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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o Curly Choi Apr 03. 2024

비가 내리고 새는 운다

바람은 고요하고 안개는 맑다


그날을 생각한다

스무 살

우리 머리 위로 내리는 비는

그날의 우리를 지켜보았다


빗소리 안주 삼아

빈 속에 부은 쓴 소주는 달았고

너저분한 차림으로

흔들리는 촛불 주위에 둘러앉은 우리는

아름다웠다


지금 내리는 비는

그날 내리던 비다


그날의 우리를 기억한 채

땅속에 스미고

바다로 흘러

오랜 세월 멀어진 우리의 거리처럼

머나먼 곳 헤매이다

오늘 여기 다시 내리는

그날의 비


비가 온다

그날의 우리도 함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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