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부른 그림'이란 그의 앨범명처럼 지적이면서 통찰력 있는 생각을 몽환적인 전자기타소리에 담아
담백하면서도 진정성이 느껴지는 보이스 컬러로 그려내다 보니 나 역시 세뇌당하고 말았다.
이영훈의 최면에 홀라당 홀려버리고 말았다. 그래 순간의 진심도 진심일 수 있다고.
동서고금 멜로영화의 단골 주제 또한 이 '순간의 진심'이다. '비포 선라이즈'를 보라. '원나이트 스탠드'로 치부되는 양아치적 감성이 매력적인 배우와 함께 멋진 배경 속에서 미장센으로 구현되면 심금을 울리는 러브스토리로 탈바꿈하게 된다. 사랑 그 후의 상황은 더 이상 상영되지 않기에 더 애틋하게 미화될 뿐이다.
프랑스판 '사랑과 전쟁'인 영화 '나쁜사랑'도 순간의 진심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단 이야기다.
줄거리를 네이버로 요약해 보면...
리옹에서 단 하룻밤 동안 마크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낀 실비. 이름도 연락처도 서로 주고 받지 않고 금요일 오후 6시, 파리 튈르리 공원에서 재회를 약속한다. 하지만 운명의 장난으로 그들은 엇갈리고
몇 년 후 실비는 동생 소피의 결혼식에서 그를 마주하게 되는데... (이후 막장드라마)
웬만한 사랑 스캔들엔 손가락질 하지 않는 내 성격 상, 남자 주인공의 행동에 일면 공감이 갔다.
'엔조이'란 부정적 단어를 '썸'이라는 신조어가 대체하면서 죄책감을 줄여주긴 했지만 사실 '도찐개찐'이다.
'자고 갈래?'처럼 민망하지만 대체불가능한 표현이 대세였던 예전과 달리 '라면 먹고 갈래?'란 획기적인 작업멘트가 등장한 요즘, '순간의 진심'은 더욱 그럴 듯하게 포장된다.
'원나잇(=1박)' 게스트를 맞이하는 게 일상인 나같은 민박/게스트하우스 싱글 주인에게 '순간의 진심'은 피할 수 없는 화두다. 나도 Y염색체를 갖고 있는지라 지금까지 특별히 맘이 더 가는 손님들이 몇 분 계셨다. 순간의 진심으로 일종의 고백을 한 적도 있다. 결국 어설픈 고백으로 서먹한 사이가 돼버리면 스스로를 자책하게 되지만...ㅜㅜ
사색하기 좋은 겨울, 이제는 거울 앞에 돌아와 앉은 누님의 심정으로 다시 한 번 지나 온 시간들을 성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