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인스타툰으로 떴는데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카툰 계정 팔로워 수가 3만에 가까워졌다.
분명 4개월 전에 드디어 팔로워 100명이 되었다고 자축 글을 썼는데.
내 기준, 아니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서도 인스타툰 계정치고는 가파른 성장세가 맞는 것 같다.
지금은 좀 잠잠해졌지만, 한때는 팔로워가 하루에 2천 명씩 오르고 막 그랬다.
아주 전부터 훔쳐봐오던 다른 인스타 매거진이나 인플루언서의 팔로워수를 넘어서기도 하고, 가끔 유명 배우나 연예인이 좋아요를 누르기도 한다. 그런 것을 볼 때 약간의 인지부조화가 온다.
대학원에 떨어진 방구석 백수가 인스타에서는 잘 나가는 카투니스트?
자랑은 이쯤하고, 현실을 얘기해보자.
기분이 좋아지고 어깨가 올라가는 것 외에 달라진 점은 크게 없다.
나는 아직 가난하고 백수다.
인스타툰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5개월 간 100만원이 안 된다.
예술인증명 재심사 신청한 것도 떨어져서 언제 집을 나가야 할지 모른다.
어디가서 '요즘 뭐해?' 소리를 들으면 SNS에 그림 그리고 글 써요 라고 이야기 하는 스스로가 짜친다.
카툰을 그리면서 2달 동안은 도파민에 미쳐있었다. 터지네? 되네? 의도를 해석하네? 내 생각에 공감해주네? 내 생각에 반박하네? 반응이 있네? 등등
그 뒤 한 달은 막막하고 무서웠다. 반응을 안 해주면 어떡하지? 알고리즘이 망가지면 어떡하지?
알고리즘에 한 번 탑승하니 관심이 밀려들었지만, 그만큼 반대급부로 썰물처럼 쉽게 팔로워들이 나가떨어졌다. 뭘 올리면 팔로워가 200명씩 빠졌다.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용기고 뭐고 그냥 올리고 봤던 나는 어디로 가고 그냥 쫄보가 있었다.
그 뒤엔 그나마 극복해서 다시 신경 안 쓰는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아직 근원적인 문제가 남아 있었다.
바로 내 생계를 이 계정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무거운 숙제다.
팔로워 그쯤 되면 돈 잘 벌겠네!
나도 그런 줄 알았다.
심지어는 팔로워가 없던 시절, 팔로워만 많고 돈을 못 버는 계정들의 사례를 보면서 '내 계정이 만일 터진다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미리 콘텐츠의 방향을 잘 잡아야겠다!' 하고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웬걸, 내가 돈 냄새를 못 맡는 건지 기획을 못하는 건지 어느샌가 내 계정은 내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아티스트' 같은 느낌의 계정이 되어 있었다.
분명 그것도 좋긴 한데... 나는 돈도 많이 벌고 싶었는걸.
아 '많이' 뿐만아니라, '잘'.
또 다시 분석병이 도진 나는, 계정의 운영 방향과 앞으로의 콘텐츠, 예상 가능한 수익 파이프라인 등 모든 것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남들이 인스타툰으로 흔하게 하는 것은 하기 싫었다. 내 계정은 그런 것과 어울리지 않았고, 내 계정으로는 경쟁력도 없었다. 5개월 중 2개월은 미래를 설계하고 시나리오를 돌렸다. 진짜 열심히 했다. 콘텐츠를 아주 드물게 올리면서까지.
어느정도 방향성이 잡히고, 이대로라면 문제없이 콘텐츠를 올리고 사이클을 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그대로만 하면 되는데, 한 가지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내가 앞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것을 팔로워들에게 티내기 시작한 것이다. 올리는 스토리, 공지, 게시물 설명글 등 하나하나 점점 작위적으로 변했다. 스스로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막을 수 없었다.
'이 사람 돈 벌고 싶어하네?', '물 들어올 때 노 저을라 그러네?'
원래 안 그런 계정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상승세로 인해 팔로워들과 유대감이 미처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너어무 열심히 하려는 티가 나기 시작하면 그것처럼 거부감이 느껴지는 것도 없다.
어디선가 '커밍순 병'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말그대로 '나 앞으로 이거 할 거니까, 단단히 기대하고 있어!' 하는 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사람들의 기대를 잔뜩 올려놓고, 예정된 계획에 따라 팡!하고 터뜨리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기대에 못미치는 것을 내놓으면, 실망감은 배가 된다. 내가 그러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심지어는 내가 아무리 아니라고, 내 생계를 위해서 그런다고 외쳐도 팔로워를 돈으로밖에 안 보는 계정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을 가능성도 있었다.
소위, 쿨하지가 않아지는 것이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