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거리두기

살던 대로 살지 않기

띵샤.jpg 명상 선생님께서 주신 띵샤- 명상은 나와 만나는 시간, 나를 거리두어 볼 수 있는 시간


지난 3월 30일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써놓은 글 몇 편을 올렸다. 다음 날 운동을 하고 있었는데 휴대폰의 브런치 앱에서 알림 메시지가 왔다. 알림 메시지는 조회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음을 실시간으로 알려주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나는 조회수를 계속 확인하며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


처음 올렸던 글이 4월 4일인 어제 조회수 10만을 돌파했다. 며칠 동안 조회수를 확인하고 다음 모바일 화면에 내 글이 올라와 있는 것을 캡처해두었다. 직장에서 일할 때는 가끔 일 잘한다는 칭찬이라도 받았는데 집에 있으니 칭찬해주는 사람이 없다. 나의 돌봄과 가사 노동은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내 글에 대한 조회수가 나에 대한 칭찬으로 느껴졌다. 설레고 흥분되는 날이 5일간 지속되었다.


조회수가 대박 났던 날 이후 글을 쓸 때는 약간의 부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못 쓰면 어떡하지...'

'조회수가 안나오면 어떡하지...'

'잘 쓰지 않아도 괜찮아'

나를 다독이며 하루에 한 편의 글을 쓰자는 다짐을 지켰다.


3번째 썼던 글도 조회수가 2만을 넘어섰다. 더 잘 쓰고 싶어졌다.

어제는 2편의 글을 썼다. 많이 쓰고 싶어졌다.

어제 저녁 글을 쓰는데 다 쓰고도 뭔가 찜찜했다. 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내가 싫어졌다. 짜증이 났다.

나에게 짜증이 나니 남에게도 짜증이 났다. 거실 책상 앞에서 소리 내서 껌을 씹고 있는 큰아들이 꼴 보기 싫어졌다.


"책을 볼 때는 껌을 안 씹었으면 좋겠어!"

아들에게 화내지 않고 말했지만 남편은 안다. 짜증 났을 때 단어 하나하나를 꾹꾹 눌러 말하는 나의 습관을.

남편은 아들에게 조용히 다른 방으로 가서 책을 보라고 이야기했다.


마음이 불편해지면 몸도 불편해진다. 몸이라도 편하게 하려고 얼른 샤워를 했다. 씻자마자 마음에서 소리가 들렸다.

"휴대폰에서 브런치 앱을 삭제해!"

"그럼 조회수는 어떻게 봐?"

"글 쓰고 싶을 때 켜서 노트북으로 보면 되잖아!"

"글도 억지로 쓰려고 하지 마! 그냥 니가 쓰고 싶을 때 써!"


샤워가 끝나자마자 휴대폰의 브런치 앱을 바로 삭제했다. 후련했다. 잠자기 전에도 휴대폰을 옆에 두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제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겠구나.


나는 그동안 인정받고 싶었다. 잘한다고 칭찬받고 싶었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 나이 40에 번아웃이 왔다. 좋아하는 일에 빠지면 정신을 못 차린다. 끝을 봐야 한다. 뭐라도 돼야 한다. 그래야 인정받고 칭찬받았으니까.


내가 삶을 살아내듯이 글도 썼다. 또 칭찬받고 싶었다. 인정받고 싶었다. 어제 브런치 앱을 삭제하며 알았다. 나는 살던 대로 다시 살고 있다는 것을...


갑자기 명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나에게 잔소리하는 말들로 마음이 시끄러웠다. 잔소리가 끝나니 마음에서 따뜻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냥 글을 꾸준히 쓰자. 쓰고 싶을 때 쓰자. 뭐가 되지 않아도 좋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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