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하게 말해주면 좋겠어요.

누군가의 부탁이 불편할 때

누군가의 부탁에 마음이 불편해질 때가 있다. 뭐가 문제일까. 곰곰이 생각한다. 그 사람의 말이 나를 건드린 경우 그렇다. 이럴 때 나는 그 사람이 선을 넘었다고 느낀다.


흔쾌히 들어줄 수 있는 부탁, 확실히 거절할 수 있는 부탁을 받았을 때는 마음이 편하다. 거절할 때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최대한 나의 상황을 설명하면 되니까. 나의 거절로 그 사람의 기분이 나빠지거나 나와의 관계가 달라진다고 해도 그건 어쩔 수 없다.


문제는 부탁을 거절하기 애매할 때다. 나도 그 사람에게 신세를 진 적이 있고 부탁의 내용이 들어주기 어렵지도 않다. 근데 기꺼운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 사람의 속상한 마음보다 내가 쪼잔하고 쩨쩨해 보일까 봐 걱정이 된다.


메시지로 부탁을 받았을 때 불쾌할 때가 더 많다. 메시지에는 비언어적 메시지가 빠져 있으니까. 부탁할 때의 미안한 마음, 어렵게 부탁하는 표정이 보이지 않으니까. 문자만 보이니까 마음이 냉정해진다. 어제 메시지로 부탁했던 그 사람의 메시지를 다시 찬찬히 읽어보았다. 그리고 찾아냈다. 내가 무엇에 마음이 상했는지.


그 사람의 메시지에는 내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어야 한다는 당위가 있었다. 약간의 '라떼는~!' 도 들어 있었다. 둘 다 내가 싫어하는 것들이다. 차라리 자신의 사정을 솔직하게 말할 수 없었을까. 급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어떤 다른 핑계라도 대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살던 집을 팔았던 경험을 통해 얻게 된 교훈이 있다. 누군가가 집을 보러 와서 가격을 깎아달라고 할 때

"저 벽에 금이 가 있네요. 가격을 깎아줄 수 있나요?" 하는 경우와 "제가 가진 돈이 이 정도밖에 없어서요. 조금 깎아줄 수 있나요? 하는 경우 나의 반응은 달랐다. 전자는 절대 깎아주고 싶지 않고 기분만 나쁘고 후자는 조금 고민해 보겠다고 대답한다. 이후 나는 어딘가에서 물건값을 흥정해야 될 때 물건의 흠집을 지적하기보다 내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너무 사고 싶은데 돈이 부족하네요."


내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그 부탁은 일단 들어주기로 했다. 아까 적었듯이 어렵지도 않고 내가 쩨쩨해 보이기 싫다. 대신 다음에 그와 유사한 요구를 그와 유사한 방법으로 하면 받아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나 너무 까다로운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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