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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준 Dec 11. 2021

로봇 만능주의로 실패한 기업들

IBK 중소기업 CEO REPORT 11월호 기고글

IBK 중소기업 CEO REPORT

중소기업 CEO를 위한 국내 유일의 경제·경영 월간지입니다.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3D 프린팅, 가상 및 증강현실, 로보틱스 등 다양한 첨단산업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중에서 로봇 기술은 여러 산업과 생활 영역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서 사람과 기업을 연결하고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로봇 시장은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에서 연평균 성장률 22%를 기록해 2021년에는 444억 달러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여파로 급변하는 경제, 사회적 흐름에 따라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세를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로봇은 바이러스 전파에도 걱정할 필요가 없고 안전성과 신속성, 정확성이 있기 때문에 모든 산업에 걸쳐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로봇의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데 이동통신사들의 연합체를 중심으로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상호 경쟁, 연대하면서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다. 곧 다가올 거대한 로봇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와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로봇 관련 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기술 혁신 사례로 주목받았던 로봇 공장과 로봇 레스토랑 서비스가 문을 닫고 파산한 실패 사례가 있다. 로봇 기술과 산업의 리더들은 성공한 사례도 중요하지만 현재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실패의 원인에 주목해야 로봇 산업 발전에 진정한 혁신과 변화를 이룰 수 있다. 대표적인 산업용 로봇인 아디다스 로봇 신발공장 철수 사례와 서비스용 산업 로봇의 대표였던 줌 피자의 실패 사례를 통해 무엇을 배워야 할지 알아보고자 한다.




1. 아디다스 로봇 공장 스피드 팩토리(Speed Factory) 철수 사례

독일 스포츠용품 업체 아디다스는 2016년 9월에 독일 안스바흐에 설립된 신발공장 스피드 팩토리에서 ‘아디다스 퓨처 크래프트’를 처음 공개했다. 로봇과 3D 프린터 등 첨단 기술로 무장한 완전 자동화 공장인 스피드 팩토리는 생산공정의 대부분을 로봇이 주도하여 기획과 제작을 자동화했기 때문에 일반 공장에서 디자이너가 디자인하여 제품을 진열하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리는 제품 생산 과정을 20분의 1로 단축시킬 수 있다. 


또한 고객별로 맞춤형 신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신발, 깔창, 뒷굽 등의 색상에 대해 수만 가지 옵션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5시간 안에 제품 생산이 가능하다. 기존 고객에 대한 빅데이터는 고객이 선호하는 것을 먼저 추천해 줄 뿐만 아니라 변화하는 패션 트렌드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직접 트렌드를 주도할 수도 있다.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제작을 하기 때문에 재고, 물류 및 보관 비용 또한 감소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디다스는 자국에서의 지속적인 인건비 증가로 인해 1993년부터 저렴한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로 생산거점을 이동하여 신발을 생산해 왔다. 하지만 기술이 고도화되고 로봇을 활용하여 생산을 하게 되면 막대한 인건비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해외로 이전했던 제품 공장을 다시 설립 국가로 옮겨올 수 있게 되는데 이것을 리쇼어링(Re-shoring)이라고 한다. 고객의 니즈가 다양화되고 있는 시대에 아이디어에 대한 기획과 생산이 설립 국가에서 함께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은 비용의 감소뿐 아니라 기업 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이점이 될 수 있다. 


아디다스는 기업 설립 23년 만에 스피드 팩토리를 통해 설립 국가인 독일에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미국 애틀랜타까지 확장하여 스피드 팩토리를 설립하고 한정판 운동화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경쟁사인 나이키, 언더아머, 뉴발란스 등도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건설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인 검토를 하게 되었다.


원인 분석 

스피드 팩토리를 통해 제조업의 혁신을 이끌고 있던 아디다스는 스피드 팩토리 설립 4년 만인 2020년 4월에 공장 중단을 결정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신발을 제조하고 있는 중국과 베트남 공장에 로봇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디다스는 스피드 팩토리를 통해 수요가 많은 선진국에서 생산해 빠르게 공급하고 로봇을 통한 생산 자동화로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줄이며 3D 프린팅 등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생산을 이루고자 했다. 

하지만 스피드 팩토리가 중단된 가장 큰 첫 번째 이유는 로봇을 통한 제작 방식이 대량 생산이 어려웠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지고 인력 감소에 대한 비용 절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정밀 공정과 대량생산이라는 상충적인 두 마리 토기를 잡는 데 실패한 것이다. 아디다스의 3D 프린팅 로봇을 통해 신발을 만드는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아디다스가 생산해야 하는 4억 켤레 중 절반이라도 감당하려면 스피드 팩토리의 생산성이 200배 이상 향상되어야만 가능하다. 


두 번째 이유는 3D 프린팅으로 모든 소재의 신발을 제작할 수 없고 특히 인기가 많은 가죽 신발을 제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고객의 니즈에 적합한 다양한 소재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것에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유럽과 미국에서의 생산으로 아시아 유통 관세 비용이 증가했다는 데 있다. 인건비는 절감하였으나 생산성이 떨어지고 유통과 물류비용이 증가하면서 스피드 팩토리는 실패로 끝났지만 아디다스의 혁신을 위한 도전과 열정 그리고 개방형 협업의 노력은 재평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 로봇과 AI로 피자 시장을 공략하던 줌 피자(Zume Pizza) 실패 사례

줌피자는 2015년 식당 주인인 줄리어 컬린스(Jullia Collins)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X박스 게임을 총괄했던 알렉스 가든(Alex Garden)이 설립한 피자 배달 스타트업이다. 줌피자는 인공지능과 로봇을 활용하여 맛있는 피자를 합리적으로 빠르게 제공하는 혁신을 만들어 냈다. 줌피자는 스위스 산업용 로봇 제조업체인 ABB Robotics와 협력하여 만든 자동화된 주방으로 1시간에 372개의 피자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피자 제조과정은 인공지능이 오늘의 날씨, 스포츠 경기 일정 등 다양한 정보 데이터를 분석하여 고객들이 선호할 피자를 미리 예측하고 그에 따라 재료의 주문량을 판단한다. 재료의 주문량도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오차범위를 예측하고 가장 효율화된 수준으로 제시한다. 


피자 배달차에는 이동식 오븐이 있어 배달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피자가 구워지므로 고객은 식당에서 먹는 것과 같이 따뜻하고 신선한 상태로 피자를 먹을 수 있다. 특허 출원된 ‘배달 중 굽는 방식’과 로봇을 활용하여 피자를 제조하는데 경쟁사가 약 45분 정도 걸리는 것에 비해 평균 22분으로 두 배 이상의 효율을 높였다. 미국 피자 시장은 연 390억 달러(약 43조 원)로 이중 40%를 도미노 피자와 피자헛, 파파존스 피자, 리틀 시저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가 점유하고 있다. 그러나 패스트 캐주얼 다이닝(Fast Casual Dining) 콘셉트가 급속도로 성장함에 따라서 더 이상 고객들은 기존의 유명 브랜드만을 고집하지 않게 되었다. 하루에 약 200개가 넘는 피자를 판매하는 줌 피자는 CNBC 방송이 선정한 유망 스타트업 25개 기업 중 1위로 뽑힐 만큼 실리콘밸리에서 유명한 피자가게가 되었다.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어 오븐을 갖춘 배달 차량을 늘려 미국 전역을 커버하겠다는 목표로 손정의가 이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3.75억 달러(약 4,300억 원)의 투자를 받기도 하였다.


원인 분석 

1) 피자 본연의 맛과 품질의 실패

소프트 뱅크의 대규모 투자 이후 미국 주요 도시뿐만 아니라 해외로도 사업 확장을 계획했던 줌피자는 2020년 초에 공식적으로 피자 사업을 접고 직원의 반을 정리해고했다. 사업을 중단하게 된 가장 중요한 이유는 피자의 맛이었다. 로봇이 갓 구워진 피자를 만들어 빠르게 배달한다는 콘셉트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지만, 지속적으로 인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피자의 품질과 맛이 중요하다. 


그러나 줌피자는 기존 오프라인 기반의 경쟁사에 비해 차별화된 맛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 까다로운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 위해 기존의 경쟁자들은 매년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는데 비해 줌피자의 맛은 지나치게 평범했다. 또한 오븐을 장착한 큰 트럭이 움직이다 보니 커브길이나 과속방지턱 그리고 급정거 등으로 피자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았다. 신속하긴 했으나 배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고객들의 항의로 이어졌고 줌피자의 성장에 치명타가 되었다. 


2) 비효율적인 경영

줌피자의 실패 원인에는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경영이 이루어진 데에도 있다. 3명으로 시작한 줌피자는 투자 이후 사업 확장을 하기 위해 1,000명이 넘는 규모로 커지면서 막대한 인건비가 발생했다. 또한 기존 로봇의 유지 보수 및 새로운 기능을 개선시키는 일에도 지속적인 투자와 비용이 발생하는 구조였다. 따라서 로봇을 통한 자동화를 이루어 단순 반복적인 피자 제조는 로봇에게 맡기고 직원들은 보다 창의적인 일을 하겠다는 취지와는 다르게 로봇과 사람의 리소스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면서 많은 손실을 가져왔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추어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경영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줌피자는 대규모의 투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피자라는 음식의 본질인 맛과 배달에서 고객을 만족시키지 못했고 방만한 회사 운영으로 결국 실패하게 된 것이다.



강의 및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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