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부탁해
아침에 남편이 말했다.
"점심때 추어탕 먹을까?"
"왜?"
"자기가 좋아하잖아!"
"음... 오늘 나는 아구찜이 먹고 싶어!"
나는 추어탕도 좋아하고 아구찜도 좋아한다. 남편과 단둘이 밖에서 밥을 먹을 때 주로 추어탕을 사 먹었다. 이유는 하나다. 가격이 싸니까. 남편한테는 내가 아구찜을 좋아한다고 먹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다. 아구찜은 둘이 먹을 점심식사 가격으로는 비싼 음식이다.
남편은 다르다. 갑자기 전화해서 치킨이 먹고 싶다고 한다.(사다 달라는 뜻이다) 저녁 메뉴를 묻고 카레라고 대답하면 자기는 카레가 싫으니 다른 것을 해달라고도 한다.(짜증 난다... 주는 대로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나는 남편이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사다 주고 입맛에 맞는 음식을 해주었다. 남편에게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일 수 있어서 좋았다.
"나 사실 아구찜 엄청 좋아해! 몰랐어?"
"몰랐지"
"지난번 가족모임 때 아구찜 사가자고 했잖아. 근데 자기는 내가 아구찜 먹고 싶어 하는 것 눈치 못 채더라. "
"그냥 말을 하지..."
('꼭 말을 해야 아냐...!')
말을 해야 안다. 집에서도, 직장에서도,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내 마음을 다 알아주지는 않았다. 부모님은 내가 힘들다고 말하지 않으면 고생하는 줄 모르셨다. 직장 상사는 내가 열심히 했다고 말하지 않으면 격려해주지 않았다. 친구들도 내가 말하지 않으면 내가 자기들에게 삐쳤다고만 생각했다.
마음을 말해야 한다. 내가 남편에게 아구찜을 좋아한다고 무심히 말하듯 내가 당신에게 더 관심을 받고 싶다고, 사랑을 받고 싶다고. 때로는 서운하다고, 당신과 이야기가 더 하고 싶었다고.
"여보, 내가 아까 아구찜을 맛있게 먹으니까 어땠어?"(내가 거의 다 먹었다)
"응, 자기가 잘 먹는 모습을 보니까 좋더라!"
남편도 내가 남편에게 좋아하는 음식을 먹일 때의 마음과 같았다. 마음은 꽁꽁 숨겨 놓고 보물찾기 하듯 누가 알아주길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그냥 말하면 되는 거였다.
그리고...
마음을 말하면,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다.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