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PM을 위한 프로덕트 매니저 가이드'를 읽고
약 2년 전, 기획자를 준비하던 나에게 큰 도움이 되어준 브런치 글들. 그중에서도 플래터님이 작성한 글들은 그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내게 많은 영감을 주었다. 그런 플래터님이 이번에 책을 출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고, 좋은 기회가 닿아 책을 받아 읽었다. 그동안 IT서비스를 다루는 많은 책을 봐왔지만, 이 책만큼 이해가 쉽고 깊게 공감했던 책은 읽지 못했던 것 같다. 왜 그렇게 느꼈는지 서평을 통해 다뤄보려고 한다.
아, 이 서평은 특히 성공 말고 성장에 목마른 기획자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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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플래터님과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가벼운 커피챗을 나눴다. 짧은 시간 나눈 대화에서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았던 말이 있다.
"저는 제가 가진 경험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잘해요."
회사의 성장을 고민하는 기획자가 아닌, 기획자의 성장을 고민하는 기획자라니. 앞서 말한 '이 책만큼 이해가 쉽고 깊게 공감했던 책은 없었다'라는 내 생각을 단숨에 관통하는 말이었다.
이 책은 성공을 위한 PM 가이드가 아니다. 성장하는 PM을 위한 가이드이다. 비슷한 말 같지만 이 책은 프로덕트나 비즈니스의 성공을 위한 정답지가 아닌, 개인이 조직의 PM으로서 헤매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때문에 이 책 대부분의 내용은 '용어 정의' - '예시' - '적용'의 구조로 되어 있다. 이 구조는 주니어에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더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책의 주요 타겟으로 하는 주니어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성장이라는 점에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1. PM이 되기 위해 뭐부터 해야 할지 헤매고 있는 취준생
요즘 에이전시를 제외한 많은 인하우스 조직에서 PM, PO, 서비스기획 등 기획 포지션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맞춰 많은 강의 플랫폼에서는 강사의 화려한 커리어 프로필을 내세워 많은 기획 취준생을 배출해내고 있지만, 후기를 들어보면 적지 않은 수강생들이 완강 후에도 취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각기 다른 조직에서 강의에서 배우는 것들 중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의 괴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툴이나 기술의 사용 방법을 다루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회사의 기획자가 되더라도 하게 되는 업무와 가져야 할 마인드에 대해 자세히 설명이 되어 있기 때문에 뭐부터 해야 할지 모르는 취준생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가 될 거라 확신한다.
2. 현재 기획자로 일하고 있지만 성장에 의문이 드는 주니어
주니어는 성장이 지속되어야 한다. 대부분 주위 사람들로부터, 결과물로부터 자신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다니는 회사의 환경이나 개인의 기준에 따라 슬럼프에 빠졌다고 생각할 때가 있는데, 사수 없이 혼자 기획자로 고군분투하고 있거나, 너무 큰 커리어 목표에 매몰되어 현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이 책은 사수로서 역할이 충분한 길라잡이가 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 주며, 또한 당장 닿지 않는 커리어 목표에 대한 고민을 현실적으로 들어주고 시원하게 풀어준다.
3. 이제 막 시작한 소규모 스타트업
이제 막 시작한 신생아 스타트업의 업무 프로세스는 어지럽다. 기획자가 개발 빼고 다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MVP를 내놓고 성장시켜 가는 과정에서 추가 인력은 필수로 발생하며,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필요해진다. 이 책에서는 PM을 넘어 프로덕트의 생애주기와 관리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담당자별 업무가 자리잡지 못한 스타트업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사실 PM 업무 그 자체이기도 하다)
기획자가 가장 많이 하는 업무는 정의이다. 기능 정의, 용어 정의, 업무 프로세스 정의 등 모든 결과물의 시작에 앞서 필요한 것들을 규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직무인 PM을 정의하는 게 가장 근본적인 업무일 수 있다. 이 책에서는 PM을 제품과 관리자로 나누어 설명했고, '제품의 기획부터 제작과 출시에 투여하는 리소스를 지원하고 전체 과정을 조율하여 일을 완수하게 돕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1. 모든 사람은 고객이다.
모든 서비스는 고객으로 이루어져 있다. 고객이 없으면 문제도, 서비스도 존재할 수 없다. 가령, 서비스에 직접 마주하지 않는 사람도 고객이 된다. 그래서 어쩌면 고객의 넓은 정의가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인 것일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는 제품과 고객의 관계, 나아가 사용자에 대해 설명한다.
2. 모든 고객은 문제를 마주한다.
IT 서비스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모든 고객은 문제를 마주한다.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는 아마 이미 해결할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는, 분명히 문제인데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수많은 상황들 속에서 PM은 고객에게 남아있는 문제와 진짜 해결해야 할 문제를 정의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기획해야 한다.
1. 기획
작가는 기획을 '시장에 존재하는 고객의 문제를 발굴 및 정의하여 해결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의 목표를 달성하는 행위'라고 정의했고, 식당 운영을 예로 들어 기획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 그럼, 이렇게 PM이 정의한 기획은 과연 100% 정답인 걸까? 그리고 목표를 달성한 게 맞을까? 누구도 결과를 보기 전까지는 이를 확신할 수 없다.
2. 가설과 검증
'정의한 기획은 진짜 확실한 걸까?'에 대한 답변은 가설의 검증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검증되지 않은 기획은 가설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책에서는 기획한 가설을 검증해야 할 때 필요한 가설의 조건, 종류, 검증 방안을 소개하고 그중 가장 효율적인 방법인 린스타트업과 MVP(Minimum Viable Product)에 대해 설명한다.
3. 기획의 산출물
기획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기간, 인원, 기술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산출물을 선택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획의 본질을 파악하고 왜 이 산출물이어야 하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책에서는 단지 '강의에서 템플릿을 줬기 때문에', '다른 기획자들이 이렇게 하기 때문에' 등의 근거 없는 산출물은 지양해야 한다 말하고 있으며, 내 의견도 같다.
4. 프로젝트 관리
책에서 프로젝트 매니저와 프로덕트 매니저의 차이를 설명하지는 않는다. 다만, 프로덕트 매니저가 프로젝트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학 과제 활동을 예로 들어 설명한다. 쭉 읽어보면 내부 리소스를 파악하여 필요한 업무의 우선순위를 관리할 수 있는 백로그부터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스프린트, 데일리 스크럼, 애자일 방법론까지 주니어가 마주할 프로젝트 관리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1. 출시 완료가 아닌 출시 시작, 비즈니스의 성장과 고객 학습
출시까지 마무리했다고 업무가 끝난 게 아니다. 출시한 제품의 성장을 위해 PM은 프로덕트를 관리해야 한다. 이때 관리는 출시가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춰 진행되며 이 과정을 책에서는 그로스라고 표현한다. 또한, 그로스와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인 고객 학습에 대해 설명하며 비즈니스의 성장을 위해 제품과 고객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2. 성장을 위한 퍼널과 전환율
성장에 있어 퍼널과 전환율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용어다. 비즈니스의 성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건 결국 '고객이 얼마나 유입되었고, 그 고객들이 매출 발생에 기여했는가' 이기 때문인데,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주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퍼널과 전환율의 정의, AARRR 프레임워크, 퍼널 개선 방안에 대해 설명한다.
3. 기술이 아닌 목적과 의도 기반의 데이터 분석
책에서 말하는 데이터 분석이란 SQL, 파이썬, 머신러닝, 딥러닝 등의 기술을 활용하는 능력이 아닌, '배경'과 '목적'이 명확한 질의응답 과정이라고 한다. 넓은 질문을 계속 파고들어 보다 정교하게 구조화하는 방법과 어떤 지표를 활용하여 답을 찾아낼지, 찾아낸 답을 어떻게 해석하고 행동으로 옮기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나아가 이를 검증하는 A/B 테스트까지 다룬다.
다른 책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마음에 들었던 파트다. 작가의 경험 기반한 책답게 독자가 고민할 법한 질문을 답해주는 파트가 있다. 기획자에게 글쓰기가 중요한 이유부터 실무에서 VoC를 활용하는 방법, 진짜 문제를 찾는 방법, 제너럴리스트의 전문성에 대한 작가의 생각 등 일과 일상을 넘나드는, 특히 주니어 기획자가 한 번쯤은 고민해 봤을 내용이 담겨 있다.
1. 주니어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예시
이 책에서는 모든 내용을 설명할 때 과거에 겪어봤을 법한 것들을 예시를 들어 이해를 돕는다. 출퇴근 시간, 식당, 대학 생활, 호캉스 등 다양한 예시가 있어 낯설고 어려운 용어나 지식을 받아들이는 데 다른 곳에서 같은 내용을 봤을 때보다 이해가 더 잘 됐다.
2. 이론보다 경험에 충실한 내용
이 책에서는 일을 하다 보면 만나는 툴, 문서, 프레임워크 등에 대한 전문 용어들의 이론을 자세하게 다루지 않았고, 나는 이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실무에서 쓰이는 용어들은 통상 쓰이는 의미와 다르게 쓰일 때가 많았기 때문인데, 용어의 자세한 정의보다 업무의 흐름에 맞춰 용어가 잠깐잠깐 나옴으로써 오히려 읽기 쉬웠던 것 같다. 이렇게 구성한 이유 또한 작가님도 이론과 현실의 괴리를 경험했고, 이런 게 주니어 입장에서는 혼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3. 정답지가 아닌 참고서
요즘 유독 기획 직무 강의 관련 자극적인 마케팅을 많이 본다. 네카라쿠배가 성공의 지표가 된 듯한 커리어 설정, 툴 숙련도에 매몰되어 버린 산출물 작성, 배경과 목적이 사라진 기술 연마 등 성장이 아닌 성공을 목표로 한 것도 의아한데 마치 정답이 있는 것처럼 포장한다. 하지만 포장지를 뜯어본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정답을 찾지 못한다. 이 책은 그 어떤 곳에서도 정답이라고 말하거나 필수로 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찾을 수 없다. 단지, 참고 및 활용해서 성장하라는 말이 간혹 보일 뿐이다. 또한 정답이 없었기 때문에 오답이 없었고, 그래서 부정적인 고민이나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책을 읽으며 지금의 나를 더 성장시킬 수 있는 재료들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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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면서 독후감은 많이 써봤지만, 서평을 써본 적은 처음이다. 책을 읽고 난 후 쓰는 글이라는 점에서 분명 비슷해 보이지만, 목적은 분명히 다르다. 책을 읽고 난 후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을 남기는 독후감과 달리 서평은 이 글을 읽는 독자가 책을 선택하는 것에 도움을 주는 데 있기 때문에 객관적 지식과 정보가 들어가야 하며, 누구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될지 고려해야 한다.
이 글은 곧 제품이며, 서평에서 다루는 책을 쓰신 작가님과 이 글을 읽는 독자 모두 고객이라 생각하고 서평을 썼다. 책은 벌써 3번을 정독했고, 이 글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하며 작성하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럼에도 많이 부족한 글이지만, 성장에 목마른 기획자 및 취준생 분들이 도움이 될만한 책을 찾는데 좋은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끝으로 좋은 경험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신 플래터님께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