후에 장기리스 차량을 이용하려는 여행자는 탁송비 관련해 미리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차량도 준비되었고, 이제는 숙소를 정해야 했다. 숙소는 이미 언급했듯 1박에 15만 원 내외로 예산을 잡았다. 숙소를 알아보는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리는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등을 통해 알아보았다. 3박 이상 머무르는 곳에서는 에어비앤비를 이용해서 원하는 가격대의 숙소를 검색했다. 가급적이면 슈퍼호스트의 숙소를 선택했다. 무엇보다 후기를 중요하게 살펴보았다. 최근에 올라온 후기들 중심으로 주의 깊게 봤고, 아무래도 우리가 여행 갈 시절이 겨울이니 난방에 문제가 없는지를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후기들을 살펴보면 '사이트에 설명되어 있던 그대로예요..', '중심가로 나가기에 교통이 편리했어요..', '호스트가 정말 친절했어요..'등의 후기가 대체로 많았는데, 나는 '집이 따뜻하고 포근했어요..'라고 후기가 있다면 일단 좋아요 버튼을 눌러 유력 후보로 선정했던 것 같다. 물론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나온 집 소개 사진은 가장 상태가 좋고 어쩌면 다소 꾸며진 사진이라고 보면 된다. 방문했던 어떠한 집도 에어비앤비 사이트에 소개된 사진보다 실제가 더 좋았던 집은 없었다.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에어비앤비 외에 부킹닷컴이라는 앱도 유용하게 활용했는데, 주로 이동 거리가 길어 중간에 하룻밤 머물러야 하는 경우 1박 투숙은 주로 호텔을 이용했고 그럴 경우 부킹닷컴에서 예약을 했다. 이번 여행 중 총 15개의 숙소를 거쳤는데, 대부분 에어비앤비 숙소였으나 그중 3개는 호텔에서의 1박이었다. 우리가 머물렀던 숙소는 추후 쓰게 될 여행기에서 자세하게 소개하기로 한다.


숙소까지 예약이 끝나면 여행을 떠나는 데 있어 90%의 준비가 끝났다고 봐야 한다. 이제 남은 할 일은 머무를 도시에서 무엇을 할지.. 구체적 일정을 짜는 것과, 여행 떠나기 전에 현지에 가서 먹을 반찬, 밀키트, 라면 등등의 비상식량을 준비하는 일이다. 분단위 초단위 계획을 짜는 것은 아내가 많이 도와줬다. 어딜 가면 어디가 좋다더라, 어디는 꼭 가봐야 해. 그리고 어떤 식당이 유명하니 거기서 무엇 무엇을 꼭 먹어보도록 해.. 등등의 이야기를 해줬고, 어떤 것은 엑셀 파일에 어떤 것은 구글맵에 등록, 또 어떤 것은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두었다. 물론 미리 적어가고 계획했던 일정대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이유로. 예컨대, 아이들의 컨디션 난조, 하필 그날 따라 가게 또는 박물관의 휴일, 또는 날씨의 문제 등등. 그래도 여행 떠나기 전 어느 정도의 세세한 일정을 준비해서 떠나는 것은 그러지 않는 것에 비해 백번 유리하고 필요하다. 성향에 따라 미리미리 준비하는 여행보다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정처 없이 떠도는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것도 나름 낭만 가득한 여행이 되겠지만,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에서는 세세한 계획을 세워 가는 것을 개인적으로 추천한다.


현지에 가서 여행 다닐 때 식사는 낮에는 주로 현지 식당을 이용하고 아침과 저녁은 현지마트에서 간단히 먹을 음식들을 사서 조리해 먹었다. 매번 밖에서 사 먹기엔 빡빡한 예산도 문제였고, 피곤한 상태에서 식당을 찾아다니는 것도, 어두운 밤에 주차할 곳을 알아보는 것도 여간 피곤한 일이 아니었다. 참고로 유럽은 겨울에 해가 빨리 떨어져 오후 5~6시만 되면 캄캄해진다. 그래서 주로 저녁은 집에서 직접 해 먹었는데, 이틀에 한번 꼴로는 한국에서 가져간 한국 음식 재료들로 한식을 먹었다. 한국에서 가져간 음식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생쌀과 긴급할 때 먹을 햇반 대여섯 개, 진공 포장된 김치, 조미김, 비비고나 동원에서 나온 간편식 찌개류 (된장찌개, 김치찌개 등), 깻잎 통조림 반찬 등은 기본이었다. 그리고 아침에 간단히 먹을 소분 포장되어 있는 누룽지, 간장계란밥 해 먹을 수 있게 나온 간장, 참기름팩,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라면을 종류별로 총 15개 정도 챙겼다. 우리는 작은 캐리어 하나를 음식으로 채워 갔는데, 일정에 따라 적절하게 나눠 먹다 보니 여행 마칠 때쯤 딱 맞게 현지에서 다 처리하고 캐리어 하나를 현지에서 산 선물과 기념품으로 채워 올 수 있었다. 물론 중간에 한식 마트를 발견하여 쌀, 김치 라면 등을 추가로 구매하였고, 아내가 밀라노에서 합류할 때 한국에서 보충 반찬을 가져와서 크게 한식에 대한 아쉬움은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었다.


이제 여행을 위한 중요한 준비는 끝이 났고, 아이들 방학 시작과 함께 여행을 떠날 일만 남았다. 비행기표를 살 때만 해도 아득히 멀었던 여행 출발일이 어느덧 코앞에 다가왔고, 우리의 좌충우돌 여행은 그렇게 시작이 되고 있었다.


-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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