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 해외생활

그래도 고민은 있다

남편이 시장에 다녀오는 차 안에서 말한다.

"처음 여기 왔을 때는 불안하기만 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편해졌어."


나도 그렇다. 익숙하게 시장에 가고 마트에 간다. 덜 힘든 방법으로 아이들의 점심 도시락을 준비한다. 집안 청소도 매일 하다가 이틀에 한 번으로 줄였다. 아프면 병원에 가는 용기가 생겼다. 틈틈이 운동을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에너지를 줄이는 방법으로 일을 하고 기쁨을 더 찾고 있다.


칠레에서 생활한 지 6개월쯤 되었을 때부터 몸도 마음도 편안해짐을 느꼈다. 무언가에 익숙해지려면 그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익숙해지면 편안해지는구나.


한국에서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다고 생각했다. 여기서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안심이 된다. 변수가 나타나면 멘탈이 흔들린다. 세끼 밥을 하는 것이 지겨웠지만 여기에서는 세끼 밥을 무탈하게 먹을 수 있는 일상에 감사한다.


새로운 환경은 새로운 경험과 관점을 준다. 내가 감사함을 느끼다니. 늘 불평과 불만을 입에 달고 살던 나였는데. 삶에 감사하는 내가 대견하다.


그래도 고민은 있다. 요즘은 둘째 아이의 공부를 남편과 내가 도와주고 있다. 둘째가 아빠를 더 좋아해서 남편이 거의 전담하고 있다. 남편과 나는 둘째의 공부 태도를 썩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부모로서 어떻게 바라봐야 될지 남편과 한참 동안 이야기했다.


이 경험은 나중에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줄까. 나는 자주 불안하고 가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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