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고 새는 운다
바람은 고요하고 안개는 맑다
그날을 생각한다
스무 살
우리 머리 위로 내리는 비는
그날의 우리를 지켜보았다
빗소리 안주 삼아
빈 속에 부은 쓴 소주는 달았고
너저분한 차림으로
흔들리는 촛불 주위에 둘러앉은 우리는
아름다웠다
지금 내리는 비는
그날 내리던 비다
그날의 우리를 기억한 채
땅속에 스미고
바다로 흘러
오랜 세월 멀어진 우리의 거리처럼
머나먼 곳 헤매이다
오늘 여기 다시 내리는
그날의 비
비가 온다
그날의 우리도 함께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