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rassic World: Fallen Kingdom, 2018
공룡이라는 존재는 이중적이다. 정말 무서운 괴수인데, 한편으로는 친근한 동물 같기도 하다. 아이들에게는 공포를 주는 존재임과 동시에 캐릭터 인형으로 사고 싶은 대상이 된다.
'쥬라기 월드' 시리즈는 이런 공룡의 이중성을 효과적으로 차용한다. 괴수물과 모험 영화 사이 어딘가에 위치하며 절묘한 균형 감각을 자랑한다.
무서우면서도 재밌고 신나는 경험은 사람들이 테마파크의 놀이기구에서 바라는 것과 정확히 일치한다. '쥬라기 월드'는 말 그대로 스크린에 구현해낸 공룡 테마파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이하 폴른 킹덤)'은 서로 잘 붙지 않을 것 같은 장르를 효과적으로 붙여내는 솜씨가 돋보이는 영화다. '폴른 킹덤'은 기존 '쥬라기 월드'에 재난 영화, 호러 등의 외피까지 능수능란하게 덧씌운다. 부족한 스토리 개연성을 비롯한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장르를 이종교배 해 만들어낸 독특한 분위기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감독의 '몬스터 콜(2016)'을 인상 깊게 봤던 터라, 그가 이 공룡 월드를 어떻게 다룰지, 대형 프랜차이즈 영화에도 잘 어울릴지 궁금했다. 화산 폭발 장면, 거대 저택에서의 추격 장면 등 시각적인 스펙터클을 이야기와 연계시키는 솜씨는 여전했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에 대한 오마주를 충실히 집어넣은 것도 공룡 팬들에게는 반가운 일이었을 것이다.
물론, 정작 이야기는 앞뒤 연결이 잘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익숙한 내러티브를 반복한 덕분에 블록버스터로서는 큰 문제가 없는 정도였다. 어쨌든 무서운 공룡, 더 무서운, 하지만 알고 보면 한없이 나약한 인간만 보여주면 완성되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쥬라기 월드' 트릴로지의 마지막 편인 '도미니언'으로 이어지는 엄청난 수를 두며 끝을 맺었기 때문에, '폴른 킹덤'에 대한 평가는 결국 3부작의 대단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마치 '에이리언' 시리즈처럼 각기 다른 감독의 색채가 잘 묻어난 작품으로 남을지(물론 3편 연출을 다시 1편의 감독인 콜린 트레보로우가 맡게 되었지만), 평범한 시리즈에 장르 교배 기술로 변화를 준 실험작으로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