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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삭한 주노씨 Feb 13. 2019

타협하지 않는 올드 싱글을 위하여

솔직하지만 불편한 자전적 고백 2.

늦은 나이까지 자발적 의지로 결혼을 안한 분들(=한땐 골드싱글, 지금은 걍 올드싱글)은 싱글로 지낸 시간이 긴만큼 상대적으로 연애경험이 많다. 그러다보니 본인은 이성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순진무구한 이성관을 갖고 다. 한마디로 가상의 인물이라 할 정도의 이상적인 분을 여전히 찾고 계신다. 가령, 여러가지 역할을 '한 사람(=a person)'에게 기대한다. 좋은 애인이자 친구이면서도 자녀들에게도 좋은 부모 그리고 경제적 파트너(or 스폰서)로서의 모습이 두루춘풍이 아니라면 결혼이 썩 내키지 않는 거다. 하나의 역할이라도 제대로 수행하면 사랑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마당에, 슈퍼맨/슈퍼우먼을 찾기도 어렵고 본인 스스로 될 깜냥도 안되면서 말이다.


그렇지만 '무조건 눈을 낮춰라', '자꾸 만나다 보면 좋은 감정이 들수도 있으니 계속 만나봐라', '아무리 멋진 사람이랑 살아도 몇년 지남 똑같으니 그냥 결혼해라', '아이가 주는 행복이 연애의 짜릿함보다 크다' 등과 같은 조언은 그들에겐 이미 약발이 다했다. 어짜피 우린 가족들의 오랜 골칫덩어리였고, 지금까지 참아온 세월이 아까워서라도 타협하느니 지금처럼 혼자 살아가면 된다.


그런데 슬픈 건 솔직히 위에서 말한 현실적 조언 말고는 딱히 대안이 없단 거다. 매우 궁색하고 크게 봄 비슷한 얘기지만 결을 조금 달리해 해법을 강구해 보자. 즉, 내 파트너가 가졌음 하는 역할 중 절대 포기하기 힘든 한 가지, 최대 두 가지 정도만을 바라자. 결혼에 성공할 확률이 훅 높아질거다. 예를 들어 애인과 놀이친구로서의 두 역할만은 쉽게 포기가 안된다면, 좋은 부모나 경제적 스폰서의 역할은 굳이 기대하지 말자. 이와는 반대로 아이의 부모와 경제적 파트너로서의 역할만을 수행하고 상대에게도 요구하는 대신, 나머지 다른 역할은 제3자를 통해 해결해 가며 가정을 지켜나가는 아슬아슬한 부부들도 부지기수니, 그런 선배들보단 아직 '생짜'인 우리가 나을 수 있다. 모든 역할에 충실하며 만족스럽게 사는 부부로 살 수만 있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아닐바엔 서로에게 가식적이지말고 솔직해지자. 서로 비슷한 가치관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게 좋을 수도 있다.


한 두 가지 만으론 양보가 안되신다고? 아니, 딱 두 가지(애인&친구)만 바라고 산지 오랜데 아직도 혼자시라고? 그렇다면 아주 디테일하게 최후의 극약처방을 내려 드리겠다.  

30대 후반 이상 고위험 싱글군(50대부턴 초고도위험군)이 자신의 눈에 차는 이성과 결혼할 수 있는 경우는 대충 다음과 같다. 매우 불편하고 잔혹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 감안하고 보시라.


1) 금수저나 본인의 사회적 위치가 출중한 중년 남녀가 드디어 결혼이 하고플 때

2) 원래 매력적인데 이별이나 이혼 등으로 일시적으로 자존감이 떨어진 분을 진심으로 보듬고 지지해 주는데 상대방이 기꺼이 내게 의지할 때

3) 젊은 시절 썸타던 커플 중 어느 한 쪽이 먼저 결혼하고 다시 돌아왔는데 아직도 서로를 그리워할 때

4) 자기 또래보단 나이차 나는 연상남녀를 선호하는, 띠동갑 이상의 어리지만 어른스런 친구를 '운좋게' 사귀게 될 때

5) 2후3중으로 보일만큼 매우 매력적이고 당당한데 알고보니 맘먹는 나이인 동안 동년배를 사귀게 될 때

6) 뒤늦게 종교에 빠져 같은 신심을 가진 멋진 이성과 신앙활동을 지속할때


위 여섯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되신다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 혹시 이외에 효과적인 시츄에이션을 알고 계신 현인이 계시다면 부디 알려달라. 내 코가 석자, 아니 다섯자다.


제주돌집 탱자싸롱 전경

*커버사진-제주전통 돌집 탱자싸롱 자쿠시 독채탐라의 핸드메이드 조명 오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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