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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o Curly Choi Jun 07. 2023

[아이들과 유럽 자동차여행 40일] - 4화.

여행 준비4 - 여행 출발 직전 준비할 것들

짧은 패키지여행이 아닌 장기 해외여행 준비해 본 분들은 알겠지만, 굵직굵직한 여행 준비는 여행 두어 달 전에 이미 완료가 된다. 비행기, 렌터카, 숙소, 교통 관련 패스 등등.. 사실 비행기만 미리 사더라도 여행을 떠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아이들과 하는 여행이라면 숙소도 미리 다 잡아두는 것이 마음 편하다. 현장에서 숙소를 잡느라 헤매는 것은 아이들의 안전을 생각할 때 여러모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차량도 미리 하지 않으면 예산에 맞는 적당한 차량 구하기가 어려울 수 있고, 혹시나 차량을 구할 수 없다면 여행 전체의 계획이나 여행 컨셉, 심지어 여행 루트마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다.  


23년 1월 출발하는 여행이지만 우리의 여행준비는 11월 말까지 대부분 끝났고, 세세한 여행 일정 등을 점검하고 다시 정보를 찾고, 계획을 수정하고 하는 일들이 출발 전까지 반복되었다. 물론 여행 세부 계획은 아내가 담당하고 나는 대부분 수용(?)하는 편이었다. 사실 나는 여행 전에 여행 세부 계획을 꼼꼼히 짜는 스타일은 아니다. 대강의 루트를 정하면 일단 여행을 가서 발길 닿는 데로 다니다 보면 새로운 정보를 접하게 되고 뜻하지 않은 숨은 보물을 만나게 되고 하는 묘미가 있는 것이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내는 그렇지 않다. 여행 떠나기 전에 모든 계획을 짜두어야 마음이 편한 스타일이다. 굳이 MBTI 성향 차이라 언급하지 않더라도, 평소에 그런 성향의 차이가 있어서 여러 번 여행 전에 부딪히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서로의 다름을 알고 있어서 그러려니 하는 단계에 왔다. 그러니 나는 사전에 그렇게까지 세부적인 여행계획을 짜는 것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아내가 그렇게 해야 마음이 편하다는데 굳이 못하게 말리고 그럴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아내가 열심히 엑셀파일에 작성했던 시간단위, 분단위 여행 시간표 파일을 깜박하고 집에 두고 떠났다. 일부러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아무래도 내 입장에서 필요한 것이 아니다 보니, 짐 패킹하면서 소홀히 여겼던 것 같다. 그래도 중요한 정보는 머릿속에, 스마트폰 메모장 등에 기록되어 있어서, 여행 다니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여보 땡큐~


드디어 여행 출발 일주일 전. 서울로 떠나기 전날이 되었고 짧지 않은 여행을 떠난다고 이웃들이 조촐하게 환송 파티를 준비해 주셨다. 그러고 나니 여행을 떠난다는 사실이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오랜 기간 떠나는 여행이라 챙겨야 할 짐들이 많아 이것저것 넣다 보니 큰 캐리어가 3개가 되었다. 큰 짐이 많고 제주도 집에 차량을 오래 세워두는 것이 신경이 쓰이기도 하여, 차에 짐을 싣고 직접 운전하여 서울로 올라가기로 했다. 유럽에 가면 한 달을 넘게 차량으로 여행을 해야 하는데, 미리 연습을 좀 해두자며 아이들을 설득했지만, 아이들은 처음부터 지치기 싫다며 비행기 편을 요구했다. 그래서 결국 아이들은 하루 전 저녁에 비행기에 태워 서울로 보내고, 나 혼자서 차를 몰아 제주를 출발했다. 제주항에 도착해 차를 배에 실었다. 제주에서 육지로 나가는 항로는 여러 개가 있다. 제주-목포, 제주-완도, 제주-녹동, 제주-여수, 제주-진도 등. 나는 최단거리로 육지에 닿을 수 있는 완도행을 선택했다. 제주에서 완도까지 3시간. 완도에서 서울로 운전을 해서 새벽에 집을 출발한 후 거의 12시간 후에 아내가 머무르고 있는 서울 처가에 도착했다.




그날로부터 여행을 떠나기 전 챙겨야 할 것들을 하나씩 준비하기 시작했다.


먼저 40일 동안 여행을 다니며 사용할 데이터 로밍을 준비했다. 통신사에 로밍 상품이 있는데 가입도 편하고 통화료도 제공되고 현지에 도착해서 전화기 전원을 켜면 바로 사용가능하니 편리하긴 해도 가격이 비싼 편이다. 통신사 로밍 외에 요즘은 esim이라고 물리적 sim카드를 따로 사지 않아도 esim 등록 번호만 이메일로 전송받고 현지에 가서 폰에 상품번호를 등록해 (충전 개념) 사용할 수 있는 상품들이 있다. 통신사 로밍에 비해 가격이 많이 저렴한 편이다. 스마트폰은 나와 첫째 써니가 사용하고 있으므로 우리 둘을 위한 로밍을 준비해야 했다. 일단 통신사 로밍으로 나는 10G 데이터+60일간 통화료 무제한 상품을 가입하고 써니는 5G 데이터+30일 통화료 무제한 상품에 가입했다. 그리고 추가로 esim을 내가 쓸 20G 상품 하나와 써니를 위한 10G 상품 하나를 구매하여 챙겨갔다.  통신사 로밍 상품을 가입한 이유는 10G 데이터 외 60일간 통화료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통화를 할 일이 많지는 않더라도 숙소를 찾아갈 때 길을 헤맨다면 숙소 호스트와 긴급히 통화를 할 일이 생길 것이고, 오랜 기간 아이들과 우리의 안부가 궁금할 한국에 있는 가족과 통화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했다. 그리고 혹시나 여행 중 아이들과 서로 떨어져 있게 되는 경우 - 나 혼자 마트를 간다던지, 아이들에 짐을 맡기고 주차를 하러 간다던지 하는 경우 - 전화가 있는 첫째 써니와 비상 연락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었다. 통신사 로밍과 esim까지 로밍을 여러 개 구입하면 비용 부담이 되긴 하겠지만 우리의 여행 기간이 짧지 않기 때문에, 이런 것은 약간의 부담이 되더라도 부족하지 않게 준비하는 것이 좋겠다 판단해서 넉넉히 준비했다.


여행이 끝난 지금 돌이켜보면 여행을 다니면서 나는 데이터를 그렇게 많이 사용할 일이 없었다. 중간중간 길을 찾기 위해 구글맵 사용 시 쓰는 데이터, 차량 운전할 때 내비게이션이 필요하니 그때 쓰는 데이터, 그리고 음악 스트리밍 - 데이터를 아끼기 위해 저음질 음원 옵션 선택 - 할 때 쓰는 데이터 정도가 다였는데, 여행 중반 이후는 데이터가 많이 남아서 그것을 소진하기 위해 음악 스트리밍 음원 옵션을 고품질로 바꿔 듣곤 했다. 오히려 나보다는 써니가 데이터 사용량이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차량으로 장시간 이동해야 하는데 나는 운전을 해야 하니 이동 중에 스마트폰 사용할 일이 없는데, 아이들은 차 안에서 특별히 할 일이 없어 이것저것 영상도 보고 인터넷도 하고 하다 보면 데이터 사용량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 내가 쓰려고 준비해 간 20G 데이터 esim을 써니에게 등록해 주었는데, 써니는 여행 끝나기 전에 20G 데이터를 다 사용하고 나중에는 내 전화기에 핫스팟 연결해서 내 데이터까지 빼앗아 썼다.


로밍 다음으로는 여행자 보험. 보험 가입 때는 늘 그렇지만, 어느 정도 수준으로 보험을 가입해야 하나 한 번씩은 고민을 하는 것 같다. 여행 많이 다녔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특별한 사건 사고를 당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짧은 여행 갈 때는 보험가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은 살면서 가장 오랜 기간 떠나는 여행이고 차량을 직접 운전하는 여행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행자 보험도 든든하게 가입할 필요가 있겠다 생각했다. 자동차 보험으로 사용하고 있는 삼성화재 다이렉트 앱에서 여행자 상품을 검색하여 크게 '묻거나 따지지' 않고 플러스 상품으로 가입 완료.


그다음은 상비약을 준비할 차례. 감기약이나 소화제 등은 아이들과 성인용이 따로 나오기에 각각 보관 관리하기 편하게 개별 포장되어 있는 것으로 준비하고, 상처 났을 때 바를 연고, 반창고, 물이 바뀌어 배탈이 날 수 있으므로 지사제 정로환, 그리고 비염이 있는 나를 위한 알레르기약, 차 오래 타면 멀미하는 써니를 위한 멀미약 등을 주로 챙겼다. 특히 감기약은 종합감기약, 해열제, 기침감기약, 코감기약 등등 이 많은 감기약이 다 필요할까 싶을 정도로 여러 가지를 골고루 챙겼는데, 결과적으로 여행 다니면서 거의 다 복용했다. 여행 초기에 시차 적응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행을 다니다 보니, 아이 둘 그리고 나까지 순차적으로 감기기운에 걸려서 고생했었고, 가지고 갔던 감기약을 요긴하게 사용했다. 물론 감기약 같은 것은 부족하면 현지에서도 살 수 있지만, 아이들은 늘 예고 없이 열이 나고 아프므로 출발할 때 여유 있게 챙겨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리고 여행 중 피로회복이나 컨디션 관리를 위한 비타민도 함께 챙겼다.


제주도에서 출발하기 전 이웃분들이 여행 잘 다녀오라며 소소한 필수 준비물품 등을 챙겨주셨다. 여행용 물티슈&티슈, 볶음고추장, 비타민 등등. 여행 중 아주 요긴하게 잘 사용하였다. 이 지면을 빌려 감사의 말씀 다시 전한다.


서울에 있는 일주일 동안 이런저런 소소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준비물들과 서비스 가입을 마치고 나니 여행 출발 전날이 되었다. 모든 것을 꼼꼼하게 잘 챙긴다고 챙겼는데도 뭔가 빠진 것이 있는 것 같고, 안 챙긴 것은 없는지 걱정이 되었다. 늘 여행 출발 이후에 빠뜨리고 온 무언가가 번쩍 생각나 뒤통수를 때렸었기 때문에. 다시 확인하고 챙기고, 빠진 것을 점검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여권, 국제 운전 면허증을 다시 확인하고 캐리어 패킹 벨트를 다시 한번 조여 맸다. 준비는 다 된 것 같다. 이젠 여행을 즐길 마음과 약간의 설렘을 장착할 일만 남았다.

나와 아이들에게 어떤 즐거운, 혹은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할 여행이 될지 내심 기대가 되었다. 부푼 마음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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