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최고의 취미
이번 글에서는 기러기 아빠 최적화의 두 번째로 취미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 합니다.
미리 한 가지 전제를 하자면, 시간과 경제적인 여유가 많아 언제든지 마음먹을 때 아이들을 보러 갈 수 있고, 원할 때 돈 걱정 안 하고 골프나 낚시 같은 취미를 즐길 수 있는 독수리 아빠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글입니다.
저처럼 그달 그달 열심히 벌어서 해외에 송금하며 빠듯하게 사는 험블한 기러기 아빠들을 위한 글입니다.
취미가 뭐예요?
가장 흔하고 쉬운 질문이면서 가장 답변을 못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취미가 없었기 때문이죠. 물론 요즘에는 묻는 사람도 없지만...
지인들과 어울리려면 골프라도 좀 쳐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언감생심 생각도 안 하고 있습니다.
10년이 넘은 골프채도 당근마켓에 팔까 하다가 업무상으로 치게 될까 싶어 갖고만 있습니다.
기러기 아빠가 되고 가장 외롭고 힘든 시간은 주말입니다. 오늘 같은 연휴가 싫다고 하면 믿으실까요?
하루가 그렇게도 깁니다. 24시간이 48시간 같습니다.
늦잠을 자고 싶어도 습관처럼 5시 정도에 눈이 떠지고 아침운동을 간단히 하고 책상에 앉아 일을 하든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뭔가 하고 나서 느낌적으로는 반나절은 지난 거 같은데 시계를 보면 이제 9시입니다.
그래서 취미를 갖기로 했습니다. 아니 취미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에 뭐라도 해야 잡생각을 안 하고 외로움을 달래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건은 3가지. 돈이 안 들고 시간을 빨리 보낼 수 있으며 생산적이어야 합니다.
골프는 이미 재꼈고 낚시도 알아보니 장비도 비싸고 배를 띄우는 건 더 비쌌습니다.
친한 형이 바이크를 같이 타자고 집까지 찾아와서 설득했지만 약간의 로망이 있기는 하나 돈이 많이 들고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내가 조금이라도 다친다면 소는 누가 키울지 걱정부터 된 거죠.
제가 찾은 해답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글쓰기와 걷기입니다.
너무도 뻔한 답변이라 실망하실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하기 싫고 지루한 글쓰기와 걷기를 취미로 생각하게 되었고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글쓰기와 걷기는 제가 생각한 조건 3가지를 충족하고도 남습니다.
돈이 안 들고, 시간이 잘 가며, 생산적이며 안전하고 심지어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도 좋습니다.
글쓰기는 단순히 자기의 생각을 즉각적으로 내뱉은 말하기와는 많이 다릅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한참을 고민하고 정제하여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모르는 내용은 찾아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글을 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저절로 뭔가 배우게 됩니다.
물론 글이 써지지 않아 하루 1장도 쓰지 못할 때는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잘 썼다고 생각하는 문장은 곱씹으면서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브런치, 칼럼, 출간 등 어떤 글이든지 쓰다 보면 서너 시간은 금방 갑니다.
너무 집중하다가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야 할 지경입니다.
누군가 좋아요를 눌러주고 도움이 되었다고 감사하다고 댓글이라도 하나 달아주면 그게 그렇게 의미 있고 감사합니다. SNS의 좋아요나 댓글과는 완전 다른 느낌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제가 위로를 받기도 하고 외로움을 달래기도 하면서 정신 건강에도 좋습니다.
게다가 글이 어느 정도 모이면 책이 되는 마법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돈을 쓰는 취미가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취미가 됩니다.
걷기는 모두가 알다시피 돈이 안 들면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가장 좋은 운동입니다.
가끔 혼자 등산을 하기도 하지만 아무리 조심해도 관절에 무리가 가는 느낌을 받게 되어 걷기를 더 선호합니다.
후배 중에 90kg이 넘던 친구가 있었는데 체중을 줄이기 위해 무작정 걷기 시작해서 점차 늘리다 보니 하루 10km를 걷게 되었고 지금은 10km를 쉬지 않고 뛴다고 합니다.
현재 40대인 그 후배의 몸무게는 70킬로 언더로 20대 같아 보입니다.
역시 루틴의 힘은 위대합니다.
그래서 저도 이 친구를 따라 무작정 걸어보았습니다.
평상시에도 많이 걷는 편이고 걷기가 무슨 재미가 있겠냐는 생각이었지만 가보지 않았던 길을 주변을 살펴보며 걷는 일이 의외로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절의 변화도 온몸으로 느끼게 되고 다른 사람들 사는 모습, 걷는 모습도 재미있더군요.
지금은 상황에 따라 6~7킬로 정도를 걷는데 조금씩 늘려볼 생각입니다.
후배처럼 10킬로를 뛰게 될 날이 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언젠가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로망이 있기도 합니다.
이제 혹시라도 누군가가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면 저는 글쓰기와 걷기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글쓰기와 걷기는 기러기 아빠들에게 강력 추천하는 취미이지만 비단 기러기 아빠들 뿐만 아니라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추천하는 바입니다.
주말이나 연휴는 여전히 외롭고 싫지만 예전처럼 걱정되지는 않습니다.
오늘도 5시에 일어나서 이런저런 글을 쓰거나 보았고 점심을 먹고 나서 걷기를 하러 나갈 생각입니다.
이제는 취미가 있어 버틸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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