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중소기업 CEO REPORT 8월호 기고글
IBK 중소기업 CEO REPORT
중소기업 CEO를 위한 국내 유일의 경제·경영 월간지입니다.
리스크 관리 실패로 이미지가 실추한 기업들
기업환경이 갈수록 변화무쌍해지면서 기업의 위기관리 능력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짧은 기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이나 IT기업에 위기관리 능력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아이디어만 갖고 있던 작은 스타트업이 기업가치가 1조 원이 되거나 주식시장에 상장할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위기와 성장통을 겪게 되는데 기업 규모의 확장만큼 위기관리능력이 따라가지 못해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기도 한다.
너무 외형 성장에만 집중한 나머지 직원들을 위한 조직문화나 리더십, 위기 발생 시 대응능력 등이 동반 성장하지 못한다면 마치 몸집은 농구선수처럼 커졌으나 그 안은 아직 초등학생 수준인 키 큰 아이에 불과할 수 있다. 인터넷 기업 A사와 소셜커머스 기업 D사는 최근 연이은 악재로 그동안 잘 쌓아왔던 이미지가 한순간에 추락하게 되었다. 직원의 사망과 물류 창고 화재 등에 대한 잘못된 위기관리 능력으로 계속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두 기업의 배경과 원인 등을 분석해보고 위기관리 실패 사례를 통해 기업의 위기관리 중요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1. 배경
최근 국내 대표적인 인터넷 기업 A사 직원 40대 남성이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은 타살 의혹이 없기 때문에 자살로 거의 확정 지었으나 고인의 메모에 따라 직장 내 괴롭힘 등의 혐의가 있었는지를 추가로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A사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고인은 주말이나 야간에도 시간과 관계없이 고강도의 업무에 시달렸고 현장에 있던 메모에도 고인이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또한 고인이 다른 직원들과 나눈 메신저 대화 내용이 노조를 통해 공개되면서 고인의 자살에 대한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이에 담당 임원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지만, 문제는 경영진이 가해자 직원을 비호했던 부분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고 담당 임원이 여전히 그룹사 내 여러 개의 중요 보직을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노조에서 항의하는 등 후폭풍을 일어나고 있다.
2. 이유
A사는 인사팀을 통해 같은 직급이나 연차의 소수 인원들을 선발하여 의견을 수렴하고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고, 내부 직원들이 익명으로 각종 고충이나 민원을 이야기할 수 있는 플랫폼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내부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제도를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직장 내 괴롭힘이나 갑질, 과도한 업무 등은 사라지지 않았다.
고인이 사망하게 된 원인이 특정인에게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가해자로 알려진 직원은 과거부터 평소 사용하는 언어가 바르지 못하고, 조직 관리에 문제가 많아 퇴사를 하였다가 주요 임원의 라인을 타고 다시 재입사를 하였다고 한다. 재입사하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는 중간관리자나 팀원들의 의견보다는 경영진에서 일방적으로 다시 채용했고, 그 후로 많은 불만들이 터져 나왔지만 불만을 제기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이직을 하거나 퇴출당했다고 한다.
3. 분석
구직자들에게 선망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A사는 지속적인 혁신을 만들어 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혁신 뒤에는 직원들의 과중한 업무와 강도 높은 실적에 대한 압박이 있었으며 그에 따른 고통과 눈물이 있었던 것이다. 창의적이고 역량 있는 직원을 육성하고 자유롭고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만들며 상호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직원들을 억압하는 성과 중심적인 평가 시스템과 기존의 낡은 조직문화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회사가 성숙한 문화를 갖기 위해서는 리더의 역량이 중요한데 개인적인 성과는 훌륭하지만 조직 관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경우 예기치 못한 사고가 터지기 마련이다. 또한 창업 초기의 리더와 직원이 수천 명인 회사의 리더는 분명히 다른 역량을 요구한다. 사업 내용의 변화만큼이나 조직의 변화도 빠르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회사의 상황과 규모에 맞는 리더십이 매우 중요하다.
1. 배경
D사는 소셜 커머스 열풍이 불던 2010년 8월에 창업하였다. 경쟁자들이 이미 장악하고 있는 레드오션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D사는 빠르고 신속한 배송과 차별화 마케팅 전략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해 나갔다. 하지만 작년 코로나19의 공포로 전 국민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D사의 물류센터에서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서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수천 명이 쉴 틈 없이 고강도로 근무하는 물류센터의 특성상 한 명이 감염이 되면 엄청나게 빠르게 전파될 수밖에 없는데 뒤늦게 D사가 내놓은 발표는 철저하게 방역하고 있다는 변명이 전부였고 사과는 없었다.
또한 올해 6월에는 경기도의 물류센터에서 대형 화재사고가 나면서 화재를 진압하던 소방관이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D사는 코로나19 방역 문제와 창고 화재부터 일본 욱일기 판매, 판매자들의 갑질 문제 등으로 계속 사회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더욱이 물류센터 화재 당일 창업자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난이 일어났고 소비자들의 불매운동과 회원 탈퇴가 이어지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정식 명칭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로 산업재해를 줄이고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해 1명 이상 사망하는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 부상 및 질병에 대해서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겠다는 법률
2. 이유
물류센터 코로나 확진 환자 발생에 대한 논란은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는 데 있다. 확진 환자가 나왔는데도 계속 물류센터를 가동했고 통보는 한참 후에 이루어졌다. 또한 다른 유통업체들이 확진 환자가 다녀간 후 사업장을 폐쇄한 것과는 달리 24시간 이상 수천 명이 일을 했다는데 안전불감증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매일 소독과 방역 속에서 발열 체크와 추적관리가 철저히 이루어진다고 했지만 실제 직원들의 안전모, PC 등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화재 사건 역시 지난 2018년 물류센터에서 화재가 의심되는 상황 발생 시, 직원들에게 근무지를 이탈하지 말라고 현장 관리자가 지시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이번 화재에서는 스프링클러 오작동을 막으려 스프링클러를 인위적으로 잠겄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보도되고 있다. 물류센터 내 현장 근로자들의 휴대폰 소지 금지 정책도 화재 발견자가 화재 신고를 할 수 없는 구조이다.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구성은 일용직의 비율이 높고, 물류센터의 환경은 수많은 전기 장치가 설치된 데다 먼지까지 쌓여 화재 위험이 높아 화재를 예방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3. 분석
물류 담당 직원들의 코로나19 감염과 물류센터 화재 모두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위기관리는 어떻게 위기를 인식하고 사전에 준비하며 위기 상황 발생 시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가 중요하다. 사전에 잠재적인 위기 가능성을 분석하여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는 것이 위기 대응 능력을 향상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위기 발생 상황, 분야별로, 발생 가능성 기간별로 목록을 만들고 파급 효과들을 잘 분석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위기 발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곳을 잘 모니터링하여 위기 발생의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물류센터에서 처음 확진자가 나왔을 때, 또는 화재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황과 열악한 물류센터의 환경이 이슈가 되었을 때 위기의 신호로 인식했더라면 큰 손실을 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회사 규모에 맞는 위기관리 및 대응 능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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