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성준 Sep 12. 2021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 역사학자 E H 카


주변을 보면 신을 믿지 않는 사람이 운명을 믿기도 하고, 운명을 믿지 않는 사람이 운명 같은 사랑을 만나고 싶어 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운명을 믿는 사람이든 믿지 않는 사람이든 공통적으로 우연이나 필연, 인연 같은 단어를 자주 쓴다.

세상을 살다 보면 우연을 가장한 필연도 있고 필연인 줄 알았으나 스쳐 지나가는 우연이나 인연도 많이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조금 생각해보면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벌어지는 일은 거의 없고, 아무 의미 없는 인연도 별로 없다.

비록 그것이 악재와 악연일지라도.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보면 남주 토마스와 여주 테레사가 만나기까지 여섯 번의 우연이 발생되어 만나게 된다.

둘 중 어느 한쪽이 그때 그 장소에 없었다면 둘은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연속된 우연은 결국 필연이 되고 그 둘은 연인 사이가 된다.  


현재 결혼을 했거나 연인이 있다면 한번 돌이켜 생각해보자.

두 사람이 만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연이 존재하여 필연이 되었을까.

어느 한 사람이 그때 그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어느 한 사람이 그 회사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어느 한 사람이 그 학교에 입학하지 않았다면, 어느 한 사람이 대시하지 않았다면 두 사람은 현재 함께하지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 만든 소개팅 앱이라면 굉장히 정교한 매칭 알고리즘이다.

물론 그 필연을 후회하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 그 또한 어떤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냥 벌어지는 교통사고는 없다.

두 대의 자동차가 교통사고가 나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 가지의 경우의 수 중에 하나라고 어긋나면 발생하지 않는다.   

어느 한쪽이 신호를 지켰다면, 어느 한쪽이 집에서 조금만 늦게 나왔더라면, 어느 한쪽이 한눈을 팔지 않았다면, 어느 한쪽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게 다들 조심해서 운전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평균 약 600여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900여 명이 부상을 당하며 10여 명이 사망한다.


유치원 시절 아버지가 자전거를 사주지 않아 자전거가 있는 친구네 자주 놀러 가다가 평생 절친이 되었고 대학교 때 별생각 없이 나갔던 창업 사관학교에서 현재 회사의 대표를 우연히 만났다.

서른 살, 다른 부서에 있던 파트장이 우리 팀으로 전배를 와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고 대학원 시절 재미 삼아 나간 창업경진대회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와 공동창업을 했다.

집사람이 직장에 다니면서 진행한 프로젝트가 인연이 되어 영국에 연구교수로 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절대로 안 하겠다던 기러기 아빠가 되었다.   

무작정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다가 책을 내게 되었고 덕분에 겸임교수와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하게 되었다.


이런 일들은 우연으로 시작한 듯 보이지만 결국 필연이 되었고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 되어 큰 변화를 가져왔다.   

세상에 정말로 우연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우연인 것처럼 보이는 필연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우연과 필연은 결국 동전의 앞뒷면처럼 함께 붙어있는 것은 아닐까.

내일도 우연처럼 만나게 될 사람과 일을 필연으로 생각하고 진심을 다하다 보면 그저 그런 하루가 조금은 더 의미 있게 되지 않을까.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강의 및 멘토링 연락처: junsme@gmail.com


작가 도서 - 예스24


작가 동영상 강의 - 인프런




이전 09화 시간이 해결해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