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의 눈에 들어와있는 존재들 같다.
난 CVC 심사역에서 현재 AC 심사역으로 넘어와 있다.
매형은 VC 심사역이신데, AC에서 오래있다보면 VC로 오지 못한다고.. ㅎㅎ
그저 웃고 넘겼지만 요즘 느끼기엔 정말 그럴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든다.
가장 큰 문제로 AC는 심사역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창업가를 판단할 역량을 갖추지 못한 심사역들이 많아지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심사역은 성장에 대한 갈망이 많고, 쓰여진 문장에 의문을 갖고 출발해야 하며, 물음표와 느낌표만으로 삶을 채울 수 있는 그런 사람만이 되어야 한다.
궁금해하고, 깨닫고,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그런 사람들이 와서 이 자리를 채워야한다.
다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환경적인 요소도 그렇고, 개인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먼저 아웃바운드보다는 인바운드 형태의 딜소싱이 많다.
기업을 바라보는 눈이 야생이 아닌 보금자리에 앉아 바라보니 당연히 그 역량은 저하된다.
AC가 창업기업을 투자할 때의 평가기준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오래도록 지켜보며 신뢰가 쌓인 창업가, 창업년도가 3년 이하인 기업 (법인 설립년월일 기준), BM과 TAM SAM SOM 시장이 큰 창업가, 태도와 인성이 바른 창업가를 뽑는다. 물론, 최근 2년 연속 자본잠식 창업기업은 제외된다.
굉장히 유치하고도 당연한 말로 느껴지지만, 초기기업인 만큼 단순한 차이에서 투자 가능여부가 결정된다.
국내 최초 AC 개념으로 20년 안되었을텐데 그 중 살아남은 AC들은 대형 AC가 되어 일감이 흡수되고, 새롭게 진입하려는 신생 AC의 벽은 꽤 높다. 소수의 인력으로 투자, 보육을 병행하기란 쉽지 않다.
대형 AC는 자체적으로 보육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되면서, 보통 그곳에서 기업들을 선발하는 프로세스가 된다. 결국 자연스레 아웃바운드 방식의 딜소싱은 많이 줄어들고, 실제 일을 해보면 직접 찾아 나설만큼 여유가 없다. 인바운드만 해도 투자받고 싶어하는 기업들은 너무 많고, 부지런한 창업가가 투자의 열매를 먹는 것은 당연한 이치가 되버렸다.
아무래도 딜소싱 과정부터 아는 기업, 신뢰를 쌓은 기업들이 등장하다보니 투심 전부터 결과가 정해진 느낌도 든다. 장기적 관점에서 신뢰를 쌓은 기업에 투자를 해야하는 프로세스는 공감이 간다. 다만 결과가 정해져 있어 노력하지 않는 심사역들도 생겨나는 것 같다.
프로세스의 문제도 있지만, 결과를 예측하고 준비가 미흡한 심사역은 창업가 앞에, 투심위 앞에 설 자격이 없다고 본다. 심사역의 태도를 꼬집고 싶다. 심사역은 투심에서 평가를 하기도 하지만 기업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위치기도 하다.
VC, CVC를 높이 사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투자사의 경우 투자 전 주니어 심사역이 기업에 대해 브리핑을 한다. 기업 현황, 투자해야하는 이유, 기 포트폴리오사와의 협업 포인트, 또는 모기업과의 시너지, 향후 엑싯전략 등.
다만 AC 주니어 심사역들은 투자 영역보다는 보육에서 시작한다. 심사의 능력보다는 기관과 창업기업 간 사이의 퍼실리테이터 역할에 치중될 수 밖에 없다. 심사역과 매니저의 동시 역할을 갖고 그 역할을 해나가지만, 매니저 80% 심사역이 20%라 하는게 맞을 것 같다. 팁스 운영사인 기업 기준이니, 그렇지 않은 AC는 더 비중은 쏠릴 수 있다.
보육 프로그램 하나를 운영하는데, 프로그램 기획, 참여 기업 수요조사, 참여 심사위원 또는 강연자, 케이터링, 포스터 제작, 만족도조사, 결과보고서 작성 등이다.
꼭 해야할 업무이긴 하나 자동화가 되고 최소화가 되었으면 하는 프로세스들이다.
저 일이 매달 반복될 뿐 아니라, 한 달에 최소 두개 이상 돌아간다고 보면 매주 반복이다.
창업가들 앞에 서면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무언가가 전해진다.
'우리에 대해 과연 잘 알까?', '시간 아깝다.'
심지어 명함을 툭 던지는 창업가들도 있다.
이건 창업가 그 분의 문제이겠지만.. 어쨌든 보육을 벗어나 투자에서의 만남은 달갑지는 않다.
심사역의 질문은 곧 AC의 수준을 대변하고, 창업기업을 존중하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의 미래를 도울 주니어 심사역들에게 교육의 기회, 참여의 기회, 주도할 기회, 깊게 파고들 기회, 스터디 기회, 반복에서 멀어지도록 하는 기회, 지치지 않도록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
AC의 미래가 어둡다면, 창업가도, 뒷단의 VC도 모두 무너진다.
성과급? 복지? AC 주니어 심사역들에겐 아무것도 없다.
이조차 챙겨주지 못하는 환경에서 AC 심사역들의 가슴을 뛰게하려면
성장의 욕구를 심어줄 수 있는 AC 시스템의 개선이 당장 필요하다.
AC는 창업가 뒤의 창업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