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영화가 이끄는 대로 찾아간 곳:'슈티'가 '거시기'?
<알로, 슈티(Bienvenue Chez Les Ch'tis)>의 도시 : 프랑스 북부 베르그
2023년 7월, 영화가 이끄는 대로 찾아간 '슈티'가 '거시기'한 작은 도시
내가 만난 프랑스인의 100%, 유럽인의 70%가 본 이 영화. 지금까지 프랑스인이 가장 많이 본 프랑스 영화 1, 2위는 <알로, 슈티(Bienvenue Chez Les Ch'tis)>, <언터처블: 1%의 우정(untouchable)>. 정보에 따라 순위가 뒤바뀐 경우는 있지만, 우연히도 두 작품 모두 번역했다.
<언터처블: 1%의 우정(untouchable)> 한국 개봉 당시 역대 수입 프랑스 영화 최고의 스코어를 기록한 거로 알고 있지만, <알로, 슈티(Bienvenue Chez Les Ch'tis)>는 한국에서 별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한국 개봉:2015년 / 프랑스 개봉:2008년)
오래전, <황산벌> 영문 자막 번역하면서 고생은 했지만, 사투리와 역사적인 맥락까지 뒤엉켜 있는 그 영화가 해외에서 팔렸다는 얘기는 '아직' 못 들었다. 그래서 드는 생각인데, 아무 데나 갖다 붙일 수 있다는 '슈티'는, 전라도의 '거시기' 정도 되지 않을까? ('거시지' 번역 문제로 오래전 인터뷰했던 기사를 찾아봤다 https://www.donga.com/news/more23/article/all/20031028/7995823/1)
<알로, 슈티(Bienvenue Chez Les Ch'tis)> 또한, 지역감정 및 심한 사투리가 스토리에서 중요하기에, 관객이 문화의 장벽을 넘기엔 어려움이 있었던 건 아닐까.
우체국 소장 '필립'은 우울증이 있는 아내 때문에, 날씨 좋은 프랑스 남부로 전근 가고 싶어 하지만, 일이 꼬이고 꼬여서, 최북단 벨기에 접경 지역 '베르그'로 징계형 발령을 받는다. 북극 추위, 길에 널린 알코올 중독자들, 알아듣지 못하는 사투리 등, 오해와 편견으로 혐오지역이 되어 버린 곳이다.
'슈티 프랑스어(Ch'tis-French)' 사전까지 있을 정도로 프랑스 표준어와는 상당히 다르다.
소통 문제는 갈등의 시작이거나 증폭이다. 그래서 '왜 이렇게 말을 못 알아 X먹어? 귀는 폼으로 뚫어놨냐?' 이런 욕도 있는 게 아닐까.
간단한 대화도, 돌고 돌아 한참 걸려야 이해가 가능하다. 돌다가 현기증에 쓰러질 지경이 된다.
예를 들면 이런 대사 :
영화 속 사투리는 늘 도전이지만, 창의력을 뿜어 보았다.
(원문은 프랑스어)
=====
가구는 다 어딨어요?
봐요!
존 소종이 고져곳어유이 (전 소장이 가져갔어요)
무슨 말이야?
조기 소모실로! (자기 사무실로)
- 뭐? - '소모실'
- 뭐라고? - '조기 소모실'!
이해가 안 돼
조기는 생선 아냐?
생선 얘기 안 했는데
생선 얘기 했잖아
내가 언제요?
조기를 어쩐다고?
아닌데!
생선을 소모해?
미치겠다!
'조기 소모실'!
조기가 왜 나와?
'소모실', 일하는 곳
'조기 소모실'이 '자기 사무실'?
우린 발음이 달라요
여기에선 다 그렇게 말하나?
당연하죠, 우리 사투리인 걸요
옆 나라 말도 섞어 쓰고
재미있어 미치겠군
It's not furnished!
The last director took the furniture with him
Why did he leave with the furniture?
Because it belongs to the 'dogs'
What dogs?
The furniture!
I don't understand!
The furniture belongs to the 'dogs'
The furniture belongs to the 'dogs', what do dogs do with furniture?
Why did he give the furniture to the dogs?
No! Not the dogs, (animals), but his 'dogs'!
Why are you saying that he gave it to them?
I've never said that!
You said 'dogs'!
You said, his furniture belongs to the 'dogs'...
Alright!
I said the furniture belonged to the 'dogs'!
It's what I'm telling you!
'Dogs' to him!
Aahhh it belongs to him!
Him not 'dogs'
Cats, dogs, damn, everybody is talking as you here?
Yes we are all 'ch'ti mi', everybody speaks this language!
I will have so much fun!
듣보잡 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어대는 이 사람들이, 필립에게는 야만인처럼 보인다.
Ah ichi dans ch'Nord, euh… eule fricadelle, tout le monde eule sait hein, ce qu'ya dedans, mais personne eule dit.
(영화 대사이기도 하지만, 지금도 프리카델 식당 앞에 이 문구가 붙어 있다)
In the North, everybody knows what there is inside of it!
But nobody says it!
안에 뭐가 들어있는데?
그건 말하면 안 되죠
북쪽 사람들은 그게 뭔지 다 알지만, 아무도 말 안 하다니까요
속사정은 이렇다. 품질이 떨어지는 고기를 모아서 만든 게 바로 이 프리카델이란 것. 미식가를 자처하는 이들에겐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음식 처지가 된 거다.
특별할 건 없지만, 체험용 한 끼로는 큰 문제 없는 메뉴이다. 필립은 영화 속에서 처음에 '웩!' 하지만, 차차 익숙해지고 좋아하게 된다. 지금도 인근 벨기에, 네덜란드에서 흔하게 볼 수 있다. 물론 개인적 취향에 따라서 평가는 매우 다르다.
필립이 이곳에서 첫 아침 식사로 먹게 된 치즈, 그의 눈빛에는 두려움이 가득하다.
체험자로서의 느낌은 브리 치즈보다 약간 향이 강한... 그러니 호들갑 떨 건 없는 '치즈'였다.
이곳은 작은 공동체이다. 편지를 배달하면, 편지 받은 사람은, 우편배달부에게 술 한잔 권하면서 그 편지에 담긴 사연을 얘기하는 게 낙이다. 우체국 소장 필립은 이런 '근무 중 음주'를 단속하기 위해서 앙투완을 따라나섰다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빠진다.
'슈티'스럽게 대낮 음주로 지역 주민과 소통하던 필립은, 그 재미를 알아 버린 거다. 그러다가 큰 사고를 친다. 노상 카페 테이블로 정면 돌진한 것. 지금도 이 카페는 영화 촬영지였다는 표지판을 붙여 놓고 기념한다.
화재와 전쟁으로 망가진 종탑 벨프리는 몇 번의 개보수를 거듭하면서 현재의 모습으로 이 마을을 지키고 있다. 프랑스 혁명 전에 만든 카리용이 15분마다 청명한 소리를 낸다. 206개 계단을 올라가면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바로 코 앞에서 종소리를 들을 수 있다.
영화에서처럼 앙투완이 그걸 연주하는 건 아니고 자동 연주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지만, 2005년 유네스코로 등재된 이후로, 벨프리는 이 작은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영화는 필립이 낯선 것과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으로 아름답게 끝난다. 처음 왔을 때는 '괴로워서' 울고, 떠날 때는 정든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이 마음 아파서' 운다는, 그 동네 속담처럼, 떠나는 필립과 그의 가족은 못내 아쉽기만 하다.
이들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나누는 곳은, 필립의 직장이자, 집(위층)인 우체국 건물 앞. 이 건물에도 영화를 기념하는 간판이 붙어 있다. (진짜 우체국은 다른 곳이다)
주인공 앙투완 역으로 열연했던 대니 분은, 감독과 각본을 겸했고, 이 영화의 기록적인 성공으로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할 수 있었다. 알제리 출신인 자신의 아버지를 따뜻하게 대해준 이 지역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는 영화라고도 했다. 필립을 향한 투박하지만 순수한 사랑과 관심에는 그런 감독의 체험이 깔려 있었다.
번역한 영화가 탄생한 땅을 밟으면, 모니터와 키보드 사이로 빠져나간 숨소리가 느껴진다. 입체적인 감동이다.
오래 벼른 짧은 여행을 통해, <알로, 슈티(Bienvenue Chez Les Ch'tis)>는, 인간관계를 좀먹는 오해와 편견을 언어와 음식, 문화로 풀어가면서, 우정과 사랑의 영화로 나에게 안전 착륙했다.
현실 속 해피엔딩으로 가는 길은, 늘 그랬듯이 단순하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