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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o Curly Choi Jun 30. 2023

[아이들과 유럽 자동차여행 40일] - 10화.

여행 3일차 (23.1.13) 2편 - 씨넬리에 화방, 바토무슈

모네, 피카소 등 유명 화가들이 찾았다는 씨넬리에 화방은 그 역사가 100년이 넘는다 한다. 첫째 써니는 그림 그리기는 취미가 있다. 아직 전문적으로 배운 것은 아니지만 비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린 지는 오래되었다. 애니메이션 그리기에도 취미가 있어 초등학교 졸업할 때 자기 반 졸업 기념 문집에 표지를 직접 그리기도 했다. 근래 들어 일주일에 한 번 나가는 미술학원에서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고, 화가 지망생까진 아니어도 혹시 모를 미래의 꿈을 키우는데 흥미를 더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씨넬리에 화방을 찾게 되었다.

씨넬리에 화방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오래된 가게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사실 나도 제대로 된 화방이란 곳을 거의 처음 와보는 것이라 생소하고 신기하다. 오색 찬란한 색상의 물감부터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붓, 스케치북 등이 진열되어 있다.  우리처럼 여행객들이 그저 구경하러 많이 들리는 곳인지, 일하시는 분들이 우리에게 특별한 시선을 보내지도 않는다. 사실 화방이라는 곳이 어딜 가나 이와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오래되었고 유명한 화가들이 이용하던 곳이라는 스토리가 더해지니 특별한 화방이 된 것이겠지.

역시 써니는 이것저것 관심이 많다. 기념품 가게에서 처럼 사고 싶은 것도 많다. 최대한 자제시키며 가게를 둘러본다.  

각종 미술 도구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
색깔 테스트 하는 패드도 뭔가 예술적으로 보인다
방문 기록 메모들과 씨넬리에 과거 모습 사진들

2층으로 올라가니 화방에 방문한 여행객들이 남긴 메모장이 한쪽 벽면에 가득하다. 단순한 화방이 아님을 그대로 말해주는 것 같다. 우리도 방문 흔적을 남기고 싶었으나 메모지를 찾지 못해 포기. 오랜 시간 동안 여기를 거쳐갔을 화가, 화가지망 학생, 유학생, 여행객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계단을 오르는 중간 벽면에는 과거 씨넬리에 화방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을 벽에 전시해 두었다. 가게는 늘 같은 곳에 있고 간판도 그대로인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주변 배경이 달라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오랜 세월이 나지막이 옛날이야기를 전해주는 것 같아 새로운 감상에 젖는다.


화방을 나와 오늘의 마지막 일정인 바토무슈를 타기 위해 선착장으로 향한다. 선착장은 걸어서 15~20여분 거리에 있다. 버스를 탈까 하다가 오늘 점심을 부실하게 먹었으니, 걸어가다 발견하게 되는 레스토랑에서 이른 저녁을 해결하기로 한다.

구글맵을 열어 식당을 검색하면 내가 있는 곳 근처에 식당들 리스트가 나오고 식당들의 별점도 함께 표시된다. 미리 맛집을 알아두고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면 구글 별점을 확인하고 찾아가면 거의 실패하는 일은 없다.

우리가 가는 동선에 있는 식당 중 하나를 골라 들어갔다. 평범한 퓨전 레스토랑으로 기본적인 파스타와 피자, 그리고 햄버거 등이 메뉴로 있었다.

이제나 저제나 음식을 기다리는 아이들

초딩 입맛 아이들이라서 아예 새로운 메뉴를 시도하지는 못하고, 이전에 한번 먹어본 음식들 위주로 주문한다. 파스타를 좋아하는 써니는 봉골레, 입이 더욱 짧은 워니는 저스트 햄버거, 나는 토마토 베이스의 양파스프를 주문했다. 음식은 특별하지도 평범하지도 않은 평타 수준. 종일 빵만 먹고 있는 아이들은 저녁은 집에서 한식을 먹자고 한다. 3끼 연속 현지식은 무리다. 특히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현지식이란 것이 별로 없어서, 툭하면 파스타 아니면 피자, 햄버거 일색이라 3끼 연속으로 현지식을 먹다 보면 입맛이 느끼해져서 설사 배가 많이 고픈 상태라 하더라도 잘 삼켜지지가 않는 것 같았다. 그래서 2번에 한번 정도로는 꼭 한식을 먹어줘야 군소리 없이 여행을 따라다니는 아이들이다.


그렇게 또 한끼를 떼우고..

아이들과 여행을 하다 보면 끼니 챙겨 먹이는 것이 참 큰 일이다. 혼자 배낭여행을 다닌다면 한 끼 정도야 그냥 넘어갈 수도 있고, 빵 한 조각에 주스 한 잔으로 간단히 요기할 수도 있고 그런데, 아이들을 데리고 여행을 할 때는 아무래도 음식이 부실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다. 한창 클 시기의 아이들인데 밥이 부실하여 뭔가 문제라도 생길까 걱정되고, 못 먹어서 어깨가 축 쳐진 채 비실비실 거리거나 왠지 모르게 핼쑥해진 얼굴을 보면 그렇게 마음이 불편할 수가 없다. 나는 육아를 직업(?)으로 하고 있다 보니 아이들 밥 챙기고 하는 것은 이제 제법 익숙한 편인데, 그래도 요리 재료나 양념 같은 것들이 평소 사용하는 것과 다르니 집에 있을 때처럼 뚝딱 끼니를 준비하는 것도 만만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주로 선택하는 방법은 한국이나 현지에서나 맛이나 퀄리티에 큰 차이가 없는 육고기를 주로 사다가 먹이는 것. 아이들도 잘 먹고, 영양적으로도 나쁘지 않아서 여러모로 좋은 방법이다. 물론 그것마저도 너무 빈도가 높으면 저항에 부딪히기도 한다.


식당을 나와서 선착장으로 천천히 걷는다. 자동차를 빌려 다니는 여행이지만 첫 여행지인 파리에서는 아무래도 시내 교통 상황이나 주차장 문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낫다. 여행오기 전에 파리 시내 운전을 해본 여행객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도 파리시내에서는 운전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도착 첫날 빌린 우리의 자동차는 숙소 주차장에서 잘 쉬고 있다. 앞으로 먼 길 가야 하니 지금은 좀 쉬도록 두는 게 낫다.


멀리 센강변에 바토무슈 선착장이 보인다. 5년 전 파리에 왔을 때도 바토무슈를 이용해 파리의 야경을 봤었다. 뭘 또 타나.. 하겠지만 아이들이 컸다. 특히 워니는 5년 전에 7살이었는데, 여행 다녔던 곳들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다시 타도 좋다. 한강 야경을, 서해안 석양을, 제주도 오름에서 바라본 제주 바다가 두 번 본다고 별로였던 적은 없다. 그런 마음으로 바토무슈도 다시 타기로 했다.

5년 전에 탈 때는 10월경이었는데도 밤에 강바람이 매우 찼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 여행은 1월이므로 더욱 추울 것이라 옷을 단단히 껴입었다. 선착장으로 가는 길도 바람이 매서웠다. 선착장 도착했는데, 다음 배 출발까지는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선착장 대기실로 들어갔더니 또 기념품 가게가 있다. 또 애들은 무언가를 사고 싶어 한다. 녀석들 참...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좋은 자리 차지하기 위한 경쟁.. 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이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서둘러 나가 같이 줄을 섰다. 겨울이라 해는 빨리 지고 5시가 되지 않았는데 주변이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했다. 멀리 에펠탑이 화려한 조명을 뽐낸다.

바토무슈에 탑승하기 위해 기다리는 선착장에서 바라본 에펠탑

개찰이 시작되고 배에 승선한다. 1층은 실내, 2층은 실외인데, 아무래도 야경을 제대로 보려면 2층, 그중에서도 뱃머리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역시 강바람은 차다. 아이들을 모자와 목도리로 칭칭 싸매고, 패딩의 옷깃도 단단히 여민다.

바토무슈 선상에서 감상하는 센강 야경

건물들이나 다리들의 조명이 화려하다. 다시 보는대도 멋있고 낭만적이다. 바람이 차지만 아이들도 파리의 멋진 야경에 흠뻑 취한다. 바토무슈를 타고 가는 중간마다 유명한 장소에 대한 안내 방송이 나오는데 총 7개 언어로 설명을 해준다. 영어, 스페인어, 독일어, 잘 모르겠는 언어 1, 이탈리아어, 중국어, 한국어. 마지막 순서로 한국어 방송이 나오는데 반갑다. 재미있는 것은 그 7개 언어 중에 일본어는 없다. 분명 한때는 파리 관광객의 큰 비중을 차지했을 일본 사람들이 이제는 중국인이나 한국인에 숫자에서 밀린 건지.. 어딜 가나 일본어나 중국어 가이드가 있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큰 변화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것 같아서 뿌듯하고 흐뭇했다.

전날 낮에 지나갔던 노트르담 성당
탑중에 탑은 역시 에펠탑..ㅎ

배가 에펠탑에 근접했을 때 자리를 잡고 연신 사진을 찍어본다. 이렇게도 찍고 저렇게도 찍고. 남는 건 사진이야 하면서 한껏 관광객 모드로 열을 올려본다. 그렇게 추위를 이겨가며 파리의 야경을 구경하고 났더니 온몸에 뻐근하고 으슬으슬 춥다. 아이들도 좀 힘들어 보인다.

얼른 집으로 돌아가서 따뜻한 물에 샤워하고 몸을 좀 녹여야 될 것 같다. 저녁은 간단히 숙소에서 라면을 먹기로 하고 귀가를 서둘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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