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출간 2
오늘 두 번째 책을 탈고했다.
혁신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다루고, 혁신이 실패하는 이유와 한국의 혁신가들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주제는 거창하지만 첫 번째 책처럼 우리 주변의 얘기를 많이 다루어 내용은 어렵지 않다.
덕분에 혁신에 대한 공부는 많이 했다.
작년 12월에 첫 번째 책을 출간하고 내 인생에 더 이상은 책을 쓸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게 인생 아니던가.
올 1월에 출판사로부터 기획 출간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
너무 힘들 것을 잘 알기에 며칠 고민하다가 기러기 아빠가 놀면 뭐하지라는 생각으로 제안을 수락하고 계약서를 썼다.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것과 써야 하는 글을 쓰는 것은 정말 다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다른 것처럼.
첫 번째 책은 이미 써놓은 글이 많은 상태에서 출간 제의가 왔기 때문에 써야 하는 원고가 많지 않았다.
하지만 두 번째 책은 제로에서 시작하다 보니 생으로 200여 페이지를 써야만 했다.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이 핑계 저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 책의 콘셉트나 목차 잡는데만 수개월을 허투루 보내고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했다.
계획대로 글이 안 써지고 진도가 나가지 않아 또 한 번 스스로의 한계를 많이 느끼게 되는 시기였다.
그러다가 어머니의 폐암 소식으로 멘붕에 빠져 한 달 가까이 아무것도 못쓰고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어머니를 기쁘게 하기 위해 더 빨리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주말마다 하루 15시간 이상 쓰면서 드디어 탈고를 했다.
엄마가 암으로 고생하시는데 아들이랍시고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이런 효도라도 해야지.
책은 누구나 쓸 수 있고 1인 1책을 추천하는 사람이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책을 쓰는 건 정말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출간되기까지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내일 초고를 출판사에 전달하면 출판사 직원들이 모두 읽고 평가와 피드백을 해줄 것이다.
그러면 나는 출판사의 의견을 수렴하여 작가의 의도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원고를 수정하고 제목과 디자인 등을 정하고 추천사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일들은 한번 해보기도 했고 출판사의 전문가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초고를 쓰는 것만큼 외롭거나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쨌든 두 번째 원고가 끝났다.
능력 부족과 사건사고로 오래 걸렸지만 시원섭섭한 게 아니라 시원하기만 하다.
이럴 때 집사람과 아이들이 옆에 있으면 정말 좋겠지만 부질없는 생각이다.
이런 기분을 옆에서 공감하고 들어줄 사람이 없으니 브런치에 글이나 쓰고 자빠져있다. ㅎㅎ
대신 그동안 수고했다는 의미로 오늘 밤에는 맥주나 한잔 하고 오랜만에 다리 뻗고 자야겠다.
그리고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면서 엄마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두 번째 책은 현재 폐암으로 투병 중이신 엄마에게 바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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