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감 잡았어!

내가 알지 못했던 그 감정

일주일에 한 번 시장에 간다. 냉장고는 장 본 식재료들로 꽉 차있다. 환전해 둔 돈이 넉넉하다. 두 달은 환율 변동에 관심을 꺼도 되겠다. 아이들과 내가 크게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다. 가족 중 누군가가 아프다는 소식도,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틈나는 대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스페인어 공부를 한다. 남편과 일주일에 한 번은 골프장에 간다. 매일 무엇을 해먹을지 고민하지만 그 고민이 괴롭지 않다. 남편과 아이들 모두 내가 해주는 음식에 만족하며 먹는다. 나는 먹고 싶은 게 아직 많다. 해보고 싶은 요리도 많다. 새롭게 도전한 과카몰리는 맛있었다.


나 요즘 좀... 행복하다!


누군가가 나에게 고작 이런 것들로 행복하냐고 물을까 봐, 남들은 힘든데 너는 행복하다고 자랑하는 거냐고 비난할까 봐 두려워서 글로 쓰지 못했다. 글로 쓰다 보면 행복을 더 느낄지도 몰라서 아니 느껴보고 싶어서 적어본다.


"저도 몰랐어요. 이런 것을 행복이라고 해도 되는지."


나는 불행에 익숙하다. 늘 불행할 이유만 찾으니까. 행복이라는 감정은 내가 로또에 당첨되거나 사회적 지위가 높아질 때 느끼는 감정인 줄 알았다. 나는 지금까지 성공한 적도 큰돈을 벌어본 적도 없으니 행복을 느껴보지 못했다.


교원임용고사에 합격했을 때도 내 주변에 불행이 너무 크고 많아서 행복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았을 때, 결혼을 했을 때, 칠레에 오게 되었을 때, 내 집을 마련했을 때도 기쁘다고만 생각했다. 이제 보니 내가 행복이라는 감정에 너무 큰 무게를 실어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행복에 인색했다. 잘 찾으면 지천에 널린 게 행복이었는데. 나는 미처 알지 못했다.


누군가는 행복을 '감사'라고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다행'의 다른 이름이라고도 했다. 동의한다. 감사할 때 행복하고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서 행복하다. 이제 감 잡았다!


자주 그리고 순간순간 내 주위의 행복을 수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최근 읽었던 백영옥 작가의 '안녕, 빨강머리 앤'에 나왔던 앤의 말이 떠오른다.

"정말로 행복한 나날이란 멋지고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날이 아니라 진주알들이 하나하나 한 올로 꿰어지듯이 소박하고 자잘한 기쁨들이 조용히 이어지는 날들인 것 같아요."


우연히 읽게 된 책인데 내가 행복에 대해 고민할 때 만나서 참 좋았다. 이 책이 나에게 온 이유가 분명 있었다. 나에게 오는 모든 것들은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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