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추구하는 삶은 무엇인가

백수의 크리에이터적 사고 (2)

by 준성

백수의 크리에이터적 사고 (

먼저 생각해야할 것은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능력을 과장하지 않되 펜스를 치지는 않는 것이다.


이 말이 비장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고민의 반복과 번복이 지겨워진 탓이다.


이런류의 글을 반복해서 쓰다보면 나는 어떤 사람이고 이렇고 저렇다고 말하는 것이 나를 오히려 제한한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여기까지 파고들었으니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만해, 이런 건 없다. 앞서 얘기했던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도 지금 실행할 의지가 없다는 것이지 언제 다시 불씨가 싹틀지는 모르는 일이다.


이 글을 공개적으로 쓰는 이유는 다른게 아니고 내가 두고두고 보기 위함이다.


왜냐하면 이젠 다 귀찮아져버렸다.

분석하고, 소거하고, 재보고...

그러다가 뭔가를 발견한 것처럼 이게 내 길이야! 하고 사람들한테 선언하고 다니는게 이제는 너무...

부끄럽다. 그걸 지킨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얼마나 쓸데없고 시간낭비인지.


다만 담백하게 가자.

미래에 회사를 다니는 나의 모습이 전혀 상상이 안 되니, 그걸 피하면서도 현재 상태의 나를 직시하고, 최대한 덜 귀찮으면서 지속가능한게 무엇이 있을지 알면 좋으니까.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뭐고 그걸 이루려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내가 가진건 뭐고 때려죽어도 못하는건 뭔지 알아야한다.


이건 분석하거나 소거하거나 재보는 것과는 좀 다른데, 앞의 것들이 미래를 예상하며 나와 잘 맞는지 아닌지 구분하는 것이라면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은 '현재'의 내가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이 둘은 아주 다르다. 근데 다른 사람들이랑 좀 얘기하다보니 이 사람들은 벌써 그러고 있더라;

나만 망상쟁이였던 거야..


아무튼 추구하는 삶 & 그나마 가진 능력을 알아야 그와 비슷하게라도 살 것 아닌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현재 가진 것들을 실제로 활용하려면 조금 객관적으로 자신을 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정리를 해봤다. 아래 표로 보면 간단해보이지만, 나름 6년간 삽질하며 얻은 거다.

좀 오글거리지만, 실현가능성과 상관없이 속에 있는 그대로 나열했다.



2025년 현재 '나'

궁극적인 목표: 세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각을 갖고 그것을 내 방식대로 표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내 ip를 갖는 것. 사회적인 영향력. 내 브랜드를 만드는 것.
그나마 내가 가진 능력: 글쓰기, 축구
조금 가진 능력: 영상, 기획, 사진, 그림
못하는 것: 꾸미기, 프론트맨으로 나서기, 미식, 색감, 패션, 트렌드, 부지런하기
추구하는 삶: 뭔가를 만드는 삶, 맛있는 거 돈 신경 안 쓰고 먹는 삶, 느긋하고 베푸는 삶
취미: 축구하기, 영화 보기, 책 읽기, 글 쓰기, 맛있는 거 먹기, 최대한 게으르기, 한 음악 돌려 듣기
조금 취미: 사진, 철학, 요리, 과학, 피규어 모으기, CEO 인터뷰 영상보기
절대 하기 싫은 것: 남 밑에서 일하는 것. 내 시간이 자유롭지 않은 것. 정치질. 하기 싫은 일 하기.
결론: 세상에 영향을 미친 사상가로 이름을 떨치고 싶음. 카뮈 같은 철학적인 글과 소설을 쓰고 싶고 <대부>와 <러덜리스>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고 유튜버 비밀이야와 더들리처럼 맛있는 것을 먹는 삶을 살고 싶음.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를 정리한 바로는 이렇다. 이게 현재의 나인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것들이 유명해졌으면 좋겠고, 내가 유명해지기는 싫다. 돈은 어느 정도만 벌어도 만족하고, 남의 밑에서 일하는 건 정말 싫다. 내가 흥미가 가는 일만 했으면 좋겠고, 그것의 결과가 좋으면 좋겠다. 고전으로 남게 되는 뭔가를 창작하고 싶고, 트렌드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창작자가 되고 싶다. 맨날맨날 맛있는 거 먹고싶다. 그 맛있는 것들을 주변 사람들한테 부담없이 사주고 싶다.

참고로 MBTI는 INFP이다.

꽤나 까다로운데, 그래서 결론적으로 내게 맞는 직업은 다섯가지 정도 된다.


백수, 가정주부, 프리랜서, 창작자, 창업가.


...정도 되겠다.


그래서 내가 현재 가정주부이자 백수인 것이다.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 언젠가 회사원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그냥 혼자 히키코모리처럼 사는 방법밖엔 없다. 지금인데?


여기에서 돈을 벌 수 있는건 프리랜서나 창업자 정도...이지만 그 둘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난 클라이언트를 받는 것도 싫고 다른 사람을 고용해서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작업을 맡기는 것도 싫다. 이번에 대학원 준비를 위해 철학공부를 해보니 정말 재밌었지만, 그것만 바라보고 10년 이상 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답이 없다

창작자는 다른 말로 하면 크리에이터다.

보통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를 크리에이터라고 하지만, 뭐가 됐든 자기가 만들어낸 콘텐츠로 생활을 영위하면 창작자다. 이모티콘 작가나 영화감독 만화가 다 크리에이터다.

그동안 크리에이터에 대한 생각은 많이 없었다. 나는 유튜버로써의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얼굴을 드러내놓고 활동하는 것도 싫어한다. 춤에 재능이 있지도 않고 웃기지도 않고 딱히 정보전달을 콘텐츠로 삼고 싶지도 않아서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크리에이터의 삶이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과 상당부분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럼 정말로 크리에이터로 살 수 있다면 나는 잘 살까?

모르겠다.


위 표에 따르면, 내겐 아주 특출난 창작 능력은 없지만 창작과 관련된 능력들은 조금씩 가지고 있다.

이것들을 한 곳으로 모아 버무릴 수 있는 콘텐츠를 하면 좋을텐데, 지금 당장 생각나는 건 없다. 그럼 능력들 중 하나씩 활용해가면서 점들을 이어나가는 수밖에.


그걸로 돈은 어떻게 벌 테냐? 묻는다면 고민해봐야 알겠지. 얼굴이 나오지 않는 유튜버가 될 수도 있겠고, 프리랜서 사진작가가 될 수도 있겠지. 작가가 되거나 시나리오를 쓰거나 할 수도 있겠다. 관련 대학원은 어떤지 조금 궁금하기도 하다. 어쨌거나 크리에이터가 된다는 말은 내게 높은 망함의 지름길과 자유도를 한번에 선사한다.


하지만 뭐가 됐든 콘텐츠를 다루는 일을 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것을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서 깨달았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인턴을 할 때와 마찬가지로 고통에 빠질 테다.


1. 혼자할 수 있는 것: 다른 사람이 내게 참견하는게 싫고 같이 일을 한다면 남한테 기대하는 것도 싫음.

2. 지속가능한 것: 똥을 만들더라도 내가 재밌게 만들 수 있는 것. 이제 남의 반응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

3. 귀찮지 않은 것: 나의 게으른 성격상 귀찮지 않아야 지속가능할듯.

4.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것: 디지털 노마드는 원래 나의 꿈이었다. 노트북과 책과 사진기만 있으면 어디든~

5. 언어가 필요한 것과, 필요 없는 것: 이건 꽤 중요한 문젠데, 나는 내가 만들어내는 것들이 언어의 구애를 심하게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가 가진 능력들 중 그나마 봐줄만한게 언어에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글 쓰기라, 그래서 글쓰기외에 +@를 더 시도해보고자 한다. 자세한건 다음에.



연인이 최근 재지마인드라는 유튜버에 빠졌는데, 남자분이 너무 나 같다고,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것 같다고 알려줘서 한 번 봤다. 정말 그랬다. 어쨌거나 그분들처럼 글쓰고, 사진찍고 영상 만들고 그림 그리면 지루하지 않게 살 수 있을 것 같다. 무엇으로든 내가 스스로 자리를 잡지 못한다면, 연인이 나를 거둬가기를, 가정에 충실한 일꾼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엔 없다. 사실 그것도 나는 좋다.


3화에서는 그래서 어떤 콘텐츠와 형식을 할 수 있는지, 나는 왜 이런 삶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지 자기변명을 좀 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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