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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삭한 주노씨 Aug 30. 2016

이상형에 대처하는 올바른 자세

알랭드보통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고

첫사랑, 첫키스, 첫경험, 첫아이...

'첫'은 설렘 이상의 힘이 있다.  


첫이별, 첫사고, 첫구속, 첫죽음...

부정적인 뜻 앞에 '첫'은 낯설다.

'첫'이란 단어는 그만큼 순수하고 위대하다.


나이를 먹을 수록 '첫'이란 단어를 쓸 기회가 줄어든다.

이전에 체득한 비슷한 경험들이 총동원 되다 보니

새로운 자극과 감정들은 밋밋하게 무두질 당한다.

서글픈 일이다.


이상형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도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첫 이상형인 첫사랑을 만나 불같은 사랑을 하고 모든 걸 태워버린 뒤 장렬하게 잿더미로 전락한다.

이후, 이상형이 아닌 다른 매력남녀들과 넓은 사랑을 하다 보면, 이상형이란 말 자체가 이상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타락한 자신으로부터 벗어나 이상적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서 사랑을 한다.

이 부분이 쉽게 타협이 되질 않기에 자신의 처지는 생각 안하고 주제 넘게 눈만 높아지는 거다.

나이를 먹을수록 문화적 취향이나 지적 수준도 계속 높아지니 오죽하랴.

외모와 성격을 넘어 이젠 '코드'나 '케미'로 불리는 총체적 취향까지 고려 대상이 되니 말이다. 난감한 일이다.

비록 눈은 높을대로 높아져 이상형을 발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그렇진 않다.


세상에 매력적인 이성은 넘치고 넘친다. 단지 발견된 이상형 중 하나라도 만나는 일이 매우 어려울 뿐.

대개 이상형인 그녀에게 난 그냥 이상한 놈들 중 하나일 거다.

이상형인 그녀의 이상형이 내가 되는 건 벼락맞아 죽을만큼 어렵다.    

만의 하나, 정말 말도 안되게 그녀도 나를 사랑해 준다면?

뇌섹적 옴므파탈 '알랭드 보통'의 저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에서 이러한 패러독스를 다룬 적이 있다.

'그/그녀가 정말로 그렇게 멋진 사람이라면, 어떻게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사랑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가 어떤 면에서 나보다 낫다고 믿어야 한다면, 상대가 나의 사랑에 보답을 할 때 잔인한 역설이 시작되고 그 순간 나의 이상형은 없어지게 되는 거다. 어쩌란 말이냐... ㅜㅜ


열 번 찍어 안넘어 오는 여자 없단 무모함으로 인생을 패버리던가, 멜로영화 감독 겸 배우로 스스로를 캐스팅한 뒤 비운의 주인공 코스프레로 살아가던 대처법은 이제 그 '첫빨'이 다한 듯 하다.


결론은 영악해지기.

이상형을 내 것으로 취하려 들지 말고 그냥 이상형 자체에 취하는 게 상책!


남자로 살아있음을 느끼게끔 삶에 활력을 주고, 분기탱천한 감수성으로 '글빨' 올리기에 이상형만큼 좋은 게 없다.

이상형이 날 사랑해 준다면?

그건 그냥 덤이다.


쓰다보니 왠지 찌질해 보인다, 슬픈 일이다.



*커버 사진 : 제주돌집 탱자싸롱 중 바비큐 독채한라 4~5인실의 거실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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