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취준st

과정을 좋아했다

결과는 냉정해서 조금 밉다.

by 준stand

대학교 개강을 원치 않듯, 취업 시즌은 언제나 그렇듯 매번 빠르게 두들긴다.

"똑똑"


채용 공고 알림과 함께 내 블로그도 덩달아 바빠진다.

그래도 결과를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다.


어려움 뒤엔 결국 웃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고 어른들이 그렇다며?!


할아버지, 할머니 아래에서 커서일까? 말그대로 나는 애늙은이였다. 엄격한 집이었던 점도 있고..

통금이 오후 4시가 뭐냐구.


그래도 지나고 보면 어른들의 말이 일리는 있다고 생각했다.

그럴싸한 포장된 말에 속아 넘어간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사춘기 때만 한 것 같다.

사춘기가 좀 길었던 게 흠이긴 하지만,,


이제 나도 형식상으로 어른이 된지 10년이 흘렀다.

그리고 나는 누군가의 손이 되어 살아간다.

출근해서는 A 창업가, 퇴근하고 나서는 B 학생, 새벽에는 C학생이 되어야한다.

매 순간 최고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안심을 시켜야 하는 위치에 있다.

그런 걸 감당할 나이일까 싶다가도 나약해진 내 모습에 실망해 이 또한 과정이니 괜찮다고 다독인다.


참, 첫 코너는 '취준생stand'으로 시작해보려 한다.

내 삶 중 가장 사연이 많은 시절이자, 가장 챙겨주고 픈 이들이기도 하다.


내가 첫 취준생 상담을 시작한 건 웃기지만 내가 취준생이었을 때였다.

준비되고 무언가를 시작한다는 건 너무 막연했기 때문에, 내가 가르치면서 동시에 나도 준비해보자라는 생각밖에 없었다. 나름의 전략(?)이었다.


처음은 무료로 시작했다. 무려 2년 간 무료로 할 줄은 몰랐지만.

덕분에 정말 많은 글을 썼다. 이런 에세이류는 조금 서툴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누군가가 되어 그들이 살아온 삶을 그럴듯하게 꾸미고, 응원하는 일만 해왔으니까.


블로그, 유튜브, 대면 첨삭, 온라인 첨삭 등 다양한 분야로 접점에서 학생들을 마주했다.

웃긴 점은 내가 학생이었다는 점이었고, 그냥 조금 더 글쓰는 걸 좋아했다는 차이말곤 없었다.


처음은 금융권만, 그리고 인턴만 진행했다.

당시엔 취업을 한 것도 아닌, 그저 금융권 인턴 하나를 막 시작한 취준생이었을 시절이라 더욱 그랬다.

전문 분야를 정해 그것만 파겠다고 다짐한 내 소신은 이제 희미해지고, 지금은 분야를 막론하고 한다.

무경계의 라이팅을 시작으로, 금융권을 넘어 공대생의 글도, 디자이너의 글도, 개발자의 글까지 감히 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는 그들을 돕기 위해, 공부한 시간이 훨씬 많았다.

오히려 내 성장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한 것도 없지 않아 있다.




나는 과정주의자에, 제네럴리스트다.

결과는 살아가는 과정 중 일부를 똑 떼어 확인하는 용도로 생각하고 있다.

인위적 단계로 나누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결과 자체를 거부했다.

의미가 없는 단계이다.


과정은 편견없이 모든 기회를 받아들이고 경험을 자산화한다.

10대, 20대의 막다른 길의 경험들은 자산이다.

과정을 자산화해 자산의 폭과 깊이를 만들어야 한다.


그 이유는 살아온 이력과 같다.


18 하반기 H사 마케팅/기획 (퇴사)

19 상반기 주금공 인턴

19 하반기 감정원 인턴 (現 부동산원)

20 상반기 기보 인턴

20 하반기 신보 인턴

21 상반기 중진공 인턴

21 하반기 IBK 인턴

22 상반기~ 투자사 투자심사역


살아온 이력은 이렇다.

가보고 싶은 기업은 모두 도전했고 이뤘다.

더욱 긴 여정을 위해, 시간을 조금 들여 궁금함을 풀었다.


멀리 돌아간 덕분에, 잘하는 영역과 하고 싶은 영역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경험들을 잇다 보니 조금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었다.


취준하는 많은 멘티들이 공통적으로 묻는 말들이 있다.

"이러한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수정할 부분 알려주세요"


난 "아무 잘못없어요." 라고 일관한다.

다시 돌아가려하기 보다 현재를 인정하고, 살아갈 과정에 터닝포인트를 계속 부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매순간 터닝포인트를 만들어본다. 과정은 실수도, 흘러간 시간도 기다려준다.




목표의 크기에 따라 행동이 달라진다.

목표의 크기는 과정에서 정할 수 있다. 결과라 말하는 순간 내 목표는 낮출 수 밖에 없다.

이뤄야 한다는 강박이 들기 때문이다.


결과를 정하면 터닝포인트도 그 크기에서만 한정된다.


틀을 정하면 깨지기 마련이다. 그 길을 걸어보지 않고 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해보면서 대략적 틀만 정해본다. 갈림길에 놓일 때, 최악을 고려하면서 최선을 다하는것이다.


Hope for the best, but prepare for the worst!


멘티들에게 할 수 있는 위로는 없지만, 같이 뛰어주는 게 제일 큰 위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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